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글쓰는 책

기막힌 이야기 기막힌 글쓰기

최수묵 / 교보문고

by 정작가


책표지를 보면 '퓰리처상 작가들에게 배우는 놀라운 글씨기의 비밀'이라는 부제가 있다. 퓰리처상 작가들이라면 기자와 관련된 책일까. 이런 의문이 들면서 책을 훑어보니 인터뷰, 디테일, 내러티브 등 일반적인 글쓰기에 관한 책이라기보다는 기자들을 위한 책이라는 단서들이 발견되었다. 기자들에게 특화된 책이라고 할지라도 물론 글쓰기에 도움이 될 것임은 자명하다. 책 앞표지 하단은 다음과 문구가 적혀있다. '스토리텔링을 넘어 내러티브로, 글쓰기가 진화한다'.


<기막힌 이야기 기막힌 글쓰기>는 내러티브 글쓰기에 관한 책이다. 내러티브는 '사건이나 경험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구성하여 전달하는 이야기 구조'를 의미한다.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스토리텔링이 흔히 작가가 청자에게 이야기한다는 개념으로 쓰이고 있다면, 내러티브는 시간적 구성에 좀 더 중점을 둔 용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는 하버드 니먼 재단에서 그동안 신문 기사에 이야기 형식을 차용한 형태를 여러 가지 용어로 부르다가 2001년을 기점으로 통일된 용어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이 책의 저자인 최수묵은 동아일보 기자이다. 글과는 거리가 멀다는 이공계 출신이다. 하지만 그가 이 책에서 풀어내는 내러티브 글쓰기는 25년간을 기자로 몸담은 이력이 말해 주듯이 흔히 볼 수 없는 글쓰기의 방향을 설정해 준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내러티브 글쓰기는 비단 기사 쓰기의 영역에서만이 아닌 사실적인 글쓰기를 지향하는 어떤 분야에서도 차용 가능한 기법이라 그 활용 범위는 다양하다. 블로그를 운영하기 전까지만 해도 문학적인 글쓰기가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알고 있었지만 정반대인 상황을 알게 되면서 일반적인 글쓰기에 더욱 관심이 깊어지게 되었다. 이번 기회에 내러티브 글쓰기라는 새로운 글쓰기 방식을 포스팅을 하는데도 활용한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책의 구성에서 보면 '형용사를 버리고 동사로 전하라'는 부분이 퍽 인상 깊게 다가온다. 이는 현장에 있는 듯한, 생생한 글쓰기를 지향하라는 말이다. 이는 '디테일이 우리를 주제로 인도한다'는 부분과도 일맥상통한다. 결국 이런 지침은 세부적인 요소가 주제를 함축하고 드러내는데 훌륭한 도구로서 활용될 수 있음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책의 제목처럼 기막힌 이야기를 가지고 기막힌 글쓰기를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는 글쓰기를 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소망하는 바람일 것이다. 스토리텔링, 내러티브 글쓰기로 이어지는 글쓰기의 진화는 '이야기'의 중요성을 다시금 실감케 한다. 엄청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지만 정작 우리의 감성은 점점 메말라 가고 있다. 사람들이 이야기에 열광하는 것도 이런 세태와 무관하지 않다. 감동과 교훈, 이야기가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 없다. 스토리텔링이나 내러티브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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