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투(爭鬪)
이번 회차인 <쟁투> 편에서는 두 화원과 김조년의 대결, 화원과 화원 간의 대결, 그림과 그림의 대결이라는 다소 복합적인 측면에서 하나의 주제를 이끌어 냈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김조년의 음모로 스승과 제자의 화사 대결을 펼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김홍도와 신윤복은 최선을 다해 쟁투에 임할 것을 결의한다. <쟁투> 편에서는 김홍도와 신윤복의 화사대결이 주를 이룬다. 이전의 회차에서 보여주었던 판돈 걸기 모티프는 이번 회차에서도 여지없이 극을 흥미로운 상황으로 몰고 간다. 비록 제자와의 대결이지만 승리를 바라는 스승의 마음으로 건네주는 붓을 통해 신윤복은 그에 대한 존경과 흠모의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이렇듯 비록 대결 양상을 띠는 화사라고 할지라도 그들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신뢰감이 굳건함을 알 수 있다.
극의 초반에는 어진화사에서 어진을 찢는 장면부터 사형장에 끌려가 죽음의 위기에 직면하게 된 상황, 정조가 선친의 모습이 그려진 초상화를 보고 애통해하는 장면까지 마치 파노라마처럼 지나간 일들이 수놓아진다. 신윤복이 김홍도와 함께했던 시간을 회상하는 장면 또한 추억의 과정을 더듬는 듯 빛바랜 색조로 표현된다.
두 화원이 대결을 펼칠 화제((畫題)는 <쟁투>다. 마지막 회차를 한 회 앞둔 시점에서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명작들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는 여전히 <바람의 화원>에서만 느낄 수 있는 색다른 즐거움이다. 이번 회차에서 공개된 그림은 김홍도의 <씨름도>와 신윤복의 <쌍검대무>로 극 중 ‘쟁투’라는 화제(畫題)를 주제로 그린 작품들이다. 드라마에서는 이들 작품들에 대한 특성을 발굴하여 하나씩 통을 매기는 방식으로 공개 채점 형식으로 접근한다. 옛 그림들을 작가의 시선에서 재해석한 내용은 배우들의 입을 통해 그대로 전달된다. 특히 김홍도의 <씨름도>에서 잘못 그려진 구경꾼의 손가락 위치를 지적하는 장면이라든지, 노을빛에 반사된 그림에서 나타나는 특수효과를 보고 감탄하는 장면 등은 작가의 뛰어난 상상력에 혀를 내두를 만큼 뛰어난 재치가 돋보이는 작품이기도 하다.
구경꾼의 손가락 위치를 지적하는 장면은 김홍도가 스스로 작품의 흠결을 보이기 위한 설정으로 제자인 신윤복의 작품 수준을 추켜 올려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런 미세한 장치들을 통해 감정의 울림은 극에 달한다. 다만 그런 울림을 표정에서 감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시청자로서는 아쉬운 부분이 될 수도 있겠다. 여하튼 그런 제자 사랑을 보여준 김홍도 작품이 반전될 수 있었던 것은 빛의 반사를 이용한 입체적 효과를 구현한 과정을 설명할 수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통의 개수가 엎치락뒤치락하면서 결국은 무승부로 승부를 낼 수 없는 상황에 이르자 김조년은 그 책임을 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이런 예기치 못한 반전은 드라마가 주는 일종의 카타르시스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거장의 작품을 연출하는 방식은 그 그림 속 상황을 그대로 재연하는 것일 테다. <쟁투> 편에서는 그런 <씨름도>와 <쌍검대무>가 영상으로 재현되는 상황을 목도할 수 있다. 수백 년 전, 그림 그리던 상황을 연출자의 상상력으로 그대로 재연하는 장면을 보면, 당시 화원의 수준이 어느 정도일지 대략 짐작이 갈 정도로 그 가치를 평가할 수 있다. 특히 신윤복의 <쌍검대무>는 당시로서는 흔히 볼 수 없었던 원색적인 색조를 활용해 칼춤을 추는 동적인 장면을 세밀하게 포착한 흔적이 역력하다. 김홍도의 <씨름도>를 재연하는 장면에서는 일시 정지 화면에서 미세한 떨림이 감지되고, 뒤이어 다른 화면을 이어 붙인 듯 옥에 티가 발견되기도 한다. 그냥 지나치는 장면에서는 결코 잡기 쉽지 않은 부분이긴 하지만 자세히 관찰하면 미세한 차이를 감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