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글쓰는 책

글쓰기, 어떻게 쓸 것인가

임정섭 / 경향 BP

by 정작가

글을 쓴다는 것,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더군다나 독자를 상정한 글쓰기는 더욱 그렇다. 그런 이유로 글쓰기 관련 책들을 수시로 접하지만 뾰족한 방법은 없는 것 같다. 그렇더라도 이런 책에 몰두하는 이유는 그나마 알고 있던 기본 지식이라도 지켜내려는 안간힘 때문인지 모른다. 글쓰기 방법론이야 수도 없이 많을 터이지만 글쓰기의 본질이야 다를 리는 없을 테니 말이다.


<글쓰기, 어떻게 쓸 것인가>의 저자는 일찌감치 <글쓰기 훈련소>라는 책을 통해 대면한 적이 있다. 포인트(POINT) 라이팅 기법이라는 다소 생소한 글쓰기 기법을 소개한 것이 포인트였는데 이 책에서도 그에 대해서는 상세하게 소개되어 있다.


이 책이 글쓰기에 관한 책이면서 첫 장을 필사(筆寫)에 관련된 내용으로 할애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글쓰기에 있어서 필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저자의 인식 때문이 아닐까 싶다. 장의 말미에 ‘필사에 도움이 될 만한 멘토들’의 글은 그런 면에서 참고할 만한 가치가 있다. 아울러 각 장의 끝에 있는 ‘글쓰기 멘토들의 조언’에서는 다양한 작가들의 글쓰기에 대한 생각을 엿볼 수 있다.


2장을 보면, 글 쓰는 습관을 들이는 법에 대해 기술하고 있는 데 다양한 상황이나 관점에서 글감을 찾아 글을 쓸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테면 어릴 적 기억이나 기분 나쁜 악몽에 대해 쓴다든지, 나의 치명적인 약점이나 나를 소개하는 글을 써본다든지 하는 식이다.


이 책에서 주목할 만한 특징이라면 주옥같은 명문을 곳곳에 배치해 놓은 것에 있다. 이는 글쓰기의 방법론적인 접근으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할 만하다. 이런 접근은 수사법을 적용하는 단계의 글쓰기로 그 범위가 확장된다. 대표적인 수사법인 은유, 직유, 의인, 대조를 통해 맛깔스러운 글쓰기의 전범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혹적인 글쓰기를 지향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매혹적인 글쓰기는 과연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 것일까? 저자는 6가지 방식을 통해 그에 대한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첫 문장을 어떻게 쓸 것인가에서부터 문장 하나로 끝내는 피칭, 스토리텔링, 화룡점정(畵龍點睛)의 기법에 이르기까지 다소 밋밋할 수 있는 문장에 생기를 불어넣는 작업을 주문하고 있다. 또한 창의적인 글쓰기에 대한 예시를 통해 발전적으로 글쓰기의 방향을 유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글쓰기에서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은 사상의 깊이다. 아무리 글쓰기의 이론을 통달한다고 할지라도 주창할 사상이 없는 상태에서의 글쓰기는 앙꼬 없는 찐빵이오, 속 빈 강정에 불과하다. 그런 면에서 이런 책을 읽는 것은 어쩌면 글쓰기의 정석을 무시하고, 속전속결로 글쓰기의 험준한 준령을 넘으려는 얄팍한 속내를 들킨 것 같은 느낌이다. 그렇더라도 서두에서 밝힌 것처럼 글쓰기에 대한 기본적인 이론을 섭렵한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이런 종류의 책을 읽는 것이 무용(無用)의 수준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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