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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루언서의 글쓰기

스펜서 / 그린페이퍼

by 정작가


이 책의 저자는 위챗 백만 팔로워 계정 Spenser의 운영자인 스펜서다. 스펜서는 아마도 필명인 듯 보인다. 홍콩 최초로 1인 미디어를 시작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저자의 위치를 가늠할 수 있다. 확산력 있는 좋은 글쓰기와 자기만의 브랜드 만들기가 자신의 성공을 이끌었다고 믿는 저자는 이 책 <인플루언서의 글쓰기>를 통해 독자들에게 그 비법을 공개한다.


머리말에서 공개한 그의 글쓰기는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는 최선의 방식이며 무지를 없앨 수 있는 도구이자 이 시대 최고의 투자로 요약할 수 있다. 이 중에서도 글쓰기가 소비자가 아닌 생산자로서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창작자로 거듭날 수 있다는 주장은 솔깃하게 들린다.


소비 자체는 고품격 쾌락을 안겨주지 못하지만 창작은 가능하다. 사람의 인생은 한정되어 있고 매일매일 주어진 시간은 부족하다. 당신은 수용자가 되고 싶은가, 창조자가 되고 싶은가.


이 책을 읽는 동안 우린 이 질문에 답해야 한다. 누구라도 수동적인 인생보다 적극적인 인생을 원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미 답은 정해졌다. 유한한 인생에서 창조자로 살아가길 원한다면 글쓰기를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의 말처럼 말할 줄 아는 사람은 넘쳐도 쓸 줄 아는 사람이 드문 시대에서 ‘연봉은 과거를 대변하고 브랜드는 미래를 선사한다’는 주장은 곱씹을만하다.


글쓰기 하면 흔히들 창작자의 마인드, 창의성 등을 떠올린다. 하지만 저자의 주장은 다르다. 글을 쓰는 데 있어서 아이디어보다는 성실함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여태껏 우리가 알고 있었던 글쓰기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트리기에 충분하다.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조차 ‘글쓰기란 바지를 의자에 붙이는 기술이다’라고 정의할 정도면 글쓰기가 성실성과 밀접한 관계로 맺어졌다는 사실을 부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글쓰기와 관련되어 저자가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한 부분이 있다.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특히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독서를 그저 여가를 보내는 용도로 여겨선 안된다. 작가의 생각과 문체에 감탄하는 것을 넘어 평론가의 입장에서 좀 더 면밀히 들여다보고 파헤쳐봐야 한다. 그러면서 글의 스타일과 구조를 배우고 소재 구성과 전개의 템포, 감정 변화의 처리 방식을 파악해야 한다. 그것이 ‘무엇’이고 ‘왜’인지를 안다면 앞으로의 글쓰기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이외에도 두 번 이상의 책 읽기, 경전이나 감동적인 책은 서너 번 읽는다는 독서 방법론에 접근해 들어가다 보면 저자가 주창하는 다량의 인풋이라는 개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개략적으로 이해가 될 것이다.


<인플루언서의 글쓰기>는 제목에서 풍기는 이미지와 같이 SNS 상의 글쓰기를 의미한다. 중국 백만 팔로워 인플루언서의 주목받는 글쓰기 비결이라는 부제는 이 책의 정체성을 그대로 드러내주는 문구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 책에서 주창하는 글쓰기는 기존의 방식과는 차별성을 띤다. 제3장의 글쓰기, 시선 강탈 전쟁이라는 항목이 그렇다.


저자는 이 장에서 고객 중심 마인드, 제품 중심 마인드, 소셜 중심의 사고를 할 것을 권고한다. 이는 인플루언서의 글쓰기가 기존의 전통방식에서 벗어난 새로운 시대에 부합되는 글쓰기의 탄생을 예고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런 새로운 방식의 글쓰기는 종래의 글쓰기 방식인 매력적인 글쓰기, 좋은 스토리 쓰기, 논리적 사고를 위한 훈련으로 귀결된다. 고로 전통적인 방식의 글쓰기와 새로운 시대에 부합된 글쓰기 방식의 적절한 변용은 필수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은 뉴미디어 글쓰기의 기본 원칙을 밝힌 부분이다.


뉴미디어 글쓰기란 무엇인가? 나는 이렇게 표현하고 싶다. 자극적인 시작과 주제를 고민해서 논리에 충실하게 글솜씨를 발휘하여 자신의 가치를 효과적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인플루언서의 글쓰기, 다시 말해서 SNS 글쓰기가 문학이 아니라 심리학이라고 저자가 말하는 것도 뉴미디어 글쓰기는 전통적인 글쓰기 방식과 궤를 달리하기 때문이다. 작가이자 기업인인 유사오보는 스펜서에 대한 글쓰기를 평하며 다음과 같은 의미심장한 글을 남겼다.


스펜서는 뉴미디어 글쓰기로 이름을 알리며 상업적 가치는 물론 자신의 브랜드까지 만들었다. 이는 시대의 변화를 보여준다. 이제 글쓰기는 모두가 배우고 활용해야 할 기본적인 능력이 되었다.


여기에 더해 작가이자 인문학자인 뤄전위는 마치 KO 펀치를 먹이듯 우리에게 중대한 메시지를 던진다.


다가올 미래에 가장 중요한 자산은 영향력이다. 그렇다면 영향력을 가지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하나는 말솜씨, 다른 하나는 글솜씨이다.


<인플루언서의 글쓰기>를 평하는 가장 정제된 문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을 통해 미래에 가장 중요한 자산이 영향력이라는 사실을 간파하고, 그 영향력을 가지기 위한 방편으로 말과 글에 투자하는 인생의 여정을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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