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경
이 장에서는 유명한 박찬욱 감독을 형으로 둔 예술가 박찬경에 대해 다루고 있다. 당시 근작이었던 <만신>이라는 장편 영화를 언급하면서 박찬욱, 박찬경 형제의 예술프로젝트인 ‘파킹찬스’라는 키워드가 보이길래 인터넷 검색을 해봤더니 두 형제의 예술적 미감과 감수성이 결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을 만큼 예술적 향취가 물씬 풍기는 프로젝트였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여기에서 박찬경은 본질을 담아내는 존재로서 예술가의 가치에 대한 말한다. 미술평론가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박찬경의 인터뷰 내용을 읽어보면, 그가 뼛속까지 예술인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미술, 사진, 영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를 섭렵하고 있는 인터뷰이인 박찬경은 시나리오를 쓰고, 미술평론가로서 눈에 띄는 활약을 해왔던 이력을 통해 작가로서 그의 여정이 다른 예술 분야까지 확장되는 길을 걸어온 셈이다.
사회와 역사에도 민감한 현실감각을 보여주고 있는 박찬경은 예술 또한 사회와 역사의 범주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예술이라는 것이 막연한 이상을 좇는 것이 아닌 현실과 결합할 때 비로소 그 가치가 빛날 수 있다고 본다면 그의 예술론 또한 결코 사회라는 관계지점망에서 벗어날 수는 없을 것이다.
큐레이터 출신이 아닌 작가로서 미디어시티서울 비엔날레 감독직을 맡기도 했던 박찬경은 그에게 중책이 주어졌던 것이 그동안 글 쓰고, 전시하고 단편영화의 공동프로젝트에도 참여하는 등 주제 의식에 관점을 둔 발탁이었다고 회고한다. 그가 정의한 예술가란 무엇일까?
예술가란, 적어도 현대 미술은 어떻게 세상과 내가 대면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지 내면에 뭐가 있는지를 보여주는 게 목적이 아니다.
그에게 예술가란 고독 속에서 내면의 가치를 풀어내는 사람이 아니라 세상과 소통하며 어떻게 자신을 드러내는지 이야기하는 사람이라고 읽히기도 한다.
그렇다면 미술이 추구하는 바는 무엇일까?
인터뷰어 김나희가 던진 질문이다. 여기에서 박찬경은 미술에 대한 고정관념을 단번에 깨는 발언을 한다.
미술을 가리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장르라고 보는 관점은 전체 미술사에서 보면 아주 얼마 안 되는 시기에만 존재했다.
고로 미술의 본질적인 영역은 미(美)뿐만 아니라 추(醜)도 아우르고, 오히려 현대로 올수록 추의 영역이 더욱 관심을 받는다고 말한다. 박찬경은 음악이나 무용처럼 미술에서 영재가 나올 수 없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림에는 영재가 있을 수도 있으나 미술에는 작가의 정신과 경험치가 큰 비중을 차지하기에 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미술을 단지 표현이나 기교의 영역으로만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포괄적인 관점에서 예술의 한 영역으로 받아들이는 거장의 미술론을 대하고 보니 관념 예술로서 더욱 난해한 현대 미술의 방향이 그리 낯설게만 느껴지지는 않는다.
‘오늘날 예술가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무엇이라 보는가’라는 질문에 박찬경은 우리 사회 예술가들의 현실적인 처우 개선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기보다 예술에 대한 무관심이나 홀대, 무지에 기반한 무시, 존경하지 않는 태도, 수치와 모멸감 등이 예술가들을 힘들게 하는 요인이라고 직격 한다. 그런 한편, 한국의 경제 수준에 비추어 열악한 예술 지원 자금에 대한 비판 또한 빼놓지 않는다. 결국 예술가를 우대하지 않는 사회적인 풍토는 우리 현실이 아직도 정신보다는 물질적인 가치에 기반을 둔 자본주의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고 해도 틀린 판단은 아닐 것이다.
마지막 인터뷰어의 물음인 ‘예술가란 어떤 존재일까’라는 질문에 박찬경은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예술가는 사회에 대해, 그저 일차원적인 비판과 분노를 표출하는 데만 그치는 게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 현상 너머에 있는 본질을 보고, 그걸 작품에 담아내는 그런 존재다.
본질을 담아내는 존재로서 예술가의 가치를 설파하고 있는 박찬경의 예술론은 물신화된 황금만능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나마 예술이 인간의 정신적인 가치를 드러낼 수 있는 마지막 보루라고 경고하는 듯하다. 예술이 단지 미적 가치에만 머무르지 않고, 그 이면의 추(醜)를 다루는 것은 아름다움의 가치에 가려진 현상의 본질을 인식하고 실체를 바라볼 수 있는 혜안을 기르는 측면에서, 좀 더 포괄적인 영역으로 미술이 그 가치를 인정받는 길임을 일깨워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