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토 다카시 / 비전코리아
일본 최고의 교육심리학자인 사이토 다카시가 저자라는 이유만으로 별다른 고민 없이 고른 책이다. 그동안 사이토 다카시가 지은 책을 몇 권 읽었는데 도움이 된 부분이 많았다. 사이토 다카시는 다양한 분야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 학자인 만큼 이 책 또한 기대가 컸다. 하지만 생각보다는 그리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책의 내용 또한 진부하다는 느낌뿐이다.
공부에 대해 미련이 많은 터라 그와 관련된 책을 골라 읽는 것도 이젠 독서의 한 갈래 길이 되었다. 공부에 관한 책들은 많다. 그동안 주제가 공부인 책으로 읽었던 책은 <공부하는 독종이 살아남는다>, <공부는 내 인생에 대한 예의다>, <40대, 다시 한 번 공부에 미쳐라>, <공부하는 삶>, <최고의 공부>, <내가 공부하는 이유>, <7번 읽기 공부법> 등이 있다. 이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책은 앙토냉 질베르 세르티양주의 <공부하는 삶>이란 책이다. 아무래도 이 중에서 공부에 대한 근원적인 의미를 탐색하는데 가장 근사치에 접근한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사이토 다카시가 지은 공부에 관한 또 다른 책인 <내가 공부하는 이유>라는 책은 인상이 깊었던 책이다. 그에 비해 <공부습관 달라지는 책>은 약간은 정체성이 모호한 책이라는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앞에서 밝힌 것처럼 이 책은 사이토 다카시라는 브랜드 네임에 힘입어 고른 것이다. 하지만 정작 책을 펼쳐보니 예상했던 것보다는 기대에 못 미친다는 느낌이 크다. 그렇다고 이 책에서 전혀 얻을 것이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익히 들었던 내용의 반복이지만 다시 한번 깊이 새기고 실천한다면 분명 공부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는 데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것들에서 그리 생경한 이론들을 찾기는 쉽지 않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었던 내용들을 중언부언하는 부분이 많은 것을 보면 공부와 관련된 이론들을 모아놓은 것 같기는 한데 꼭 그렇다고만 볼 수 없는 것이 저자가 주창하는 요지가 무엇인지 쉽게 파악하기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한마디로 산만하다는 느낌이랄까? 아니면 이 책을 읽을 당시 내 컨디션이 그리 좋지는 않았다고 해도 이토록 머리에 새겨지는 것이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멍해지는 느낌이었다면 무언가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복기하듯 빨간색으로 강조된 부분을 새겨 읽어봐도 그저 익히 알고 있었던 내용들의 반복이랄지 전체적인 구조가 하나로 통일되는 느낌을 경험하기는 쉽지 않았다.
- 사람의 지적 능력은 이와 같은 후천적인 노력에 의해 만들어진다.
- 중요한 것은 자신이 무엇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아는 일이다.
- 지적 능력을 크게 키우기 위해서는 그것의 몸통에 해당하는 자신의 정체성을 견고하게 가꿔야 한다.
이런 문구들을 보면 나름 얻을 것이 있다는 생각도 들기는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일반적인 생각들을 풀어놓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든다는 것도 부정할 순 없다.
이 책의 뒤표지를 보면 다양한 방식의 공부법에 대한 소개가 있다. 기억력을 높여주는 ‘오감공부법’, 어학을 익히는 데 효과적인 ‘낭독법’, 시간을 확보하여 낭비를 없애는 ‘스톱워치 다이어트법’, 시야를 넓혀주고 응용력을 키워주는 ‘수첩활용법’ 등 공부법은 그럴듯하지만 정작 가슴 깊게 다가오는 공부법은 전무하다는 생각이다. 한 마디로 책을 읽고 이렇게 멘붕에 빠진 적은 없었던 것 같은데 이 사태를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난감하다.
역설적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각인되는 부분이라면 이 책을 지은 저자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에도시대 말기와 메이지 유신 시대의 인물들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다. 언젠가 책을 읽으면서 메이지 유신에 대해 언급한 것을 접할 때가 있었는데 과연 일본이 어떤 과정을 거쳐 선진국으로 발전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에 빠진 상황에서 그때의 정황을 살피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던 것 같다. 저자가 언급하다시피 ‘메이지 유신의 인물들은 개개인이 서로 다른 사상을 가졌으나 이를 초월해 공통적으로 명확한 목적이 있었다. 그들은 자기 혼자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집단을 위해서 무엇인가를 달성하고자 열망했다’는 부분이다. 비록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는 이들의 존재가 행운이었을지 모르지만 제2차 세계대전의 전범이라는 측면으로 이들의 선구자적인 업적을 연관 지을 때 메이지 유신은 어쩌면 인류에겐 비극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한 권의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주창하는 중심 사상에 접근하지 않고 곁가지에 중점을 둔다는 것은 올바른 독서법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독서라는 행위가 낯선 것을 찾아가는 여행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공부습관 달라지는 책>에서는 공부와 관련되어 그리 생경한 이론이랄지 새로운 정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을 습득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니 정작 저자가 주창하는 ‘공부습관 달라지는 법’에는 관심이 없고, 메이지 유신을 탄생시킨 인물들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공부습관 달라지는 책>을 통해 공부에 대한 습관을 바로 잡는데 실패한 것은 인정한다. 이 책에서 주창하고 있는 요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곡해할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더라도 그건 오로지 독자인 나의 몫이다. 오히려 난 이 책을 통해 그런 것보다는 메이지 유신이라는 일본의 역사적인 계기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이 수확이라면 수확일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