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화원 (20회)

미인도

by 정작가

<바람의 화원> 마지막 회인 <미인도> 편에서는 김조년의 몰락과 죽음, 정향의 도피, 정순왕후 일가의 정계 은퇴, 벽제 장벽수의 검거, 김홍도와 신윤복의 이별이 차례대로 그려진다. 극 중 한때 신윤복의 성정체성이 탄로 나 위기를 겪는 듯도 했으나 정조의 발 빠른 대처로 결국은 <바람과 화원>의 강력한 대결 구도였던 정조와 정순왕후의 싸움은 정조의 승리로 끝나게 된다.


이번 회차에서 김홍도와 신윤복의 이별은 다시금 위기에서 신윤복이 회생함으로써 그 단초를 이어가게 된다. 정조가 신윤복이 여성임을 알고 이를 추궁하는 과정에서 김홍도가 아뢰는 말은 임금의 마음조차 움직일 정도로 여운을 남긴다.

“전하, 이 아이가 남장을 하여 전하를 기망하고 어진화사까지 진행한 일은 죽어 마땅한 일이옵니다. 하오나 혜원은 서징의 여식이옵니다. 어려서 아비를 잃고 여인이지만 여인으로 살 수 없었던 그 기구한 운명을 헤아려 주시옵소서. 임금을 기망한 계집이 아닌, 억울함을 풀지 못한 전하의 한 백성으로서 그 아픔을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정순왕후가 신윤복이 여성임을 알게 되었을 때만 해도 그는 정조와의 대전에서 승리를 장담했다. 하지만 정조가 이를 부인하고, 김홍도와 신윤복을 도피시키면서 상황은 반전된다. 결국 신분을 숨기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김홍도와 신윤복은 먼 길을 떠난다.


“단원과 혜원은 잘 떠났는가?”

“그렇습니다,”

“누군가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릴 수 있는 단원이 부럽구나.”


정조는 도승지인 홍국영에게 말하며 그들을 추억한다.

한편, 괴한들의 추격을 피해 도망친 김홍도와 신윤복은 폐가에서 불을 피우며 이야기를 나눈다. 여기서 신윤복은 자기로 인해 주변 사람들이 많은 피해를 보았다며 자기가 떠나겠다고 한다.


“그리고 너 혼자 떠나면 그게 대체 뭐란 말이냐? 너 없이 나 혼자 살면서, 나 혼자 그림을 그리면서, 그게 도대체 사는 거냔 말이냐? 나는 세상 끝까지 너하고 같이 갈 것이다.”

“스승님께 제가 대체 무엇입니까?”

“너는 내 제자이고, 내 벗이고 내 절친했던 친구의 딸이다.”

“그것뿐입니까?”

“내 벗의 여식이고, 나의 제자이고, 내가 세상 끝까지 지켜주고 싶은 나의 여인이다. 그러니 딴생각하지 말거라.”


김홍도에 기대어 자던 신윤복을 보며, 김조년의 호위무사에게 전달받은 서신을 보며 말한다.


“우리가 살 길이 생겼다.”


그 서신은 김홍도의 스승과 그의 절친이었던 서징 부부의 죽음을 밝힐 수 있는 단서였다. 김홍도는 서둘러 길을 떠나고 딴생각하지 말고 집으로 가 있으라는 언질을 준다. 그런 그에게 신윤복은 김홍도의 손을 매 만지다 붕대를 풀고, 얼굴에 가져다 댄다.


“스승님의 손은 참 따뜻합니다.”


눈물을 흘리는 신윤복은 이별을 예감한 듯 그를 마지막으로 쳐다본다.


“내 금방 오겠다.”


첫 만남부터 그와 함께했던 시간들을 회상하며 신윤복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다. 한편, 정조를 다시 찾은 김홍도는 그간의 사정을 말하고, 서찰을 전해주며 선 세자를 음해한 증표라고 고한다. 이에 정조는 신하들을 모아놓고, 선 세자를 추존하겠다는 명을 내린다. 우상과 정순왕후의 오라버니는 정순왕후에 의해 궁궐을 떠나게 된다.


‘이제 나는 한 사람에 대해 말하려 한다. 나는 지금 기쁘고도 고통스럽다. 그를 떠올리니 기쁘고, 그를 잃을 것이니 고통스럽다. 그는 나의 제자였고, 나의 스승이었고, 나의 친구였고 그리고 나의 연인이었다.’


신윤복과 약속 장소를 찾은 김홍도는 신윤복은 온 데 간데없고, 덩그러니 남은 <미인도>를 발견하게 된다. 차마 만질 수 없는 신윤복의 얼굴처럼 <미인도>조차도 제대로 손대지 못하는 애절한 슬픔으로 그림을 끌어안으며, 김홍도는 마지막으로 <미인도>의 얼굴을 만지며 오열한다.


‘그림은 무엇이냐?’

‘그림은 그리움이 아닐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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