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 천안예술의전당 / 천안
‘캣츠(CATS)’는 고양이들을 지칭하는 일반명사보다는 뮤지컬 <캣츠>라는 고유명사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뮤지컬에 문외한이라도 캣츠하면 뮤지컬이 떠오른다. 언젠가 TV에서 우연히 본 장면이 생생하게 기억이 날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주었던 그 유명한 뮤지컬이 일상의 한 조각으로 새겨지기까지 이리도 오랜 시간이 걸렸던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일까?
뮤지컬을 처음 접했던 것은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비록 생생한 공연의 현장은 아니었지만, 작곡자의 이름도 생생한, 앤드류 로이드 베버의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을 주요곡 모음으로 제작된 LASER DISC로 감상하고 난 느낌은 그야말로 환상 그 자체였다. 그 때는 <오페라의 유령>이 뮤지컬로 만들어진 사실도 모르고 마냥 음악이 좋아 빠져들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최근 이 뮤지컬 음악의 작곡가가 바로 <캣츠>의 작곡가와 동일 인물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받았던 충격은 신선했다. 여하튼 일찌감치 뮤지컬이라는 장르의 음악을 접하고서도 실제로 공연으로 뮤지컬을 감상하기까지 20년은 걸린 셈이니 생애 첫 뮤지컬 공연 <캣츠>를 감상한 느낌은 남다르다고 할 수 있다.
뮤지컬 <캣츠>는 흔히들 말하는 세계 4대 뮤지컬 중의 하나로 꼽힌다. <오페라의 유령>,<레미제라블>, <미스 사이공>이 그 작품들이다. 이 중에서 두 작품을 작곡한 사람이 앤드류 로이드 베버라면 뮤지컬에서 그의 위치를 가늠하기는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런 뮤지컬 대가의 작품 중에서 <캣츠>와 처음 인연이 된 것은 <오페라의 유령>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뮤지컬은 일반적으로 창작, 투어, 라이선스 뮤지컬로 나눌 수 있다. 이번 천안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된 <캣츠>는 투어 뮤지컬이다. 투어 뮤지컬은 공연단이 직접 와서 공연하는 방식을 말한다. 그런 만큼 무대 세트나 뮤지컬 배우, 음악 등이 거의 현지 공연 수준이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캣츠>는 뮤지컬 대부분이 줄거리나 주제를 갖고 있는데 비하여 일정한 줄거리가 서사적으로 연결되지 않은 레뷔 뮤지컬로 분류할 수 있다.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고양이로 분한 배우들이 개인기에 치중하는 측면이 강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단순한 볼거리만을 제공하지는 않는다. 그 속에는 단편적이지만 이야기가 있고, 사연이 있다. 특히 이 뮤지컬에서 가장 유명한 곡이라고 할 수 있는 ‘MEMORY’는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본 적이 있을 정도로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곡이다.
워낙 큰 기대를 하고 가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무대는 생각보다 작게 느껴졌다. 수많은 고양이(?)들이 공연하기에는 다소 좁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기우에 불과했다. 다소 열악한 무대 공간 속에서도 고양이로 분한 뮤지컬 배우들은 뛰어난 기량과 절제된 군무로 관람객들의 시선을 압도했다.
고양이 연기를 한 배우들의 개성이 넘치는 복장과 현란한 조명, 무대 장치 또한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주최측의 통제로 비록 현장 사진을 남기기는 어려웠다. 그만큼 공을 들였던 무대라고 할 수 있다. 무대 배경이 되는 공터에는 일반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크기의 소품들보다 큰 물건들이 배치되어 고양이의 시선으로 관객들이 무대를 바라볼 수 있도록 눈높이를 맞춘 흔적이 역력했다.
또한 뮤지컬 시작과 끝에는 배우들이 관객석으로 난입(?)해 가까이에서 배우들을 지켜볼 수 있는 기회도 가질 수 있었다. 특히 인터미션 시간에 관객들과 프리허그의 시간을 가진 한 배우는,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었는데도, 한 사람도 빠짐없이 응해주어 보는 이들의 마음을 흐뭇하게 했다.
뮤지컬이 공연되는 동안 마치 꿈속을 거니는 듯한 느낌에 빠져들었던 것은 아름다운 선율의 음악과 감동적인 노래, 몸을 아끼지 않은 배우들의 열연, 잘꾸며진 무대와 조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주말 오후, 뮤지컬의 정수를 느낄 수 있도록 감동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캣츠>는 공연 예술이라는 새로운 문화 체험의 장을 열어주었던 계기가 되기에 충분했다.
공연기념으로 구입한 CD에 수록된 곡 중에서 매혹적인 고양이, 그리자벨라가 부른 ‘MEMORY’를 반복해서 듣는 동안 뮤지컬 ‘캣츠’의 여러 공연 장면이 오버랩 되었다. 순간 개성만점의 고양이들 무리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착각이 들었던 것은 그만큼 공연이 주었던 감동과 신선한 충격 때문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