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글쓰는 책

영화 글쓰기 강의

강유정 / 북바이북

by 정작가


책을 읽고 리뷰를 쓰는 일은 습관이 되었지만 영화를 읽고 글을 쓰는 일은 아직도 낯설다. 수많은 영화를 보았지만 블로그에 리뷰라고 쓴 글은 고작 100편을 넘겼을 뿐이다. 이마저도 심층적인 분석보다는 개인적인 소회를 담은 글이 대부분이다. 그러니 제대로 된 영화 글쓰기에 접근하려면 아직 갈 길이 먼 셈이다. 해서 언제쯤 한 편의 영화를 보더라도 부담 없이 리뷰를 쓸 수 있는 날이 올까 하는 고민 끝에 골라 들었던 책이 바로 <영화 글쓰기 강의>다.


이 책의 저자인 강유정은 2005년 중앙일간지에 문학 평론과 영화 평론이 당선되어 본격적으로 평론 활동을 시작했고, 문학과 영화에 관련된 다수의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영화, 소설, 드라마와 같은 허구적인 이야기에 삶을 견디게 하는 힘이 있다고 믿는, 서사의 신봉자’라고 스스로를 소개하고 있기도 하다.


‘영화를 깊이 읽고, 생각을 정리하는 방법’이라는 부제를 단 이 책은 영화 글쓰기의 전범을 보여주는 책이다. 비록 책은 두껍지 않지만 알토란 같은 내용을 접하게 되면 영화 글쓰기가 한결 수월해진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을 것 같다. 이 책은 ‘소박하게는 자기 블로그나 포스트에 좀 더 나은 영화 글을 올리고 싶어 하는 소망부터 전문가로서 대접받는 글을 쓰고 싶은 야망까지 아우른다’는 저자의 집필 의도처럼 단순한 감상평에 머무르지 않고, 좀 더 전문적인 영화 글쓰기를 하고 싶은 사람들의 욕구를 자극한다.


깊이 있는 영화 글쓰기를 위해 저자가 제시하는 방법은 세 가지다. 키워드로 나열하자면, 메모, 추억, 감동이 바로 그것이다. 영화를 보고 나서 간단히 메모라도 남기라고 하는 저자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인스타그램과 같은 매체를 통해 나만의 기록을 남기는 것을 추천하기도 한다. 영화를 통해 추억을 떠올리고, 감동적인 장면들을 기억하면서 글쓰기에 접근하는 방법 또한 좋은 글감의 소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글쓰기의 기본에 대한 언급도 있다. 맞춤법과 비문, 제목의 중요성, 문장의 길이와 호흡, 줄거리 요약, 끝맺기로 이어지는 팁만 숙지하더라도 영화 글쓰기를 향한 노정에 도움이 될 것임은 자명한 일이다. 글쓰기의 밑간이라는 장에서는 관찰하기, 기록하기, 둘러보기 등 본격적으로 영화 글쓰기에 대한 밑밥이 보인다.


이 책에서 가장 주목해야 되는 부분은 ‘영화 글쓰기의 핵심 소재’라는 장이다. 이 장에서 들어서면 전문적인 영화 글쓰기의 진수가 드러난다. 캐릭터 분석, 미장센 분석, 서사 분석, 기법의 분석이라는 부분의 내용을 접하다 보면 영화 글쓰기가 결코 녹록한 작업이 아님을 실감하게 된다. 이후에 언급한 부분들은 더욱 심층적인 접근을 요구한다.


저자가 에필로그에서도 밝힌 것처럼 ‘글쓰기의 왕도는, 아쉽게도, 없다’는 사실에 공감한다. 그러니 ‘우선 쓰고, 무조건 다시 읽고, 고치고 시간을 두고 다시 읽는’ 작업을 통해 글을 다듬어 가는 수밖에 달리 방법은 없는 것이다. 다만 저자가 언급한 소재와 주제와 관련된 팁들을 활용한다면 막연하게만 생각했던 영화 글쓰기라는 척박한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한 듯 용기가 샘솟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블로그를 운영하다 보면 영화와 관련된 글을 접할 때가 많다. 세상에는 어찌나 영화에 대한 전문가가 많은지 관련 글을 쓴다는 것이 민폐라고 느껴질 만큼 자신감이 떨어지는 경험을 종종 하게 된다. 영화 또한 도서처럼 일상에서 얻기 쉬운 글감이다. 그러니 포기하기에는 너무 아쉬운 점이 많은 장르라고 할 수도 있다. 영화 관련 글쓰기가 쉬운 작업은 아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다시금 영화에 관심을 갖고 리뷰를 쓰는 일에 맛 들이게 된다면 좋겠다. 그렇다면 블로그 개설 초기 열정적으로 글쓰기에 임했던 시절처럼 블로그 중흥기를 다시 맞이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일기를 에세이로 바꾸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