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옥란 / 객석아카이브
연극이란 장르는 다소 생소하다. 몇 편의 연극을 본 적은 있지만 깊은 관심을 가진 적은 없던 것 같다. 특히 연극의 대본을 읽은 것이라곤 셰익스피어의 몇몇 작품들이 전부라고 할 수 있으니 무던히도 극본에는 관심이 없었던 것 같다. 요즘은 뮤지컬이나 영화가 대세라고는 하지만 아무래도 연극이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만큼 관심을 기울여 볼 필요는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런 이유로 골라든 책이 <우리 시대의 극작가>다.
책은 간단한 작가의 소개와 대담으로 이루어져 있다. 총 23명의 작가가 소개되어 있는데 그중 한 명도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다. 그만큼 연극에 대해 문외한이라는 현실을 드러내는 데 이처럼 명징한 증거도 없을 것이다. 내게 있어 연극은 개척해야 될 문화의 불모지나 다름없다. 한 때 시나리오에 대해 관심을 가졌던 것은 그저 막연한 바람이었다고 뿐이 설명할 수 없을 것 같다.
<우리 시대의 극작가>는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될 우리 시대의 극작가’ 11명, ‘우리가 주목해야 할 우리 시대의 극작가’ 12명을 소개하면서 과거와 현재에 이르는 우리의 연극사를 극작가를 중심으로 기술하고 있다. 작가를 소개하고 대담하는 지면이 넉넉히 할애된 것은 아니지만 생전 처음으로 접하는 극작가를 알아가는 재미만큼은 그 어떤 책을 읽는 것보다도 컸다. 그만큼 낯선 분야인 연극에 대한 호기심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것은 연극이라는 장르가 앞으로도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던 사실이다. 우리는 흔히들 사회생활을 하면서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는 말을 종종 듣게 된다. 본질적인 내 모습과 다른 모습을 보여줄 때 우린 ‘연극하냐?’하는 말을 듣기도 한다. 이런 측면에서도 보자면 인간은 끊임없이 자기를 감추고, 아니면 다른 모습의 ‘나’를 직조하는데 열과 성을 기울이는 것을 발견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은 인간의 속성이 연극배우가 가지고 있는 그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끊임없이 자기의 모습을 감추고, 본연의 모습과 다른 나를 보여주는 행위 자체가 연극이라고 한다면 우린 모두 배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