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휴가로 많은 것을 얻었다.
내 삶의 전환점이 될 것 같은 기분 좋은 깨달음^^
나는 지금껏 내 삶을 돌이켜 봤을 때, 일을 하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아침마다 출근하는 나에게 아이들은 한 번도 칭얼대며 울지 않았고 살림꾼 남편의 도움으로 큰 어려움 없이 워킹맘의 삶을 살았다.
사실 맞벌이 과정에 남편의 도움은 고마운 게 아니라 함께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우겨보지만 그렇다면 나의 비중이 20 밖에 안 되는 살림이라 그냥 고맙게 생각하는 편이 낫겠다.
주변의 전업주부인 사람들이 편안해 보이긴 했어도 워킹맘이 사회구성원이란 생각에 괜찮은 기분이었다.
그에 따른 보수도 확실했고, 여건도 복지도 훌륭했다.
나이가 점점 들었고 아이들을 케어하다 힘에 부치면 언제든지 퇴사하겠다는 마인드로 지냈었는데 쉬어 보니
앗! 아니다..... 싶다.
맘대로 쉬는 것도 못하는 불쌍한 바보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이만한 직업이 있음에 감사한 마음이 금세 들었다.
그만큼 육아에 대한 시간이 몇 년 전에 비하면 훨씬 줄어들었기 때문도 있겠지만
먹이고 입히고 재우고 하던 꼬꼬마 시절이 지나고
육체적으로 힘들던 육아보다는
가르치고 학원을 알아보고 보내고 친구 교우관계 학교생활을 신경 써야 하는 정신적 힘듬으로 바뀌게 된 이유가 큰 것 같다.
그리고 이 마저도 5~6년 정도면 끝이 날 것이다.
끝이 있기에 할 수 있다는 자신감마저 생긴다.
지난 주말 고등학교 때부터 친했던 친구모임이 있었다.
25년째 알고 지내면서 나의 유년시절을 함께 한 유일한 친구들이다.
40대에 접어들면서 공통관심사는 업무이야기. 가족이야기 등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오래도록 알고 지낸 편안한 친구들이지만 저마다 가지고 있는 고민이나 어려움은 함부로 발설하지
않는 심리적 방어기제가 있는 듯하다.
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되는 약점 같은 이야기는
잠시 미뤄뒀다.
그렇다고 나를 뽐내거나 자랑하는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그냥 지금 그대로의 모습을 나타낼 뿐이다.
외모도 그렇고 옷차림도 그렇고.....
누가 봐도 전형적인 평범한 40대 한국 여성들이다.
그 흔한 남편을 욕 하거나 시댁 이야기도 하지 않는다.
우리들은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해 주고 비슷한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대화 내용에 깊이는 없지만 25년간의 우정으로
각자 자리에서 잘 살고 있는 친구들이 자랑스럽다.
아마도 속 깊은 이야기는 비주류인 우리들이 호캉스라는 걸 누려보고 맥주 한잔 정도가 허락되면
밤새 이야기하는 틈에 새어 나올 듯하다.
서로를 너무 잘 알지만 또 다른 생활환경 탓에 비슷하면서도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우리는 평범한 대한민국 82년생 개띠 친구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