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글쓰는 책

일기를 에세이로 바꾸는 법

이유미 / 위즈덤하우스

by 정작가

블로그에 비공개로 일기를 쓴 지도 10년이 넘어간다. 사실 블로그의 기반이 되었던 카테고리는 일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까지 쓴 몇 천 편의 글 중에서 2/3 정도는 일기였으니 말이다. 한때는 일기를 공개 모드로 전환한 적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공개 일기를 쓰다 보니 내밀한 감정을 포장하는 경우가 많아 포기했다. <일기를 에세이로 바꾸는 법>은 일기 중에서 공개 콘텐츠로 전환할 수 있는 소재를 발굴하기 위한 생각으로 골라든 책이다.


요즘에 읽게 되는 책을 보면 대개 소셜미디어에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다. 이 책도 고르고 보니 결국은 브런치 작가의 작품이었다. 브런치는 카카오에서 론칭한 글쓰기 플랫폼으로 웬만큼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애용하고 있는 소셜미디어다. 블로그는 회원이 되면 활동하는데 제약이 없는 반면 브런치는 일정 수준의 글솜씨를 검증받아야 브런치 작가로 데뷔할 수 있다. 여태껏 몇 번 시도를 해보았지만 번번이 떨어지기 일쑤였다. 블로그를 10년 정도 운영한 경력이 있는 사람이 떨어질 정도면 글솜씨가 아직 일정 수준에 이르지 못했던지 브런치라는 플랫폼에 걸맞은 글을 쓰지 않았던 이유일 것이다. 여태껏 에세이를 쓴 적은 손에 꼽을 정도다. 블로그에 주로 쓴 리뷰글과는 또 다른 성격의 글이라 처음부터 배운다는 심정으로 임한다면 언젠가 브런치에도 회원으로 가입하여 활동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일기를 에세이로 바꾸는 법>은 'part1. 일기와 에세이의 한 끗 차이: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를까?'에서 그 비밀을 찾을 수 있다. 이 부분에서는 우선 일기와 에세이에 대해 구체적인 차이점을 알려준다. 그동안 개략적으로 알고는 있었지만 명확하게 그 차이를 짚어주니 에세이를 쓸 수도 있겠구나 하는 용기도 생긴다.


part2에서는 '공감을 일으키는 방법: 사소한 디테일이 쌓인 내 이야기' 주제로 글감, 인식, 습관이라는 부분으로 나눠 구체적으로 일기가 에세이로 변모하는 과정을 설명한다.


이 책에서 가장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었던 부분은 '에세이를 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사소한 Q&A 20'이라는 special part다. 에세이와 관련된 질문을 명철한 답을 통해 속 시원하게 풀어놓는다.


그동안 블로그를 운영하며 리뷰 위주의 글을 쓰다 보니 문체가 딱딱했던 것이 사실이다. 에세이는 아무래도 일상의 일들을 다루고 있는 만큼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는 여지가 크다. 그런 분야인 만큼 이런 종류의 글을 쓰다 보면 문체가 한결 말랑말랑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보기도 한다.


감정 일기를 쓰게 되면서 감정의 중요성을 알게 된 것도 에세이를 써볼까 하는 생각을 부채질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감정에 대해 소홀한 측면이 있지만 인생에서 감정만큼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도 드물다. 그런 감정의 흐름을 객관적으로 알기 위해서는 솔직한 심정을 글로 표현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그것이 바로 에세이 쓰기가 아닐까 싶다. 그동안 블로그를 통해 일기를 많이 썼으니 그것을 소재로 하여 에세이를 쓴다면 분명 공개 콘텐츠를 생산하는데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언젠가는 브런치의 작가로 데뷔하는 날이 반드시 도래할 것이라고 본다.


<일기를 에세이로 바꾸는 법>은 채 200쪽도 안 되는 분량의 책이지만 글을 쓰는 이들에게는 금과옥조와도 같은 텍스트다. 이 책의 저자가 브런치 작가로서 1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것도 결코 우연은 아닐 것이다. 그만큼 이 책에서 얻은 정보는 값지다. 일기를 에세이로 전환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 작가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이 글을 쓴 지가 4년 전이었는데 이제야 브런치 작가가 되어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고 생각하니 감개가 무량하다. 무엇이든 최선을 다해 노력하면 언제든 빛을 보기 마련이다. 그때는 그토록 열망했던 브런치 작가였지만 막상 작가 통보를 받고도, 몇 달간 제대로 글을 쓰지 못했던 것 같다. 다행히 브런치스토리의 재발견을 통해 요즘처럼 열혈(?) 작가로 활동할 수 있었던 것은 행복한 일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파워블로그의 첫걸음, 블로그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