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글을 쓰거나 산책할 때 음악을 자주 듣는다는 박찬욱 감독은 우리에게는 꽤 익숙한 이름이다. 대표적인 영화로는 <공동경비구역JSA>를 필두로 <올드보이>, <박쥐>, <아가씨>, 최근작 <어쩔수가 없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을 명품 반열에 올리고, 영화 관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영화감독, 각본가, 영화제작자로서 세상에 좋은 영향력을 끼치며 살아가고 있는 작가의 예술에 대한 관점은 특히, 음악 분야에서 도드라져 보였다.
주로 교향곡을 좋아한다는 박찬욱 감독은 브루크너, 베토벤, 브람스, 시벨리우스, 쇼스타코비치 등의 작품을 꺼내 놓는다. 칸 영화제에서 <올드보이>로 그랑프리를 수상한 지 10년이 지난 후 한국 영화의 위상이 달라진 걸 느끼는가 하는 질문에서는 홍상수, 김기덕, 김지운, 봉준호 감독 등을 거론하며 좀처럼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한다. 가장 좋아하는 지휘자로는 하이팅크, 한스 슈미트 이세르슈테트를 좋아한다고 하는데 마치 별천지 얘기 같다.
‘평소에 현대음악도 관심 있게 듣는가’라는 질문에서는 필립 글래스, 존 애덤스, 볼프강 림을 거명한다. 영화감독으로서 음악에 대한 조예도 깊어야 한다는 차원에서 보면, 말 그대로 감독은 종합예술인으로서 다양한 미적 감각의 소유자라 할 것이다. 이와 관련된 질문으로 ‘뛰어난 심미안이나 미장센에서 엿보이는 감각은 타고난 건가’라는 물음에는 ‘그때그때의 감정을 잘 전달할 수 있는 수단이 미장센이고, 시각적 스타일, 공간적 장치, 음악, 소리와 음향효과’ 등을 비롯하여 ‘보기 좋은 화면을 위해 공을 들이는 건 아니 ‘라고 솔직히 말하기도 한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가 다소 생각할 여지를 주는 사유의 감성을 풍기는 것은 그가 대학에서 철학 전공을 했다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복수와 관련된 질문에서는 다음과 같은 포괄적인 방식으로 그에 대한 해답을 내놓는다.
나는 영화를 통해 던지는 철학적 질문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그걸 대놓고 표현하거나 날것으로 표면에 드러내고 싶지는 않다. 감각을 통해 전달하면서 철학적인 질문을 은근히 던지고 싶다. 가장 근본적이고 철학적인 이성의 질문을 감각에 실어서, 육체에서 느껴지도록 전달하고 싶은 거다.
이런 대답은 그가 철학적인 사유를 간직한 채 작품을 완성시키더라도 그것을 의도적으로 드러내지 않는 자연스러운 방식을 통해 영화적 장치, 즉 배우의 재연 행위를 통한 표현하는 방식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그가 영화 <아가씨>라는 작품에서 아나모픽 렌즈를 사용한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아나모픽 렌즈는 인물은 가까운데, 세계는 넓게 보이게 하는 용도로 활용되는 렌즈다. 디지털 촬영에 맞게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장치로 보인다.
박찬욱 감독이 만들고 싶어 하는 영화에 대해 물었다. 그의 대답 또한 간결했다.
나는 굳이 규정짓는다면, 미래의 세대, 관객들을 위해 영화를 만든다. 주변 환경에 상관없이,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내가 가장 하고 싶은, 가장 절실한 이야기를 한다. 한참 후에 보아도 의미가 있어야 시대를 뛰어넘어 살아남는 영화가 될 테니까.
시공을 초월하는, 시간을 견디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박찬욱 감독의 바람은 이미 이뤄진 것인지도 모른다. 그의 작품에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고, 이미 불후의 명작과도 같은 작품들이 즐비하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