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치의 말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쳤던 내용의 동화가 떠오른다. 하고 싶은 말들이 많지만 막상 여러 가지 환경적인 제약이나 어떤 이유로든 하고픈 말을 하지 못하고 살아갈 때가 많다. 인생이라는 것은 내가 원하는 방향대로 흘러가지도 않고, 내가 원하는 대로 사람들이 생각하고 행동하지도 않는다. 그러니 그런 현실을 접하게 되면 더욱 마음 한 구석엔 앙금이 쌓여갈 뿐이다. 그럴 때 나만의 대나무 숲이 있어 무슨 말이든 외칠 수 있다면 모르긴 몰라도 속은 후련해질 것이다.
내게도 외치고 싶은 말은 많다. 긴 시간의 강을 건너다보니 다양한 방식의 상처와 시련에 노출된 경험이 많았기 때문이다. 좋게 말하면 순수했던 것이고, 제대로 말한다면 세상물정을 몰랐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눈앞의 이익에 치우쳐 세상의 부당한 논리에 편승하고픈 생각도 없다. 그런 것들이 갈등을 부를 때도 있지만 이젠 개의치 않는다. 중요한 것은 인생은 한 번뿐이고, 그 한 번뿐인 인생을 주인 의식 없이 주변인으로 살아가는 삶이란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한 때 갖가지 일들이 겹쳐져 방황의 늪에 빠진 적도 있었지만 용케도 그 시간들을 뒤로하고 다시금 새로운 도약을 할 수 있었던 것 또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쳤던 숲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그렇다. 내게도 나만의 대나무 숲이 있다. 그것은 바로 블로그다. 가장 힘겨울 때 세상 사람들과의 대화보다는 나 자신과의 대화를 택했다. 블로그는 가장 적절한 대나무 숲이었고, 일기든 리뷰든 닥치는 대로 하고 싶은 말을 외치다 보니 이젠 어느덧 상처도 많이 치유되었다는 느낌이 든다. 지금은 새로 브런치스토리가 그런 매체로 자리잡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사람마다 자기 만의 대나무 숲이 있다. 누군에겐가는 노래방이 될 수도 있고, 또 누구에겐 가는 깊은 산속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정기적으로 자기 만의 대나무 숲에서 자기가 하고픈 말을 외쳐야 한다는 점이다. 그것이 인생을 살아가면서 쌓였던 앙금을 털어내는 일이 될 수 있을 것이고, 또한 그런 과정을 통해 다시금 삶에 대한 의지와 꿈과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는 토양이 조성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일일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