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드프리 포오지 / 가톨릭출판사
이 책을 읽으면서 세속에 찌든 스스로를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된 것은 그만큼 신앙인으로서 반성할 점이 많기 때문이다. 흔히들 정절을 지킨다는 것은 조선시대의 유교와 남존여비 사상의 폐해, 시대에 뒤떨어진 관념으로 치부되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이전에 보았던 드라마 <무신>에서도 주인공 월아는 정절을 잃었다는 이유로 스스로 목숨을 거두는 장면이 나온다. 그렇다면 과연 이런 내용들이 담고 있는 본질적인 의미는 무엇일까? 그것은 인간이 단순히 욕망의 동물이 아닌 거룩한 신의 모상을 닮은 존재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하는 것이 인간적인 한계라고 생각하기 전에 절제의 삶을 통해 인간 본연의 가치를 지키는 일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성녀인 마리아 고레티는 어린 나이에도 죽음에 맞서 정절을 지키고자 노력했고, 결국 죽음의 길을 갈 수밖에 없었다. 물론 세속적인 견지에서 보면 이런 죽음이 무모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과연 어떤 것이 진정으로 인간의 삶에 가치를 부여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우리는 욕망 없이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이다. 하지만 분명 욕망을 적절히 통제하며 살아가는 사람들도 주위에서는 얼마든지 볼 수 있다. 이는 우리가 욕망의 노예가 아닌 욕망을 이끌 수 있는 주체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세상의 흐름이 무작정 옳을 수만은 없다. 비록 시대에 뒤떨어진 관념이나 생각이 당장 어떤 식으로든 불이익을 몰고 올 수도 있다. 하지만 진리는 결코 배반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주목할 때 우리는 세상의 반대편으로든, 진정으로 원하고자 하는 길을 갈 수 있을 것이다. 성녀 마리아 고레티가 그랬던 것처럼.
이런 성녀 마리아 고레티의 행위를 신앙적인 관점에서는 옹호할 수 있다. 하지만 하나의 생명을 가진 인간적인 차원에서라면 과연 종교라는 권위가 가진 도그마가 얼마나 인간의 삶을 파괴시키는지 곱씹을 필요는 있을 것 같다. 인류 역사상 가장 불행했던 중세시기의 종교의 잔학성은 그 이면의 숭고한 가치를 대부분 상쇄하고도 남음이 있다. 종교의 사상을 맹종할 것인지, 비판할 것인지는 개개인의 자유에 달렸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믿음으로 인간의 생명이 경시되었던 암울한 시절의 역사를 되돌아보지 않는다면, 과거 마녀사냥이나 십자군 전쟁같은 상흔으로 얼룩졌던 인류사의 비극이 다시금 재현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