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석 / 랜덤하우스코리아
글쓰기의 종류는 다양하다. 일기나 수필과 같이 주관적인 성격이 강한 글도 있고, 시나 소설처럼 예술적인 글도 있다. 나아가 연극의 대본, 영화의 시나리오는 글의 장르를 뛰어넘어 다른 예술의 장르와 결합하여 글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이런 글쓰기의 장르가 있음에도 리뷰는 다소 생경할 수 있다. 리뷰의 뜻을 네이버 검색을 통해 찾아보면 ‘전체를 대강 살펴보거나 중요한 내용이나 줄거리를 대강 추려 냄’이라는 사전적 정의가 나온다. 이런 정의가 완전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대략적으로 리뷰의 뜻을 설명하기엔 부족함이 없을 것 같다.
그렇다면 과연 리뷰의 종류에는 무엇이 있을까? 아마도 대표적인 것이 도서 리뷰가 아닐까 싶다. 물론 이런 리뷰에 관한 글이 오래전부터 활성화되었다고는 말하기 힘들다. 인터넷이 대중화되고,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특히,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잇는 블로그가 대중화되면서 이런 방식의 글쓰기가 호황(?)을 누리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블로그를 운영하다 보니 막연히 신변잡기나 일기를 쓴다는 것만으로는 대중적인 글을 쓰는데 분명 한계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또한 내밀한 생각을 쓴 글을 공개한다는 것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그에 대한 대안으로 쓰기 시작한 것이 도서와 영화에 관련된 리뷰이다. 도서 리뷰는 말 그대로 도서를 읽고, 그 책을 소개하는 것이기에 나름 쓸 것이 많았다. 하지만 영화 리뷰는 좀 더 전문적인 영역에서의 접근이 필요하기 때문에 과연 어떤 식으로 리뷰를 써야 할지 막막했다. 그러던 중에 랜덤하우스에서 발간한 《세상 모든 글쓰기》시리즈 중에 <영화보다 흥미진진한 영화 리뷰 쓰기>(이하 영화 리뷰 쓰기)를 만난 것은 행운이라 할 수 있겠다.
그동안 두서없이 영화 리뷰를 쓰다 보니 글에 특색이 없고 감칠맛도 나지 않았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단점을 극복할 수 있도록 대안을 제시한다. 내러티브를 분석한다거나 캐릭터 위주로, 혹은 영화사적인 관점, 작가나 형식의 분석을 통해 특화된 글쓰기를 하라는 것이다. 이는 포괄적인 글쓰기를 지양하고 좀 더 심층적인 접근을 통해 글의 범위를 한정함으로써 선명하게 의도가 부각된 색깔 있는 글쓰기를 지향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여도 좋을 것 같다. 또한 말미에서는 블로그에 한정된 글쓰기의 단점을 지적하고,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여 진정한 영화 리뷰어가 되라는 충고도 마다하지 않는다.
우선 이 책이 처음은 아니다. 이 전에 한 번 읽었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시 한번 읽어 보니 워낙 오래전에 읽은 책이라 그런지 처음부터 끝까지 낯익은 곳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생경한 느낌이었다. 아직도 책의 내용을 숙지하지 못한 만큼 몇 번을 읽어야 소화될 책이다. 책은 그리 어려운 편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영화라는 대중 예술의 한 장르를 이해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있다. 또한 영화라는 종합예술을 책 한 두 권으로 이해한다는 것도 어불성설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 비록 150페이지도 안 되는 책이라 할지라도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고, 여러 번 읽어서 그 뜻을 새길 필요가 있다.
이 책을 보면 영화 리뷰를 쓰기 위한 다양한 방식이 소개되어 있다. 이를테면 내러티브를 분석한다든지 캐릭터를 파고 들어가라고도 하고, 영화사나 작가를 분석하라고도 한다. 영화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테크닉에서는 서두를 인상적으로 쓸 것을 주문하고, 줄거리를 임팩트하게 정리하라고 조언한다. 나아가 다른 평론가의 글을 인용하라고도 한다. 물론 이런 방식들은 하나 같이 리뷰에 적용할 만한 팁들이다. 하지만 전적으로 이런 방식에만 의존해서 쓸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다만 참고할 거리로 삼고, 자기만의 방식을 접목하여 리뷰를 쓴다면 아마도 독창적인 방식의 리뷰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영화 리뷰 쓰기>에서 저자가 특별하게 제시하는 것은 부분을 특화하라는 것이다. 영화 리뷰라고 해서 전반적으로 영화의 줄거리를 쓰고, 배경을 쓰고, 감상을 쓰는 획일화된 방식만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저자가 제시한 방식처럼 캐릭터 위주로 글을 쓴다든지 아니면 영화사적인 관점에서 글을 쓸 수도 있다. 아예 줄거리는 배제한 채 영화에 함축된 철학적인 가치만으로 한 편의 리뷰를 완성할 수도 있다. 이런 리뷰 쓰기의 다양한 접근은 그만큼 영화라는 장르가 갖추고 있는 종합적인 특성에 기인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음악, 미술, 영상, 효과, 카메라 기법, 시나리오, 배우, 소품 등 다양한 예술 장르나 현대화된 장비, 기법들은 영화 리뷰라는 글쓰기의 장르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한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영화 리뷰 쓰기는 그 어떤 장르의 글쓰기보다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영화 리뷰를 써오면서 좀 더 전문적으로 리뷰를 쓰지 못했던 것이 큰 아쉬움이었다. 하지만 이젠 그런 부담을 조금은 덜게 되었다. 저자가 제시한 방식의 글쓰기만으로도 그동안의 진부한 글쓰기의 형태에서 벗어나 조금은 새로운 방식으로 영화 리뷰를 쓸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다. 이 책을 계기로 영화에 대해 좀 더 전문적인 식견을 기르고, 나아가 나만의 방식으로 특화된 영화 리뷰를 쓸 수 있는 날이 도래하기를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