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슴엔들 시가 꽃피지 않으랴 1

애송시 100편 / 정끝별 / 민음사

by 정작가


이 시집은 한국 대표 시인 100명이 추천한 애송시 100편이란 콘셉트로 민음사에서 발간되었다. 50편의 제법 눈에 익숙한 시가 담겨 있는 이 책은 일러스트레이터 권신아와 잠산의 감각적인 그림이 시각적인 즐거움을 더한다.


시집을 읽게 된 이유는 학업의 일환이었다. 하지만 모처럼 만에 맛본 시의 향연에 흠뻑 빠져버릴 만큼 매력을 발견했던 것은 덤으로 얻은 수익이다. 요즈음은 SNS와 유튜브 등 즐거움을 향유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서 시를 등한시하는 경우가 많지만 오래간만에 시를 수십 편 접하고 보니 마치 딴 세상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시의 재발견이라는 표현이 어울릴지는 모르겠지만 진한 여운을 남겼던 것은 확실하다.


<어느 가슴엔들 시가 꽃피지 않으랴 1>에 수록된 시들은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한 번쯤은 접해봄직한 작품들이다. 김소월의 <진달래꽃>을 비롯하여 이육사의 <광야>, 정지용의 <향수>, 박인환의 <목마와 숙녀>, 박노해의 <노동의 새벽>, 기형도의 <빈집>, 천상병의 <귀천> 등 교과서에 수록되었던 우리나라 대표급 시인들의 작품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런 한 편 십수 편의 시들은 여태껏 한 번도 읽어보지 못했던 작품들도 있다. 그만큼 시에 대해서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는 반증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의 특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각 시마다 해설이 달렸다는 것이다. 당시 명지대학교 교수로 재직하고 있던 정끝별 교수의 해설인데 시에 대한 일화를 소개하고 있어 이해의 폭을 넓히는데 한층 도움을 주고 있다. 물론 교과서처럼 시를 분석하여 접근하는 방법으로 작품을 대한다면 경직된 시 읽기에서 벗어날 수 없겠지만 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해설을 참고하여 시를 읽는다면 좀 더 심층적으로 시 읽는 즐거움에 매료될 수도 있을 것이다.


시집을 읽는 즐거움은 평이한 언어에서 느낄 수 없는 고도화된 창조적 접근의 묘미를 일깨워준다. 시의 전개에서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시어들이 불현듯 똬리를 틀고, 기존의 흐름을 전복하는 경험을 하게 되면 시인의 천재적인 마성은 더욱 빛을 발한다.


이 시집을 읽는 또 하나의 즐거움은 수준 높고 세련된 일러스트 형식의 그림들에서 찾을 수 있다. 책 표지에서 풍기는 감각적인 장면의 그림은 이 시집에서 그림이 차지하는 위치가 어떤지 대략적으로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삽화, 일러스트, 회화의 범주를 오가는 그림을 접하다 보면 시의 특장점인 상상력을 제한할 수도 있을 것 같은 우려도 있긴 하다. 하지만 오히려 새로운 방식으로 나라면 과연 어떤 그림을 통해 시를 표현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는 것도 나름 의미 있는 접근은 아닐까 싶다.


시집에 수록된 수많은 시들 중에서 가장 큰 관심을 끄는 것은 곽재구의 <사평역에서>라는 시다. 워낙 유명한 이 시는 25년 전 대학 문학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알게 된 시다. 세월이 흘러 다시 접해보니 그때는 미처 느끼지 못했던 감성들이 새롭게 흘러넘치는 것을 보면, 시 또한 독자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를 겪는 생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어느 가슴엔들 시가 꽃피지 않으랴 1>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적어도 이 정도 시는 읽어야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구입했던 책이다. 구입한 지 몇 년이 되어 읽게 된 책을 보면 책과 독서의 연은 다르다는 생각이 들긴 한다. 하지만 과거에 어떤 생각을 가지고 구입을 했던 실제로 읽을 기회가 생기니 소장을 위한 구매 습관이 결코 낭비성 행위라고 폄하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복잡한 현대 사회에서 삶의 여유를 찾기란 쉽지 않다. 바늘 하나 들어갈 틈 없이 꽉 짜인 일상의 틀 속에서 잠시 시간을 멈추고, 시 한 편 읽기에 도전해 본다면 그 작은 행위가 유한한 생의 시선을 폭발적으로 확장시키는 데 크게 일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어느 가슴엔들 시 한 편 꽃 피우고 싶은 사람 없겠는가? 다들 알지만 막상 용기 내어 시집 한 권의 첫 장을 넘긴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그렇게 시집을 펼쳐 작품을 읽다 보면 시가 곧 인생이고, 시가 인생의 전부일 수도 있다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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