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케로
방 안에는 물건이 많이 있다. 침대, 농, 가전제품 등 의식주를 해결하는 세간살이에서 흔히 쓰는 일상 용품, 아예 거들떠보지 않는 가정잡화까지 다양하다. 그러면 그런 수많은 목록 중에서 유독 책은 어떤 위치를 점유하기에 책 없는 방이 영혼 없는 육체와 같다는 말을 하는 것일까?
우선 방이라는 공간이 주는 의미에 대해 고찰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방은 말 그대로 인간이 살아가는 가장 기본적인 공간이다. 그곳은 단순히 주거뿐만 아니라 수면과 휴식, 취미생활, 사색의 터전으로 내 삶의 질을 향상할 수 있는 전초기지로서의 역할도 수행한다. 그렇다면 인간의 행동을 지배하는 원천인 생각을 성장시키고 발전시키기 위한 곳으로써 방의 가치도 남다르게 평가할 이유는 충분하다.
생각의 가치를 확장시킨다는 것은 결국 사고의 능력을 극대화시킨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사고의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신경세포인 뉴런의 자극이 필수적인데 그것을 추동하는 것이 다름 아닌 독서의 작용이라고 할만하다. 독서는 간접적으로 새로운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인류의 가장 오래된 습관 중 하나이다. 그런 독서의 작용을 간과할 때 인간의 삶은 진보하지 못하고 정체되고 결국에 퇴보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인생과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는 방에서의 행동 양식은 운명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로뎅의 <생각하는 사람>이란 작품이 유명한 것은 인간 삶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생각의 가치를 실감 나게 형상화한 이유 때문이다. 이런 작품이 유명세를 띠고 있는 것은 생각하는 인간의 가치를 발견한 것이 인류 역사에서 그리 오래되지 않은 것과도 궤를 같이한다. 비록 늦게나마 생각하는 인간의 가치를 발견한 것이 그나마 인류 역사 발전에 큰 이바지를 한 것처럼 개인 또한 생각 없는 삶은 정체되고, 도태된 인생의 그림을 예측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인간의 삶의 터전인 집에서도 특히 개인의 역량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자유 공간인 방에서 책과 함께하지 않는 인간의 모습을 그려본다면 그것에서 영혼 없는 육체를 상정할 이유는 충분하다. 영혼 없는 육체는 의미가 없다. 고로 생각하지 않는 인간에게 육체는 그저 허울에 불과한 것이다. 생각하는 인간의 기치를 드높이게 하는 독서, 그 독서를 가능케 하는 책. 그런 책들이 가지런히 놓여있는 책장은 바로 생활터전에서 반드시 필요한 필수품이어야 하는 것이다. 책 없는 방이 영혼 없는 육체와 같다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