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초타로, 부엉이의 여행 (3)
천년초는 사실 천년초타로 메이저 아르카나의 네 번째와 다섯 번째 카드 주제를 정하는 데 고민이 많았습니다. 원본인 라이더-웨이트 타로의 네 번째와 다섯 번째는 각각 ‘여왕’과 ‘황제’ 카드인데, 이것을 천년초타로 덱에 그대로 적용하면 이미 멕시코의 게이 예술가 분이 만든 아스테카 풍의 타로 덱 ‘Yohualli Ehecatl Tarot’와 겹쳐 버리기 때문입니다.
고민 끝에 표절 문제를 피하고 성소수자 상담이라는 천년초의 특기를 드러내기 위해, 천년초타로의 네 번째와 다섯 번째 카드는 성소수자를 뜻하는 나와틀어 단어를 활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천년초타로의 네 번째 카드 ‘꽃 따는 이(In Xochiwa)’는 라이더-웨이트 타로의 ‘여왕’ 카드에 대응하는 만큼, 밝고 긍정적인 의미를 가진 타로카드입니다. 귀여운 쫄리는 바로 전인 예술가 카드에서 수고하고 노력한 결실을 이 카드에서 거두고 있습니다.
쫄리가 짊어진 아스테카 전통 방식의 지게는 네 가지 색깔의 화려한 종이꽃으로 장식되어 있고, 지게에는 ‘포인세티아’라는 서양식 이름으로 잘 알려진 멕시코의 꽃 ‘쿠에틀라쇼치틀(kwetlaxochitl)’ 일곱 송이가 풍성한 덤불째 실렸습니다. 이 꽃은 본래 전사로서의 희생과 순교를 상징하지만, 이 카드에서는 불가피한 고난의 의미보단 그것의 결실을 나타내는 의미로 등장했습니다.
쫄리가 가는 길에는 선인장들과 돌들이 보이지만, 그것들은 쫄리를 방해하지 않기 때문에 쫄리는 모처럼 탄탄대로를 걷습니다. 쫄리의 배경에 있는 돌산은 지금의 행복이 힘겨운 날들을 견딘 끝에 이루어졌다는 상징이며, 멀리 보이는 바다 위로는 태양이 새벽을 밝히면서 앞으로 한동안은 따뜻한 햇살을 받는 듯 긍정적인 상태가 지속될 것이라는 점을 드러냅니다. 물론 쫄리가 꽃을 짊어지고 가는 것은 당연히 수고이기 때문에, 이 카드에 인내의 요소가 아예 없지는 않지만 그 인내마저도 지금은 힘든 일이 아닌 즐거운 일로 받아들여집니다.
카드의 제목으로 사용된 ‘꽃 따는 이’라는 문구는 트랜스여성을 의미하는 나와틀어 ‘쇼치와(xochiwa)’를 직역한 것입니다. 이들은 남성의 몸으로 태어났지만 스스로를 여성이라 여기며, 사회적으로도 여성의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16세기에 나와족을 식민지배한 스페인 사람들은 성소수자를 부정적으로 여겼기 때문에 쇼치와들이 여성들을 유혹한다고 비난했지만, 사실 문란한 쪽은 오히려 스페인 본토에 아내를 두고서 수많은 아메리카 원주민 여성들을 현지처나 첩으로 거느린 식민지배자들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페인 사람들이 쇼치와들을 포함한 아메리카 전역의 트랜스여성을 비난하고 탄압했던 것은 오늘날 사람들이 반성해야 할 부끄러운 여성억압 및 성소수자 혐오의 역사로 남아 있습니다.
이 카드에서 쫄리가 등에 짊어진 쿠에틀라쇼치틀 꽃 일곱 송이는 ‘7-꽃’이라는 별칭을 가진 성소수자들의 수호신 쇼치필리(Xochipilli)를 상징합니다. 밤이 물러가기 시작하고 동이 막 터 오는 하늘의 모습은 성소수자들을 향한 사회의 시선이 아직은 가혹해도 분명 밝아질 날이 온다는 사실을 나타냅니다.
리딩에서 이 카드가 나오는 것은 내담자에게 긍정적인 상황이 한동안 지속된다는 의미를 가지며, 특히 내담자가 성소수자인 경우 이러한 의미는 배가됩니다. 사랑스런 쫄리가 이전 카드에서는 고생했지만 이번 카드에서 좋은 날을 맞았듯, 힘든 날이 있으면 행복한 날도 오는 것은 모든 이에게 공통된 진실입니다.
부디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험난한 상황에서도 희망을 갖길, 그리고 천년초와의 상담으로도 그 희망을 찾을 수 있길 진심을 다해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