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왜 똥을 먹었을까

새엄마의 앵무새 육아일기(1)

by 천년초

Ecce psittacus- 여기 한 앵무새가 있다. 명색이 사학과에서 석사과정을 수료했다는 내가 일제강점기 잔재인 '그녀'라는 말을 입에 담게 만든 새. 애플망고를 닮은 고운 색의 깃털 뒤로, 새장 창살에 말라붙은 똥을 과자처럼 바삭바삭 씹어먹는 버릇을 감춘 그녀는 올해 다섯 살이 되는 '보리'다. 겨울 계곡의 살얼음처럼 순수하기 짝이 없는 저 눈빛을 보고 누가 똥 먹는 새의 모습을 상상하겠는가!


보리(오른쪽)와 짝새인 네 살 방울이(왼쪽)는 작년 8월 30일 앵무새 카페에서 우리 집으로 왔다. 처음에는 보리만 데려오려 했는데, 앵카페 사장님이 보리와 1년 넘게 지낸 친구를 같이 데려가지 않으면 보리를 팔지 않겠다 하셨다. 당시 직장인이었던 나는 내가 출근해 있는 동안 보리 혼자 집에서 TV나 라디오를 벗삼아 있는 것보단 친구가 있는 게 좋겠다 싶어서 두 마리를 데려왔다. 그렇게 해서 보리와 함께 사랑스런 방울이까지 가족으로 맞아들였지만 기뻐하기만 할 시간은 짧았다. 보리와 방울이에게 앵무새 카페라는 환경이 남긴 상처를 치료해 주는 것이 먼저였기 때문이다. 아래 사진에서 보다시피 방울이의 왼쪽 뒷발가락 하나가 없는 것도 그 상처들 중 하나였다. (별개로, 사진 속 방울이의 발 상처는 지금 연고를 바르며 치료 중이다)


보리가 새장 철창에 말라붙은 똥을 먹는 버릇도 아마 앵카페에 있을 때 들었을 것이다. 우리 집에 처음 왔을 때부터 보리는 똥을 먹었으니 말이다. 똥 먹는 데도 나름 취향이 있는 것인지 갓 싸서 물기가 남아 있는 똥은 먹지 않고 오로지 버석하니 잘 마른 똥만 냠냠 먹는다.

이런 행동을 하는 이유는 안타깝게도 아직 모른다. 챗GPT가 미네랄 부족이 원인일 수 있다 하길래 미네랄 블록과 오징어뼈를 갈아 먹였는데도 보리는 똥을 주워먹었다. 지금은 소화에 도움이 된다는 넥톤 영양제와 수의사가 면역력 강화용으로 추천한 VSL 유산균을 먹이고 있지만 여전히 보리는 가끔씩이라도 꼭 똥을 주워먹는다. 영양제를 먹여도, 안 먹여도 똥을 먹는 걸 보면 보리는 그냥 똥과 슬픈 짝사랑에 빠진 것일지도 모르겠다.


똥사랑꾼 똥보리 아가씨! 오늘은 딸기 간식을 먹은 후에 화장실 문 손잡이에 올라가고 싶다고 졸라서 결국 소원성취하셨다. 명색이 날 수 있는 새 주제에 날개를 쓸 생각은 안 하고, 어딘가로 가고 싶을 때면 항상 내 손에 올라와서 자기가 가고 싶은 방향으로 몸을 쭉 뻗은 채 위아래로 까딱거린다. 나를 재촉하려고 손에 살짝살짝 입질을 하는 건 덤이다.

그렇게 화장실 문 손잡이 위에서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을 누리며, 내려주려는 내 손에 사정없이 입질을 하던 것도 잠시뿐. 얼마 안 있어 이제 그만 내려달라고 나를 바라보며 날개를 살살 떤다. 날 향해 몸을 까딱거리는 그 자세에는 아까 손잡이에서 내려오길 거부하던 호기를 찾아볼 수가 없다. 역시나 보리는 바닥에 내려와서 내가 접시에 잘게 썰어 담아준 딸기를 먹으며 살아야 하는 천생 땅새, 나와틀 말로 '뜰랄또똣(Tlaltototl)'이다.


도무지 한시도 가만있을 수 없는 보리는 지금 방울이의 통덩이(통통한 엉덩이) 아래 머리를 집어넣으려고 집요하게 틈을 노려대고 있다. 언제부턴지 방울이가 짜증을 내든 말든 통덩이 밑에 머리를 넣는 장난에 맛을 들였다. 엉덩이에 장난스런 집착을 보이는 행동이 똥을 먹는 것과 같은 맥락인진 알 수 없지만, 건강에 큰 문제만 없다면야 이런들 저런들 어떠하리!

내가 항상 바라고, 또 지금 앵무새 육아일기를 시작하면서 첫째도 둘째도 바라고 싶은 건 건강이다. 나도 건강하고 녀석들도 건강해야 돈도 안 깨질 뿐만 아니라 행복하게 천수를 누릴 수 있으니 말이다.

아스테카의 시인, 토치위친 코욜치우키(Tochihuitzin Coyolchiuqui)의 말마따나 우리가 이 세상에서 사는 일이 꿈일 뿐인지는 알 수 없으나 이왕 꿈이라면 단꿈이 낫지 않겠는가. 비록 항상 맑은 날만 있을 수는 없겠지만 날씨가 어떻든 사랑으로 함께 있을 수만 있다면, 충분히 좋은 꿈이고 잘 산 인생이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Bird Mother의 마음으로 새엄마의 앵무새 육아일기를 열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