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메이젤 / 심플라이프
‘글쓰기는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노동이다’라는 책의 첫 페이지에 인용되어 있는 존스타인 백의 말이 가슴에 꽂힌다. 이 말에서 내포하고 있는 것처럼 글쓰기는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해 작가는 적절한 무기를 구비하고 있어야 한다. 작가에게 공간은 무기다. <작가의 공간>은 바로 그런 공간의 가치를 일깨워주는 책이다. 얼마 전 읽었던 <나는 예술가로 살기로 했다>는 저자의 또 다른 책이다. 이 책이 예술가로서의 삶에 대한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다면 <작가의 공간>은 범위를 좁혀 글을 써야 하는 작가의 공간에 대해 이야기한다.
공간이라고 하면 막연히 물리적인 공간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범위를 확장한다고 하더라도 시간이 합쳐진 시공간의 개념을 상정할 수 있겠지만 이 책에 제시된 공간들을 보면 단순히 그런 범위를 넘어선다. 물론 ‘물리적 공간’, ‘집이라는 공간’에 한정해 보면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작가의 공간을 이해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다. 하지만 ‘정신적 공간’, ‘정서적 공간’, ‘성찰의 공간’ 나아가 ‘실존의 공간’까지 이르게 되면 작위적으로 공간의 개념을 확장한 것인지 실제로 그런 공간들이 필요한 것인지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여하튼 작가에게 있어 여러 가지 공간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니 저자가 말하고 있는 공간의 의미가 무엇인지 세심하게 살펴볼 필요는 있을 것 같다.
우선 물리적 공간은 차치한다고 하더라도 저자가 규정하고 있는 그 외의 공간들은 작가에게 과연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 것일까? 조금만 더 생각하고 살펴보면 그것은 바로 작가의 의식 속에 투영된 개념적 공간임을 직관적으로 간파할 수 있다. 그렇다. 작가에게 있어서 물리적 공간도 중요하지만 창작에 있어 중요한 버팀목이 되는 것은 바로 의식과 연결된 공간의 확장이다.
작가에게 필요한 것은 정신적 공간에서 다루고 있는 것들 이외도 많다. 가령 작가로서의 마인드, 잡념에서 벗어나기, 창조적 마음 챙김 연습 같은 의식의 표피적인 활동만이 아니라는 얘기다. 정서적으로 원하지 않는 감정을 떠나보낸다든지, 자신의 내면을 업그레이드하고 자아성찰과 상상력, 실존적인 질문까지 이어지는 단계에 이를 때, 비로소 온전한 작가로서 공간을 획득하는 것임을 설파하고 있는 것이다.
<작가의 공간>에서 말하고 있는 공간은 미치도록 글을 쓰고 싶지만 그럴 수 없을 때 미지의 공간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마법의 통로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물리적인 제약에서부터 정신적인 상태를 조율하고, 성찰과 상상, 실존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공간의 자유로움을 획득할 때 비로소 작가로서의 위치를 부여받는 것이라고 일깨워주기도 한다. 글이 미치도록 쓰고 싶지만 슬럼프에 빠져 글쓰기가 힘겨워질 때, 혹은 이도저도 아닌 상태에서 그저 방관만 하고 있을 수밖에 없는 현실에 접할 때 이 한 권의 책을 통해 아리아드네의 실타래처럼 글쓰기의 실마리를 얻는 계기가 된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