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주 차
정식 복직 후 맛보기 한 주가 지나가고 제대로 쳇바퀴가 굴러가기 시작했다. 이번 한 달은 임신과 육아휴직 동안 사라졌던 라이센스 갱신을 위한 교육으로 가득 찼다. 이번 주 회사 교육 스케줄을 보자마자 어떤 어떤 수업에 갈 수 있는지 없는지부터 체크했다. 일단 월요일 교육을 12시 30분에 마치고 최대한 뛰어서 학교에 도착하면 오후에 1시 15분에 있는 분산 수학의 실습시간에는 참여가 가능할 것 같다. 그리고 수업 끝나자마자 아이를 키타에서 픽업해서 집으로 가면 될 것 같다. 화요일은 온전히 회사에 머물러야 하고 수요일은 회사 교육이 없어서 다행히 마이크로 컴퓨터 테크닉 수업에 참여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이 수업은 빠져도 타격이 전혀 없는 수업이라 오히려 이날 회사를 안 가는 것이 아쉬웠다. 목요일, 금요일은 8시 반부터 오후 5시까지 교육이 진행되기로 해서 학교는 아예 갈 수 없다.
이번 주 스케줄을 보니 학교에 못 가는 날이 많아 또 걱정이 앞섰다. 아 이렇게 스케줄이 계속 나온다면 학교 공부를 계속할 수 있을까? 답도 없는 고민이 시작되어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할 때쯤 정신이 번뜩 들었다. "그냥 하자 그냥 오늘만 생각하자. 지금 그만두면 이도 저도 안된다. 최악의 경우 그냥 모든 시험을 F 맞는 거밖에 더 하겠어? 그럼 그때 그만두면 되지"를 되새기면 마음을 되잡았다. 월요일은 회사 교육이 끝나마자 기차와 버스를 갈아타며 간신히 강의실에 들어갈 수 있었다. 점심도 못 먹은 채 한 시간 반을 보내고 나니 기진맥진 힘이 하나도 없었다. 유모차가 나를 끄는 건지 내가 유모차를 끄는 건지 모르게 집으로 돌아왔다.
회사 교육은 생각보다 재미있게 진행이 되었다. 회사에서 멀리 떨어져 지낸 3년 동안 그대로인 것들도 많았지만 세세하게 변한 것들도 많았고 없어진 프로시저들도 새롭게 생긴 프로시저들도 있었다. 이 일을 하며 이렇게 긴장해 본 적이 없는데 교육이 진행될수록 내가 그동안 참 먼 곳에 있었구나를 느끼며 점점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회사 교육이 진행되는 동안 한 가지 가장 만족하는 것은 구내식당이었다. 학생식당에 비해 가격은 나가지만 퀄리티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좋다. 맛도 맛이지만 구내식당에서 일하는 분들이 없던 메뉴의 조합도 만들어주고 다 떨어진 메뉴의 리필도 엄청 빠르고 사이드 메뉴의 선택지도 엄청나게 많았다. 회사만 다닐 땐 이게 감사한 줄 몰랐는데 학생식당과 비교하니 정말 최고의 만찬이었다. 매일 점심시간마다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목요일 금요일 학교에 못 가는 게 매우 속상할 줄 알았는데 회사에 있다 보니 또 금세 학생으로서의 삶은 잊은 채 집중해서 잘 보낼 수 있었다. 90프로의 워킹맘과 10프로의 학생으로서의 한주를 보내고 났더니 금요일 밤에는 그냥 쉬고만 싶었다. 빠진 수업에서 따라가야 할 것도 많았고 복습해야 할 것도 많았지만 모든 걸 제쳐두고 저녁을 다 먹은 후에 매콤한 떡볶이를 만들어 맥주 한 캔을 땄다. 어찌어찌 한주가 잘 지나감에 감사하고 이제 5주 차가 끝났으니 이번학기도 11주가 남았다. 지난겨울학기보다 시간은 빨리 지나가는 것 같다. 아이도 잘 지내주었고 남편도 아이의 픽업과 드롭을 잘 맡아주었고 나도 학교와 회사를 잘 병행했다. 잔뜩 쌓인 설거지, 여기저기 나뒹구는 장난감 등이 눈에 밟혔지만 오늘만큼은 나의 최애 프로그램인 나는 솔로를 보며 최대한 늦게 자려고 한다. 다음 주를 위한 에너지 충전의 시간이다. 다음 주도 잘 지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