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화원 (18회)

원수

by 정작가


<원수> 편에서는 김홍도의 스승과 신윤복의 부모를 죽음으로 몰고 간 원수, 김조년에 대한 반격이 시작된다. 그림 속의 수수께끼를 풀고 나서 그들의 죽음이 김조년이라는 원수에 의해 저질러진 만행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신윤복은 분노에 넘쳐 자신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흥분한 상태였지만 김홍도는 이를 제지하고, 안전한 복수의 길을 택하기 위해 유예의 시간을 갖기로 한다.


김조년을 마주하던 자리에서 신윤복은 그의 호위무사를 맞이하게 된다. 그가 어린 시절 부모의 죽음을 목도했던 그 눈빛을 기억해 내곤 신윤복은 억누를 수 없는 분노의 감정으로 그를 쳐다보게 된다. 한편, 김홍도는 종이 공장에서 되살린 얼굴 초상을 정조에게 보여주며, 그가 대화원과 신윤복의 부모를 죽인 자객이라는 사실을 밝힌다. 또한, 시전의 대행수인 김조년이 그 죽음의 책임자임을 고한다.

신윤복이 심혈을 기울여 그려 김조년에게 보여준 그림은 <월하밀회>라는 작품이다. 달밤에 밀회를 가진 두 남녀를 몰래 훔쳐보는 여인의 모습이 담겨있는 이 작품은 작품을 보는 것만으로 묘한 긴장감을 안겨준다. 정향이 자리한 가운데 김조년과 신윤복의 각기 다른 그림 해석은 서로 간의 감정을 자극하고, 이는 김조년에게 분노의 감정을 일으키게 한다. 그들의 대화 속에서는 한 치도 물러남이 없는 대결 구도가 여실히 드러난다.

<바람의 화원>에서 흥미로운 것은 거장의 실제 작품들을 극의 흐름과 자연스럽게 연결시키는 작가의 노련함이 돋보인다는 점이다. 유명한 <월하밀회>라는 작품을 통해 작가의 상상력이 극대화되지 않았으면 결코 이런 흐름이 자연스럽게 느껴지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 시작일 뿐이오. 내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내 삶까지 앗아간 당신을 더는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오.’

신윤복의 독백을 보면, 이제 곧 복수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김조년에 대한 그림 해석에 대한 도발은 김홍도도 가세한다. 그림 경매 자리에서 김조년의 호위무사에게 김홍도에게 칼을 겨눈 것은 그만큼 김조년에 대한 도발 수위가 높았기 때문이다. 그림 해석을 통해 간접적으로 상대를 자극하는 방식은 스승과 제자가 닮은 꼴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고차원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이 시청자들에게 어필하는 요소로 작용하는 것도 결코 우연은 아닐 것이다.

다시, 김조년과 정향이 신윤복이 <이부탐춘>이란 작품을 보고 평하는 자리에서는 서슬 퍼런 김조년을 향한 신윤복의 대결 구도가 확연히 드러난다. 한편, 별제 장벽수를 방문한 김홍도는 그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던지고, 장벽수는 곧 김조년을 청해 술을 마시며 대책을 논의한다. 그런 대책을 논의하던 옆 방에서 김홍도는 이들의 대화를 여유 있게 술을 마시며 엿듣는다.


김조년은 곧 도발에 대처하고 선공을 펼친다는 의미로 스승 김홍도와 제자 신윤복의 화사 대결을 계획한다. 신윤복에게는 정향의 자유를 미끼로, 김홍도에게는 신윤복의 성정체성을 빌미로 이들의 대결을 종용한다. 단원과 혜원의 맞대결은 다시 시전의 화젯거리로 떠오르고, 참여하지 않는 김명륜에게 김조년은 화제(畫題) 등을 빌미로 참여를 요청한다. 결국 김홍도는 김조년의 계략에 의해 스승과 제자 간의 화사 대결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싸구려 장사치의 교묘한 술수에 우리 둘 다 보기 좋게 걸려들었구나.”


그리고, 숙명적인 대결에서 제자에게 승리하기를 기원하는 메시지를 던진다.


“훌륭한 스승은 훌륭한 제자를 만드는 사람이다. 훌륭한 제자는 그 스승을 이해하는 사람이다. 더 훌륭한 제자는 그 스승을 뛰어넘는 사람이다. 익일 화사 대결에서 나를 꼭 이기거라. 그렇지 않으면 너를 제자로 인정하지 않겠다.”


<원수> 편에서는 유독 배우들의 얼굴이 클로우즈 업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복수심에 찬 두 화원이 범인을 만나는 과정에서 주체할 수 없는 분노를 삭이는 미묘한 연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눈빛처럼 미세한 반향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 표현에 의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배우들의 눈빛 연기에 집중해 보는 것도 이번 회차를 색다른 차원에서 볼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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