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글쓰는 책

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

이윤기 / 웅진지식하우스

by 정작가


독서모임에서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라는 책을 처음 접하고 이 책이 제법 유명한 책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를 읽고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훨씬 더 위대하다는 사실이 확연히 드러난다.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와 나란히 어깨를 겨룰 수 있는 인물이라고 하니 그 위치를 가늠해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의 저자인 이윤기 또한 우리 문학사에서는 독보적인 존재라고 할만하다. 특히 번역가로서 그의 위치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런 그가 탐내는 작가가 쓴 <그리스인 조르바>는 도대체 어떤 작품인지 당장이라도 한달음에 읽고 싶은 충동이 인다. 아직 <그리스인 조르바>라는 책을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이 책의 주인공인 조르바가 매력적인 성격을 가진 주인공이라는 사실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 책에 <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라는 제목을 붙인 것도 ‘조르바’가 뿜어내는 남다른 아우라가 강렬한 이유 때문은 아닐까? 더군다나 그런 조르바를 춤추게 할 수 있는 글쓰기에 관한 책이라면 기대해도 좋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은 문고판보다는 조금 크고, 보통 책 사이즈보다는 작은 크기의 책이다. 읽어보면 그런 책의 크기와는 상관없이 누구라도 알차게 엮어진 책이라는 사실을 금방 알 수 있다. 책날개에 ‘이윤기체’라는 말이 등장하는 것을 보면 저자의 위치를 가늠하기가 그리 어렵지 않다. 개성적인 저자의 필체는 강한 흡인력이 있고, 묘한 마력에 빠져들게 할 만큼 강렬하다. 특히 신화작가로서도 명성을 떨친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시리즈는 밀리언셀러로 그 작품성을 검증받았다. 그뿐만이 아니다. 1998년 <숨은 그림 찾기 1 – 직선과 곡선>으로 동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소설가로서 입지도 제대로 다져놓았다. 이런 저자의 이력을 살펴보자면 이윤기라는 작가가 우리 문학사에서 얼마나 큰 족적을 남겼는지 금방 알 수 있다. 번역서로서는 <장미의 이름>, <푸코의 진자>, <그리스인 조르바>, <변신이야기> 등이 있다고 하는 데 하나같이 비중 있는 작품들이다.


<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는 번역가, 소설가, 신화작가로서 단단한 입지를 구축했던 저자가 글쓰기에 관한 정수를 모아놓은 책이다. 이 책에는 글쓰기, 번역, 신화, 우리말, 언어에 이르기까지 포괄적인 글쓰기의 담론이 다양하게 펼쳐져 있다. 책을 읽다 보면 저자의 방대한 사유의 깊이와 넓이를 가늠하기 힘들 정도다. 그렇더라도 이런 책을 읽게 만드는 것은 다양한 산들을 넘으려는 도전 의지를 다시금 되새기려는 의지가 충천하기 때문이다. 비록 <그리스인 조르바>를 쓴 니코스 카잔차키스나 이 책을 번역한 이윤기처럼 훌륭한 작가는 되지 못할지언정 그런 큰 산맥을 바라보며 조그만 동산에라도 머물 수 있다면 좋겠다. 이 책에서 밝힌 것처럼 ‘조르바’가 상징하는 자유는 인간의 존재 자체를 규정짓는 가장 큰 이유이자 존재의 의미일 수 있을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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