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무이한 블랙 다이아몬드

김지운 감독

by 정작가


김지운 감독에게 붙여진 ‘블랙 다이아몬드’라는 별명은 제21회 제라드메 영화제에서 기원한 것이다. 프랑스 평론가들이 그의 독특한 감수성과 극단적으로 아름다운 미장센을 두고 한 평가다. 그의 이런 감수성은 영화 <달콤한 인생>에서 첼로를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가 하는 물음에 대한 대답부터 예사롭지 않다. 유명한 첼로 연주자들을 거명하기도 하고, 곡목은 물론 첼로라는 악기에 대한 매력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이런 답변을 읽다 보면, 마치 한 편의 비평문을 읽는 듯 낯선 문장에 대한 이물감에 경도된다.


영화의 또 다른 질문에서는 김지운 감독이 작품에서 활용하는 메시지에 대해 말하기도 한다. 불경, 성경, 철학이든 영화를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내용이 메시지가 맞아떨어지기도 하는 것을 보면, 특별한 기준 없이 메시지를 얻을 수 있는 곳이면 수용한다는 전략을 취한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장르 영화를 제작하는 감독으로서 그런 영화들이 한국 영화에서 저평가받는 것은 아닌가, 하는 물음에서는 내적 동요를 일으키지 않는다고 진술한다. 예술가가 대부분 그렇듯 타인의 평가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것은 그만큼 탄탄한 멘털을 소유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할 것이다.


그가 여태껏 만든 영화 작품들을 보면, <조용한 가족> <반칙왕> <장화, 홍련> <악마를 보았다>처럼 소위 장르 영화에 치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다소 독특한 작품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감독에게 인터뷰어는 ‘스스로의 독특함을 일찍부터 느꼈는가?’하고 물어볼 정도로 그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1993년 비슷한 시기에 개봉했던 <터미네이터 2>와 <패왕별희>라는 두 작품을 두고, 작품성 측면에서 모두들 <패왕별희>에 몰표를 던졌을 때도 그는 <터미네이터 2>가 진짜 영화 같다며, <패왕별희>는 인위적으로 직조된 영화 같다는 평을 아끼지 않았다. 그의 이런 색다른 시선은 기존 영화들과 약간 결이 다른 장르 영화의 제작 감독으로 입지를 구축하는데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유추해 볼 따름이다.


좋아하는 화가나 작곡가를 묻는 질문에 거침없이 에드워드 호퍼, 툴루즈 로트렉, 앤디 워홀과 같은 미술가를 거명하기도 하고, 작곡가로는 바흐, 사티, 라벨, 드뷔시, 포레를 언급하기도 한다. 이런 감독의 예술에 대한 관심과 향유의 과정은 그가 하루아침에 감독으로서 자리하고 있지 않음을 알게 해 준다. 영화가 종합예술이라는 장르라고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다양한 분야의 예술을 즐기고 경험하는 과정에서 작품을 보는 눈은 더욱 확장될 수밖에 없다. 그런 식견이 예술의 향유를 통해 다져진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스스로 워커홀릭이라고 진단하는 김지운 감독은 현장에 있을 때 가장 좋다고 말하기도 한다. 영화를 만들 때 몰입하지 않으면 현실이 권태롭고 무의미하다고 말하는 감독의 말을 듣다 보면, 그의 운명이 영화와 함께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은연중에 알게 된다.


새로운 테크놀로지에 관심이 많았던 김지운 감독은 기존 스크린의 범위로 좌우로 확장한 ‘스크린엑스’라는 화면 포맷을 통해 영화는 사각 프레임이라는 전제를 깨고, 공간을 배경이 아닌 서사의 장(場)의 활용했다는 측면에서도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이런 도전과 노력이 그를 할리우드 진출 1호 감독이 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소문난 다독가이기도 한 그가 습작은 물론 일기도 써 본 적이 없었던 상태에서 쓴 시나리오가 연거푸 당선되고, 그로 인해 영화까지 찍게 된 현실을 감안하면 타고난 영화 DNA가 자리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현장 콘티도 그리고 그림 솜씨도 남다르다고 언급하는 인터뷰어의 말을 인용해 보면, 그가 영화감독으로서의 자질만이 아니라 예술가로서 다재다능한 탤런트 기질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진 도판에서 보이는 김지운 감독의 포즈만 보더라도 남다른 포스가 느껴지는 것을 보면, 예사로운 인물이 아님을 직관할 수 있다. ‘블랙 다이아몬드’라는 그의 닉네임은 그런 그의 가치를 더욱 드높여주는 상징적인 이미지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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