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햄블리 / 리드리드출판
미술 창작을 시작한 지가 6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색에 대한 접근이 어려운 것은 그만큼 공포심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공포심은 무지에서 생긴다. 해서 색의 본질을 조금씩이라도 알아간다면 그런 공포심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해서 이 책을 골랐다.
<뉴욕타임스>와 <타임>지의 일러스트레이터가 색채의 향연에 당신을 초대합니다.
이 책의 저자를 소개하는 홍보문구다. 저자인 밥 햄블리는 1990년 토론토에 본사를 둔 그래픽 디자인 회사 햄블리 앤 드울리를 창업하기 전부터 <뉴욕타임스>, <타임>, <선데이 매거진> 등에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사진, 미술, 저술 등의 분야에 집중하고 있는 저자에게 색은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이 책에서 전문가의 향취가 풍기는 이유다.
<컬러애 물들다>는 색에 관해 다양한 유래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야기로 읽는 다채로운 색채의 세상’이라는 문구가 이 책의 정체성을 그대로 드러낸다. 다양한 색의 유래를 읽다 보면 색이 우리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보게 되는 색의 유래를 알아가는 동안 신선한 충격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가령 이발소 회전 간판의 비밀이란 장을 보면 이발소가 단순히 머리카락을 자르는 공간만은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어떤 동물의 입장에선 보라색이 생명을 보호해 주는 작용을 하기도 하고, 빨간색과 노란색이 어우러지는 원색이 소비자에게 주는 효과도 느낄 수 있게 된다. 이처럼 색 속에 담긴 다양한 사연과 이야기들은 그대로 하나의 스토리텔링으로 우리의 뇌 속에 각인된다.
<컬러애 물들다>는 쉽게 읽힌다. 하나의 색과 관련 에피소드로 읽으면서 두 쪽 정도만 읽으면 되기 때문이다. ‘색의 교양을 읽는다’는 느낌으로 읽는다면 한 번에 통독하지 않아도 된다. 군데군데 펴서 관심이 가는 색과 관련된 부분만 골라 읽어도 된다. 일부분이고 몇 가지 색에 한정되어 있기도 하지만 색의 어원에 대해 할애한 부분도 있다.
색에는 어떤 특정 이미지가 연상되기도 한다. 이를테면 빨강은 삶, 주황은 치유, 녹색은 자연을 상징하기도 한다. 이렇듯 색은 인간의 삶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고, 심리적으로도 크게 영향을 미친다. 산업적인 관점에서도 색은 커다란 영향력을 갖고 있다. 이에 대해 알아보려면, ‘컨테이너마다 색깔이 다른 의미’라는 장을 읽어보면 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색에 대한 관념은 단편적이다. 그동안 색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간과한 이유도 있을 테고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색깔의 아름다움에만 천착한 이유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색이 인간에게 주는 영향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크다. 이를테면, ‘마오쩌둥에게 빨간색은 대의를 위해 흘린 피를 상징하는 공산 혁명의 색’이기도 했다. 마오쩌둥 어록이 강렬한 빨간색으로 각인되는 것은 그런 효과를 노린 치밀한 전략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컬러애 물들다>는 한 권의 독서가 힘든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책이다. 이 책을 잡게 되면 그 누구라도 한달음에 읽는다는 것이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책의 분량도 큰 부담이 안 되고, 책을 읽다 보면 마치 새로운 세계에서 빠져들기라도 하듯 내용에서 헤어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그만큼 책은 흡인력이 있다.
책은 낯설게 하기의 즐거움을 주는 매체다. 우리에게 익숙한 색이 이 책을 통해 낯설게 다가올 수 있는 이유는 색 속에서 숨겨진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익숙함 속에서 낯선 것을 찾아가는 여행에서 <컬러애 물들다>는 그에 맞갖은 동반자가 되어줄 것이라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