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우일 주교와 함께 걷는 세상

강우일 / 바오로딸

by 정작가


지인의 소개로 구입한 한 권의 책이 이토록 심리적인 반향을 일으킬 줄은 몰랐다. 평소에 영성에 관련된 책을 잘 읽지는 않는 편이지만 요즘 들어 관심이 가는 것은 그 어떤 분야보다도 심층적으로 파고들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인 강우일 주교님은 생경한 분이다. 천주교회에 다니고 있지만 성직자들을 많이 알고 있지는 못하는 터라 처음에 유명하다는 소개를 받고도 갸우뚱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보니 주교님의 다른 저서를 읽고 싶은 마음이 강렬하게 이는 느낌을 부정하기가 쉽지 않다.


한국 사회에서 천주교의 이미지는 비교적 좋은 편이다. 군사독재에 맞서 싸운 전력이 있고, 민주화 운동의 성지가 되어버린 명동 성당은 그 상징적인 의미만으로도 많은 국민들에게 이미 각인되어 있을 정도이니 말이다. 그것은 종교의 역할이 자신들만의 울타리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참여 성향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이 책 또한 그런 성향이 강한데 책의 제목처럼 ‘함께 걷는 세상’의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저자의 통찰을 대면하자면 그 어떤 사회전문가보다도 세상을 바라보는 식견이 뛰어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세상을 알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시선을 길러야 한다. 이 책을 통해 우리 사회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된다면 ‘나’를 넘어 ‘우리’로 향하는 길이 결코 어렵게만 느껴지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고민하는 문제들은 결코 혼자만의 힘으로 해결할 수도 없거니와 연대를 통한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측면에서도 ‘함께’ 접근하는 방식이 바람직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사회 문제를 다루는 것에 중점을 둔 만큼 ‘가톨릭교회는 왜 사회 문제에 관여하는가?’하는 의문점에서 출발한다. 제주 4.3 사건과 해군군사기지 논란, 생명의 가치, 구제역, 여성의 존엄과 평화를 위한 도전, FTA와 관련된 고찰, 탈 원전 등 굵직굵직한 사회 문제를 다룬다. 그동안 수박 겉핥기식으로 알고 있는 것들이나 새롭게 알게 된 문제 인식들을 직면하자면 사회 문제에 소홀했던 내 모습을 반성하게 된다. 그리 두꺼운 책은 아니지만 그 어떤 사회 관련 서적보다는 큰 울림을 주었던 책이다.


<강우일 주교와 함께 걷는 세상>을 통해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세상을 향해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저 기도나 하고 종교의식에만 머무르는 종교인이 아니라 사회 문제를 고민하고 아파하며 행동하는 신앙인으로서 거듭날 수 있기를 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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