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 / 서울
생애 두 번째로 접하게 되는 뮤지컬이 공연되었던 것은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이었다. 건물 벽면에는 흑과 백의 조화를 이룬 수녀 사진이 양갈래로 펼쳐져 있었다. 뮤지컬 <시스터 액트>의 장엄한 포스가 그렇게 드러난 것이다. 가로등 아래에도 여지없이 포스터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모으느라 주변을 도배하다시피 했다. <시스터 액트>는 일찍이 영화로도 알려져 있던 작품이라 개략적인 내용은 알고 있었지만, 실질적으로 영화를 제대로 본 적은 없었던 터라 기대감이 컸다. 액션 넘치는 수녀들의 합창과 군무가 인상적이었던 영화 속 인물들이 어떻게 무대에서 열연을 펼칠지도 관건이었다.
공연이 시작이 되기 전 눈길을 끈 것은 기념품과 프로그램북을 파는 코너였다. 생애 첫 뮤지컬인 <캣츠> 공연장이 있던 천안예술의전당에서는 볼 수 없었던 광경이었다. 포토존 또한 화려했다. 마치 뮤지컬 속 수녀들이 바로 앞에서 공연을 하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열 명 남짓한 수녀로 분한 배우들의 각기 개성적인 포즈와 장난기 어린 표정은 미소를 자아내게 했다. 거대한 성모마리아상 아래에서 두 팔을 벌려 신에게 경의를 표하는 듯한 배우들의 따뜻하고 한환 표정을 보면서 극의 내용 또한 개략적으로 짐작할 수 있었다.
뮤지컬영화는 대개 뮤지컬 공연 후 히트하면 제작되는 경우가 많은데 <시스터 액트>는 다르다. 이 작품은 1992년 동명의 영화로 먼저 개봉하고 나서 뮤지컬로 제작한 케이스이기 때문이다. 프로그램북을 보니 오리지널 프로듀서가 영화의 주인공으로 출연했던 우피 골드버그라서 색다른 느낌을 받기도 했다.
뮤지컬 <시스터 액트>에서 가장 주목을 했던 것은 한국 배우의 출연이다. 오리지널 뮤지컬이라서 모두 외국배우들 일색이었는데, 유일하게 한국 배우가 출연을 했으니 눈에 확 띌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 주인공은 바로 김소향이라는 배우다. 국제적인 뮤지컬배우답게 연기나 가창력 모두 흠잡을 곳이 없다. 세계적인 뮤지컬에서 한국인이 캐스팅되는 일은 드문 것 같은데, 과연 그런 배우의 역량을 인정받았다는 것이 대단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뮤지컬 주인공인, 들로리스 역을 맡은 데네 힐이라는 배우는 흑인 배우였는데 거침없이 내뿜는 성량으로 커다란 울림을 주었다. 가장 흥미를 끌었던 것은 조연급으로 출연했던, 악당들의 캐릭터로 출연하는 배우들이었다. 무대를 오가며 펼치는 이들의 연기는 그야말로 뮤지컬코미디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무대 연기를 통해 관객들에 많은 웃음을 선사했던 그 기억들을 잊을 수 없다.
이 뮤지컬에서 가장 볼만했던 것은 무엇보다도 수녀들로 분한 배우들의 자유분방한 몸놀림과 제스처, 합창 같은 것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극 중 들로리스라는 가수의 지휘를 받는 수녀들의 합창 연습 장면은 수도자들의 실생활을 풍자하는 대사로 인해 더욱 웃음보를 자극하게 만들었다. 오리지널 뮤지컬이다 보니 온전히 무대에 집중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영어로 대사를 하다 보니 수시로 자막을 쳐다봐야 내용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한편, 자막을 보면서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는 상황도 종종 발생한다. 번역 자막이 비속어를 그대로 차용해서 쓰다 보니 더욱 그런 느낌을 받게 된다. 막상 현장에서 대사를 듣는 것보다 스크린을 통해 자막을 보는 것이 코미디적인 요소를 더욱 부각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무대 장면의 전환도 볼만했다. 각기 다른 상황을 연출하기 위해 꾸며진 무대 배경은 내용에 맞게 수시로 변경되어 극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이끌었다. 이는 영화 속 이야기를 한정된 무대에서 연출할 수밖에 없는 시공간적 제약에 따른 것인데, 그런 이유 때문인지 무대 장면 전환 방식도 기상천외하게 이루어졌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배우들의 움직임을 보면서, 과연 프로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뮤지컬 <시스터 액트>를 보는 또 하나의 즐거움은 화려한 배우들의 의상을 보는 일이다. 배우들의 일명 '반짝이 의상'은 보는 눈을 즐겁게 할 만큼 화려했다. 경박한 것과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수녀들의 좌충우돌 연기스타일은 시종일관 유쾌한 한 편의 코미디를 감상하는 듯한 느낌을 받게 했다. 아울러 경쾌한 리듬에 맞춰 다 함께 부르는 다양한 노래들은 뮤지컬의 진정한 '맛'을 느낄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렇다. 뮤지컬 <시스터 액트>는 화려한 의상과 무대, 경쾌한 떼창의 향연으로 뮤지컬코미디의 진수를 느낄 수 있었던 그런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