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메이젤 / 심플라이프
창작으로 먹고사는 사람들의 고민이라면 행복한 고민이 아닐까 막연하게 생각할 수 있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산다면 비록 적은 보수에도 불구하고 행복하며 만족한 인생을 살아갈 것이라는 유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을 읽어보니 역시 예술인들 삶이 녹록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시공간을 초월하여 그 어떤 것에 구애받지 않고 예술만 하는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요즘 세간에 화제가 되고 있는 문체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보자면 그리 유명세를 떨치지 않은 예술인들에게 정부의 일정한 지원 자금이 중단되었을 때 얼마나 곤궁한 상태에 처할 수밖에 없는지 그 실태가 드러나는 것을 알 수 있다. 몇 년 전 먹을 것이 없어 홀로 죽음을 맞았던 한 시나리오 작가의 이야기도 예술인들의 실상이 과연 어떤 것인지 충분히 유추해 볼 수 있는 사건이었다. 그렇다면 과연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도 굳이 예술을 택하고, 여기에 몰입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과연 무엇 때문일까 고민할 여지가 생긴다.
<나는 예술가로 살기로 했다>는 현실적인 상황에 직면한 다양한 예술인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책이다. 예술가로서의 삶이 꽃길을 걷는 것이 아니라 철저한 현실의 길임을 강조하는 듯한 인상을 받게 된다. 이런 느낌이 괜한 것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은 책을 읽다 보면 저절로 수긍하게 된다. ‘창작하는 사람들을 위한 고민 해결 프로젝트’라는 부제가 이 책을 소개하는 문구로서 손색이 없다고 생각되는 것은 그만큼 창작자들의 고민의 깊이가 어떤지 헤아려 볼 수 있는 대목이 아닐까 싶다. 예술적인 삶을 지향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이 책은 새로운 인생의 길을 모색하고자 하는 측면에서도 중요한 텍스트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이 책에서 소개되고 있는 사람들의 직업들을 보면 다양하다. 작가, 화가, 소설가 지망생, 아마추어 가수, 연극배우, 연출가, 뮤지션 등 그야말로 각양각색이다. 이들 중에는 전업으로 예술 활동을 하는 사람들보다는 여러 가지 직업을 전전하며 자기가 원하는 예술가로 살아가길 소망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만큼 예술가의 길은 생각만큼 화려하지 않은 가시밭길을 걸어가야 하는 운명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런 열악한 여건에서도 굴하지 않고 자기만의 길을 가기 위하여 노력한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은퇴를 하고서도 소설가를 지망하기 위해 문을 두드린 사람, 교사로서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전업 화가로서 새로운 인생의 길을 걸어가고 싶은 사람, 첫 책 출간을 앞두고 복잡한 심경을 토로한 사람 등 각기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의 의견을 청취하여 저자는 그에 합당한 목표와 실행보고서를 제안하여 창작자들의 고충을 덜어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그뿐만이 아니라 창작자의 길, 즉 예술가의 삶이 그저 막연한 꿈과 이상이 아니라 현실에서 얼마든지 실현가능한 일들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법까지 제시해 주는 것이다.
바쁘게 생활하다 보면 꿈을 잊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목구멍이 포도청인데 무슨 꿈 타령이냐 하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가 그저 밥만 먹고, 생계유지를 위한 것이 전부가 아닌 것처럼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은 내밀한 꿈을 현실로 실현시킬 의지를 갖는다면 꿈이 현실이 되는 것은 그야말로 시간문제가 아닐까? 이 책에는 예술가 직군에 한정되어 예술가로서의 삶을 향한 길을 제시하고 있지만 다른 꿈을 지향할지라도 그 길을 향해 가는 방법은 대동소이할 것이다. 힘든 상황에서도 꿈과 희망을 잃지 않고, 자기가 원하는 삶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아름답게 비친다. 이 책은 좁게는 예술가를 지망하는 사람들에서부터 넓게는 팍팍한 현실을 벗어나 꿈을 이루고자 하는 모든 분들이 읽어야 할 필독서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