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 / 미술문화
예술에 대한 관심은 몇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연히 접하게 된 수입 예술 서적 코너에서 수채화 화실을 알게 된 인연 때문이다. 이전부터 만화에 대한 관심은 있었지만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생각조차 해보지 못했던 일이었다. 그렇게 수채화를 그리기 시작했고, 이어 야외 스케치나 드로잉 동호회도 일사천리로 가입하게 되었다. 워낙 일을 벌이기 좋아하는 성격이라 내친김에 전시, 공연으로도 관심의 영역은 확장되었다. 그러면서 미학 비평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여태껏 예술 관련 입문서 한 권도 제대로 읽지 못했던 것 같아서 부랴부랴 읽게 된 것이 바로 이 <예술론 특강>이다.
지은이 이력을 보니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와 동 대학원 미학과를 졸업하고 서원대학교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전에 서원대학교 근처에 살았던 경험이 있어 유난히 눈길이 갔던 이력이다. <예술론 특강>은 한눈에 보기에도 강의 교재로 제작된 흔적이 역력하다. 실제로 이 책의 활용법을 보면 '교수가 수업 시간에 제시할 중요한 도판은 함께 실어 강의에 도움이 되게 했다'라는 내용이 있다. 예술학 원론의 기본서라고 생각하고 읽는다면 일반인들에게도 유용한 텍스트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크게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철학적 예술론, 2부 주요 사조의 예술론, 3부 현대예술론이 그것이다. 우선 1부에서는 예술을 철학적으로 접근한다. 제1강 예술이란 무엇인가? 하는 물음에서부터 예술과 미메시스, 미와 예술, 플라톤의 예술론, 아리스토텔레스의 모방론을 다룬다. 2부에서는 고전주의, 낭만주의, 리얼리즘, 표현주의 등의 사조와 각기 관련된 작가와 예술론, 미술 운동 등에 대한 특징을 알 수 있다. 3부에서는 현대예술론을 다루는데, 하우저, 곰브리치, 메를로-퐁티의 세잔론, 추상미술, 아도르노의 모더니즘이 등장한다.
저자가 책의 머리말에서 인용한 것처럼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예술에 문외한이라도 이런 구절을 누구나 한 번쯤은 접해본 적이 있었을 것이다. 그만큼 유한한 인생에서 예술의 가치는 크다고 할 수 있다. 비록 예술의 세계에 입문한 지 몇 년 안 되는 초짜(?)이기는 하지만 이런 책을 통해 새로운 세계에 대한 문을 두드리는 듯한 심정은 설레기만 하다.
예술 이론을 다룬 책이라서 그런지 읽기가 쉽지는 않았다. 예술이란 말이 기술에서 유래되었고, 크게 공간예술, 시간예술, 시공간 예술로 구분된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배웠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모방, 재현, 표현이라는 뜻으로 쓰이는 미메시스도 어디선가 한 번 들어본 적은 있는 말이지만 정작 정확한 뜻을 알지는 못했었다. 그렇게 고대 그리스에서 헬레니즘, 중세, 르네상스, 근대로 이어지는 예술의 변천사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와 같은 철학자들의 현학적인 이론 세례를 필두로 확장되어 간다. 중간중간 삽화로 볼 수 있는 명화들 중에서 몇 점 아는 작품들이 있긴 했지만 생경한 작품들이 대부분이었다. 말 그대로 예술론이라기보다는 철학의 한 분야인 미학을 공부한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법이다. 기왕지사 예술에 눈을 떴다면 알더라도 제대로 알고 그림을 그리든 보든 해야 할 것이다. 책을 한 번 독파했다고 해서 모든 내용을 이해할 수는 없는 법이다. 그렇게 개략적으로 한두 가지만 알더라도 괜찮다. 적어도 예술이라는 분야가 그리 녹록지는 않을 것이라는 단순한 깨달음만으로도 얼마나 많은 공부를 해야 하고, 노력을 해야 할지 이해할 수 있다면 함부로 예술을 논하는 누를 범하지는 않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이면 족하다. 그렇다고 세상의 모든 예술이론을 알 필요도 없다. 단지 예술이라는 것이 어떤 것이고, 어떤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앞으로 추세는 어떻게 이어질지 예측할 수 있는 능력만 구비한다손치더라도 큰 어려움 없이 예술을 대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설사 이해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감상하고 느낄 수 있다면 그런 위치에서 예술을 바라보면 된다. 다만 좀 더 고차원적인 시선으로 예술을 볼 수 있는 시야를 넓히려고 한다면 이런 예술론과 관련된 책들을 읽고 심층적으로 접근할 필요는 있겠다. 예술에 정답은 없다. 그래서 예술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