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혹한 비극의 열차, 쇼스타코비치와 만나다

봉준호

by 정작가


<봉준호> 편에서는 영화 <설국열차>라는 작품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설국열차> 개봉 당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인 <그래비티>와 맞붙었는데도 주요 언론들이 호평을 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볼 수도 있다. 당시 인터뷰 진행 시기가 세월호 참사 직후라고 언급된 것을 보면, 지금부터 10년도 더 된 내용임을 알 수 있다.


전체적으로 인터뷰에 대한 질문은 길기도 하며 내용 또한 난해한 편이다. 영화나 음악에 대해 일가견이 없는 사람은 약간 낯선 느낌이 들 정도로 전문적인 내용이 주를 이룬다. 영화 내용 속의 디테일한 장면 묘사와 음악에 대한 질문 항목은 영화를 직접 보지 않고는 이해할 수 없을 만큼 깊이 있는 세계로 독자들을 인도하기도 한다.


앞선 인터뷰에서 박찬욱 감독이 언급했던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에 관한 내용 또한 인터뷰의 핵심 내용으로 자리한다. 회화적 미장센을 묻는 질문에는 이미지에 대한 봉준호 감독의 생각이 잘 표현되어 있다. <설국열차>라는 작품이 한국 작품으로는 보기 드물게 대부분 외국인 배우를 기용한 작품이라서 그런지 다소 종잡을 수 없는 정체성에 대해 고민한 흔적도 엿보인다. 이런 모호한 정체성에 대한 혼란은 어렸을 적 가톨릭 집안에서 자란 이력이 한국적인 감수성을 대변할 수 없다는 답변으로 그 의문을 해소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영화와 음악에 대한 결합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지만 정작 봉준호 감독은 음악에 대해서는 별로 아는 것이 없다고 겸손해하기도 한다. 영화계에 몸담고 있어도 여전히 진짜 위대한 예술은 음악이라고 봉준호 감독은 말한다. 그가 언급했던 것처럼 정말 음악을 좋아하지 않고서는 쉽게 할 수 없는 말이다. 막상 인터뷰를 읽다 보면, 그가 음악의 문외한이 아니라 조예가 깊은 감독임을 알 수 있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질문에는 영화 <괴물> 속 장면이 현실이 된 상황을 개탄하기도 한다. 온 국민이 참담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이 참사가 영화 제작자의 생각으로 이미 영상 속 화면으로 자리하고 있다는 것만 봐도 그만큼 영화는 시대를 앞서가는 장르임이 분명하다.


사람들은 내 영화의 장르가 불분명하다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슬픈데 웃기고, 희극과 비극이 뒤섞여 있어서 어떤 틀에 집어넣어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의도한 건 아니지만 내 영화는 웃기면서도 부끄럽고, 슬프지만 한편에는 웃음기가 배어있다. 인생이라는 그런 뒤섞인 감정들이 공존하는 게 아닌가 싶다.


이런 영화에 대한 변(辯)은 봉준호 감독이 늘 경계에서 작업을 했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최진석 교수가 말한 것처럼 경계에 서 있는 사람은 늘 긴장 속에서 사유의 가치를 인식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사유의 습관이 한국 최초로 제72회 칸 영화제에서 <기생충>이라는 작품으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할 수 있는 영광을 거머쥘 수 있었던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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