서민 / 인물과사상사
서민 교수는 기생충학을 가르치는 교수다. TV프로그램에서 보니 전혀 교수 같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교수라고 하면 우선 중후하다는 것이 선입견으로 자리 잡은 탓일까? 아니면 사람을 너무 외모로 평가하려는 우리나라 문화에 익숙해져 있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서민 교수의 첫인상은 개그맨에 가깝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요즘은 개그맨들도 이전처럼 우스꽝스러운 캐릭터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에 이런 표현이 자칫 특정직군을 비하하는 느낌이 들 수도 있지만 이건 그냥 느낌을 이야기하는 것뿐이니 오해 없길 바란다. 외모에 대한 하소연은 책의 중간에 절절하게 나와 있다. 그만큼 저자 또한 외모로 인해 피해를 본 사람이고 보면 저자의 심정이 이해는 간다.
이 책은 서평집이다. 책을 읽고 느낌과 평을 쓴 책이다. 그러다 보니 자칫 딱딱하다는 느낌이 들 수 있는 책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기우일 뿐이다. 저자가 머리말에서 밝히다시피 글이 무지 쉽다고 자평하기 때문이다. <집 나간 책>은 제목부터 짓궂다는 느낌이 든다. 이는 저자의 성향과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어투를 보면 더욱 그렇다. 그런 한 편으로는 진지한 측면도 있다. 자신의 정치 성향을 여과 없이 노출하니 말이다. 마음에 든다.
이 책에는 ‘오염된 세상에 맞서는 독서 생존기’라는 부제가 있다. 사회 비판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것도 서민 교수의 특장점이다. 그렇게 사회, 일상, 학문이라는 세 부분으로 나눠진 서평 모음집이 <집 나간 책>이다. 책의 제목을 보면 가출한 책이라는 얘긴데 무슨 이유인지 궁금하다. 저자조차도 출판사에서 제목을 정해준 덕에 의미는 정확히 모른단다. 이 책이 이렇다.
이 책에는 50편이 넘는 서평이 담겨 있지만 정작 내가 읽은 책은 한 권도 없다. 그나마 제목이 익숙한 몇 권이 있을 뿐이다. 그러고 보면 내 독서력이라는 것이 얼마나 일천한지 알 수 있다. 이 책이 가볍지만 가볍게만 넘길 수 없는 이유다. <집 나간 책>은 저자가 밝혔듯이 약간은 진보적인 입장에서 쓴 책이라는 경향이 뚜렷이 드러난다. 지난 정권의 정책에 대한 비판은 물론 사회에 대한 쓴소리로 서슴지 않기 때문이다. 이 시대 지식인들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들인데 막상 그런 사람들이 드무니 서민 교수가 더욱 빛나 보이는 것은 아닐까?
이 책의 뒤표지를 보면 추천사가 있다. 책의 정체성은 그 책의 질을 좌우하기 마련이다. 이 책이 서평집이라면 이 책을 읽고 책을 읽고 싶은 욕구가 생겨야 정상이다. 그런 평을 쓴 지인인 독자가 있으니 객관적인 검증 면에서는 다소 부족하지만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믿는다면 그래도 이 책은 자기의 정체성에 값하는 책이다. ‘서민의 책이라면 무조건 읽어보아야 한다’는 개그맨 정찬우의 추천사도 있으니 한 번 읽어본다고 해서 손해 보는 일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