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사랑해야 한다

알랭 바디우

by 정작가

인터뷰어가 알랭 바디우에게 묻는 첫 질문은 철학자로서 적극적으로 사회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이유가 있는가였다. 여기에 알랭 바디우는 이전 철학자들의 사례를 들어 프랑스 철학자들이 사회에 참여했던 전통을 따른 것이라고 답한다. 소위 상아탑에 갇혀 형이상학적인 논의를 하는 철학자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사회 속에서 철학자의 역할을 재규정하고 있는 알랭 바디우는 근대 철학자들의 계보를 잇는 철학자로 알려져 있다.

영어권 철학자와 다른 인상을 풍긴다는 인터뷰어의 물음에 알랭 바디우는 근래에 고도로 분업화되어 있는 전공의 특수화를 지적한다. 정치가 정치만, 철학자가 철학만 이야기하라는 관념은 모든 분야에 열려있어야 할 가능성을 수용하지 않는 만큼 그런 견해에 대해서는 반대한다고 명백하게 말한다.


철학자로서 시나 희곡을 쓰는 등 다양한 분야의 글쓰기를 하는데 어려움을 느끼지 않느냐는 질문과 정치 경력에 대해 묻는 항목에 대해서는 비교적 긴 대답을 내놓는다. 다양한 글을 쓰는 이유에 대해서는 그것이 어떤 분야이든 자기가 ‘이야기하려고 하는 것의 본질과 보편적 가치를 전달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가 철학자가 되기까지의 과정에서 있었던 에피소드 또한 그의 철학적 여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정치에 대한 견해로서는 현대 정치가 특정 세력만의 것이라고 우기는 아집을 경계하라는 메시지를 던져주기도 한다.


프랑스에서 외국인에 대한 시선이 부정적으로 변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예로 들며, 인간 평등의 사상에 대한 중요성을 설파하기도 한다. 이는 곧 철학자가 정치적 견해를 밝히는 것은 어떤가 하는 질문으로 이어지고 그에 대한 견해 또한 비교적 긴 지문을 할애할 만큼 많은 이야기 속으로 독자들을 이끈다. 여기에서 가장 관심을 가지고 읽었던 구절은 다음과 같다.

철학은 예술과 정치를 포함한 인간의 창조물이 어째서 보편적 가치를 지니는가에 대한 평가와 해석을 제공한다. 그러므로 철학이란 시대와 공간을 뛰어넘어 보편적 가치를 가진다.

이런 그의 생각은 과거 역사적으로 부정적인 요소가 많았던 사회라도 철학의 존재로 인해 어떤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자세를 가질 수 있는 교훈과 가치를 체득하게 될 수 있는 상황 속에서 오직 진리를 향한 움직임만이 그런 가치를 제공해 준다고 역설(力說)하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1968년의 ‘5월 혁명’을 언급하는 것도 비교적 혁명에는 성공할 수 없었지만 이런 역사의 진보를 위한 인간의 노력이 결국 세상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될 수 있음을 일깨워준다. 이런 철학자의 사유는 ‘진정한 인간의 자유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으로 이어진다. 그러면서 진정한 자유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표현의 자유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실제로 할 수 있는 것을 실현하는 데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는 자유의 범위를 자아실현의 영역으로 확장시킬 수 있다는 새로운 관점에서 더욱 신선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런 노 철학자의 견해는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진다.


무자비한 자본주의의 권력이 우리를 지배하고 있다. 우리는 이미 익숙해져서 그것을 망각하기도 하는데, 현재의 상황은 지극히 비정상적이다. 극소수의 사람들이 세계의 부와 권력을 틀어쥔 채 특권을 누리고 있다.

9년 전 발간되었던 책에서 이런 내용을 보면, 마치 현실의 상황을 그대로 축약해 놓은 듯하다. 긴 세월이 흘렀음에도 그 시절 철학자의 관점이 지금 상황이 그다지 달라 보이지 않는 것은 갈수록 자본주의의 모순이 고착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자신을 긍정주의자로 소개하고 있는 알랭 바디우는 진보적 이념의 관점에서 대표적인 것이 사랑이라고 말하고, 불평등이 만연한 사회에서 이를 타파하는 것이 진정한 정의의 개념에 부합하는 것임을 일깨워준다.


마지막으로 ‘민주주의란 불완전한 정치시스템이라는 것인가’라는 물음에는 68 혁명을 예로 들며, 혁명은 늘 소수에 의해 일어났고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점차 지지를 획득했던 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고 말한다. 예술 또한 그런 자연스러운 흐름을 거쳐 갔으며, 민주주의 또한 불완전한 시스템 속에서 소수의 노력을 시발점으로 하여 지금의 민주주의가 정착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이런 철학자의 시선은 결국 다수가 세상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의식 있는 소수가 사유하고 행동할 때 비로소 다수의 열망을 채울 수 있는 것임을 통찰케 한다. 아직도 양면성을 가지고 있는 자본주의와 심각한 불평등, 외국인 혐오 등이 여전히 자리하고 있는 세태에서 알랭 바디우라는 철학자의 사상은 그 자체만으로도 커다란 울림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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