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조반니(DON GIOVANNI)

오페라 /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 서울

by 정작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입구에 들어서면 오페라 <돈 조반니> 홍보막이 로비에 큼지막하게 걸려있다. 프로그램북을 보면, 오페라 <돈 조반니>는 작곡가인 모차르트와 대본 작가 다 폰테가 남긴 유산이라는 문구가 선명하다.


교통체증에 이번 공연도 제시간에 관람하는 호사를 누리기는 어려웠다. 다행히 도착시간이 출입을 허용해 주는 시간이라 마치 어두컴컴한 동굴 속으로 들어가듯 조심스럽게 입장할 수밖에 없었다. 공연은 이미 진행 중이었고, 오페라 공연이라 그런지 못 보던 자막 스크린도 눈에 띄었다.


이번 공연은 라벨라오페라단 창단 10주년 기념 공연이다.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찾아보니 라벨라오페라단은 2007년 5월 1일 창단한 순수 민간 오페라 단체라는 소개가 있다. 민간에서 이런 큰 규모의 공연을 기획하고, 공연 무대에 올릴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따름이다.


이번 공연에서 특이할 만한 것은 무대배경이었는데 화면처럼 아주 큰 기왓장을 이어 붙인 것이 인상적이었다. 실제 공연에서는 배우들이 곧잘 기왓장에서 올라가 연기를 했는데 약간의 위험 요소도 있는 것 같아 보는 내내 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무대 대부분이 기왓장으로 덮여 있다 보니 정작 주공연무대는 무대 앞 일부분이라 조금 답답한 느낌도 없지 않았다. 마린스키 발레단의 <백조의 호수> 공연처럼 무대 전체를 제대로 활용했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또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오페라 원작 그대로 당대의 배경을 기준으로 한 것이 아니라 한국식으로 각색하여 우리 고전 의상을 입고 배우들이 연기를 하였다는 사실이다. 주인공이나 몇몇은 그런대로 의상이 어울렸지만 한복 의상과 조화를 이루지는 못했던 것 같다. 오페라에 대한 고정관념 때문인지는 몰라도 약간 공연이 가볍다는 느낌도 들었다. 마치 연극처럼 느껴질 뻔했던 공연은 출연진들의 뛰어난 성악 실력으로 오페라다운 면모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공연에서 신선하게 느껴졌던 점은 무대 스크린을 통해 특수효과를 활용한 부분이다. 점점 커지면 다가오는 악령의 모습이라든지 묘지의 글자를 형상화한 한자들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꿈틀댄다든지 하는 장면에서는 약간 소름이 돋기도 했다. 그만큼 공연에 신경을 쓴 흔적이 역력했다.


무엇보다도 2시간이 넘게 진행된 공연 동안 모든 대화를 성악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는 오페라 고유의 특성으로 인해 배우들이 그만큼 체력 소모가 크다는 사실은 무대 현장에서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 성악과 연기를 동시에 소화해야 하는 부담감이 아마도 오페라 출연진들의 가장 큰 고충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특히 어둔 조명 속에서 긴 시간 동안 연주를 해야 하는 오케스트라는 그 자체로서 하나의 극한직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오페라는 무대장치를 비롯하여 오케스트라 연주, 성악가들의 열연이 조화를 이뤄 한 편의 공연예술을 구현하는 장르인 만큼 종합예술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이런 종합예술을 관람하는데 중요한 것은 관람객의 태도가 아닐까, 싶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에 미리 착석하여 공연의 사전정보를 파악하고 무대공연을 즐길 수 있는 매너가 필요한 것인데 매번 공연마다 늦으니 아직 공연예술을 향유하기 위한 소양이 부족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된다.


출연진들이 많았지만 특히 레포렐로역을 맡은 배우의 성악과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공연 중의 아리아는 들을수록 감미로웠고, 그 자체로서 수많은 박수갈채를 받아도 좋을 만큼 환상적이었다. 함께 공연한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메트 오페라 합창단은 비록 오페라 속의 주인공처럼 화려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지만 실질적으로 음악 배경의 설계자로서 그 위상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동안 오페라 공연을 본 것은 겨우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오페라에 대한 매력은 커져만 간다. 요즘 세간에 화제가 되고 있는 TV프로그램인 <팬텀싱어>를 통해 성악의 환상적인 선율에 감복하고 있었던 상황에서 오페라 공연을 통해 다시금 성악의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었던 것은 아주 뜻깊은 경험이었다. 이번 오페라 공연을 계기로 공연예술관람이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면 좋겠다.




이 공연은 7년 전 오페라를 감상한 후 쓴 글입니다. 당대의 상황 속에서 맥락을 파악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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