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아르카나 2. 예술가

천년초타로, 부엉이의 여행 (2)

by 천년초

천년초타로 메이저 아르카나의 세 번째 카드가 예술가인 것에 대해서 정석적인 라이더-웨이트 타로에 익숙하신 분들은 조금 파격이라 느끼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시다시피 라이더-웨이트 타로의 세 번째 카드는 ‘여사제’이기 때문에 천년초도 처음에는 여사제에 대응하는 ‘마녀(siwanawali)’를 표현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렇지만 옛 아스테카와 한국에서는 예술가들이 종교 전통을 전승하는 역할을 했기 때문에 여사제 대신 예술가를 표현해도 괜찮다고 생각해서, 당초의 계획이었던 마녀 대신 예술가를 세 번째 카드에 넣었습니다.


아스테카 사회에서 틀라퀼로(tlakwilo)라 불린 예술가들은 화가뿐만 아니라 필경사로도 활동하며 정신문화의 전통을 이어갔습니다. 그들의 주요 업무는 두 가지 달력, 곧 260일의 제례력(tonalpowalli)과 365일의 태양력(xiwpowalli)을 제작하고 전승하는 일이었습니다. 이중 제례력의 경우는 세계의 다른 달력들과 마찬가지로 태어난 날을 기준으로 개인의 운명을 점치는 일, 곧 아스테카 판 사주팔자를 보는 데도 사용되었습니다.


한국 예술가들의 경우는 전통적으로 ‘환쟁이’라 불리며 천대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문자로 고정된 경전이 없는 민간신앙인 무속 분야에서 큰 활약을 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곳곳의 신당과 박물관에 남아 있는 무신도는 모두 이들의 작품이며, 종합예술의 성격을 가진 무속의 특성상 종이공예 등으로 굿에 필요한 물품을 만드는 예술가들도 명맥을 이어가는 중입니다.


예술가 카드에서 쫄리가 양손에 든 갈대 붓과 가위는 이러한 아스테카와 한국 예술가들의 활동을 상징합니다.


쫄리 앞에는 서로 다른 색의 물감을 담은 도기 종지 네 개가 놓여 있는데, 물감의 색들은 왼쪽 종지부터 차례대로 북쪽(검은색)‧서쪽(흰색)‧남쪽(파란색)‧동쪽(붉은색)의 사방위를 상징합니다. 쫄리의 양쪽에도 선인장에 걸린 종이가 보이는데, 이 종이에 그려진 토끼‧갈대‧돌칼‧집은 아스테카 달력에서 해[年]의 기호들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시간의 상징들입니다.


방위와 시간의 상징들은 그림으로 세계를 담아내는 예술가들의 특성을 나타내는 요소들이며, 그들의 보상받지 못한 생애에 대한 찬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쫄리 앞에 펼쳐진 그림 문서(amoxtli)에는 테스카틀리포카 신을 상징하거나 그분과 연관된 기호들이 그려져 있습니다.


문서 오른쪽의 독수리와 재규어는 전사들의 상징인데, 전사들은 전통적으로 그분의 수호 아래 있다고 여겨졌습니다. 왼쪽의 네 기호는 차례대로 마법사들이 태어나는 날의 기호인 1-비, 테스카틀리포카 신에게 바치는 축제가 열렸던 주의 기호인 1-죽음과 1-꼬인 풀, 그리고 그분의 이름 중 하나인 2-갈대입니다.


카드에 이들 기호가 그려진 건 예술가들에 대한 테스카틀리포카 신의 축복을 암시하는 한편, 예술가들 또한 그분의 뜻대로 이타적인 사랑이 중심이 된 삶을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리딩에서 예술가 카드가 나타나는 것은 내담자의 현재 상황이 어렵더라도 가치있는 일을 하고 있으니 반드시 보상을 받게 된다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옛 한국의 예술가들은 멸시받았고, 아스테카의 예술가들은 식민지배 이후에 활동을 제한받기도 했지만 그들의 유산은 어느 관습이나 권력보다 오랫동안 살아남아 오늘날까지 사람들의 삶을 풍성하게 하고 있습니다. 비록 지금은 깊은 밤을 지나는 것처럼 힘들지라도 동 트기 직전이 가장 춥다는 사실을 되새기며, 삶을 헤쳐나가는 전사의 자세로 나아간다면 분명 현재의 땀방울을 인정받을 날이 올 것입니다.


물론 어느 정도의 고난을 견딜 수밖에 없다고 해서 인신공격이나 욕설, 폭행 등 부당한 일들까지 인내할 필요는 없습니다. 예술가는 지혜를 후대까지 전승해야 하는 시대적 의무를 지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따라서 괴롭힘을 받는 상황이라면 자신을 구하기 위해 그 상황에서 빠져나와야 할 의무까지 가지고 있다는 사실 또한 이 카드가 전하는 메시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