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로 읽는 대한민국 교육여정(7)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와 우리 교육

by 김재훈

한국에는 빨리빨리 문화가 있다. 밥을 5분 안에 먹어치우는 것뿐만 아니라 소화제나 변비약을 너무 쉽게 복용한다. 또 가벼운 감기에도 주사를 맞거나 평상시에도 보약이나 건강보조식품을 복용하면서 빠른 효과를 기대한다. 한국 사람들은 통장에 있는 잔고를 수시로 확인하고픈 마음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한국인들의 습성이 모바일 뱅킹의 탄생을 앞당겼다.


외국인들이 선정한 한국인의 빨리빨리 문화에는

3초 이상 열리지 않는 웹페이지는 닫아버린다거나

익기도 전에 컵라면 뚜껑을 열어서 먹는 것

엘리베이터 문이 닫힐 때까지 닫힘 버튼을 누르고 있는 것

자판기 커피 컵 나오는 곳에 손을 넣고 기다리는 것

삼겹살이 익기 전에 먹는 것 등이 있다.

우리는 무심코 하는 행동들이지만 외국인들의 눈에 비친 한국인들의 빨리빨리 습성이다.


한국인들의 빨리빨리 문화는 조급증이라고 하는 병적인 면도 가지고 있다. 이 빨리빨리 병을 교육의 여러 측면에 적용해 보았다.


첫 번째 교육정책면이다. 우리나라 교육정책의 역사를 보면 숙성의 기간이 없었다. 특히, 세계화를 외치기 시작한 90년대 중반부터는 이러한 현상에 가속도가 붙었다. 모든 대통령은 자신의 손으로 우리나라의 교육을 확 바꾸어보고자 교육대통령임을 자처했다. 임기가 5년임에도 불구하고 그 짧은 기간 안에 교육을 확 바꿀 수 있다고 자신했다. 출발부터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교육에 접근을 하니 교육이 엉망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5년이면 초등학교 1학년이 6학년이 되는 시간밖에 안 된다.

어떠한 정책이 입안되어 여러 경로의 검토를 거쳐 학교현장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5년의 기간이 필요하다. 그러니까 대통령의 결단에 의해 교육정책이 도입되어 학교현장에 정착되면 대통령은 청와대를 떠나 있다. 그사이 교육부 장관은 수시로 바뀐다. 시스템이 이렇다 보니 정책에 대한 평가와 그에 대한 책임을 지는 구조가 아니다. 그냥 자신들의 입맛대로 정책을 시행하면 그뿐인 것이다. 학교현장의 아이들은 실험용이 되기 십상이다. 정책 결정가들의 빨리빨리 병이 한국교육을 망쳐온 것이다.


두 번째는 부모들의 조급증이다. 아이를 가진 엄마가 10달이 되기도 전에 빨리 태어나기를 바라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일단 아이가 태어나면 엄마는 양손에 침을 바르고 아이를 빨리 키우기 시작한다. 모유대신 우유나 분유를 강제로 먹이며 아이를 우량아로 키운다. 모유를 통한 면역력 강화의 아주 귀중한 시간을 아이로부터 빼앗아 버린다. 아이가 말을 배우기 시작하면 아이가 지칠 때까지 가르치면서 아이의 한글 해독을 돕는다. 한글을 깨우치고 나면 이제 영어를 조기에 가르쳐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도록 한다. 한국의 엄마들은 아이가 태어날 때까지만 기다려주고 태어나는 순간 기다림은 없다.


세 번째는 한국의 교실문화이다. 한국인들의 빨리빨리 문화가 교실에서도 나타난다. 교사들의 수업장면을 녹화하여 분석해 본 연구결과에 의하면 교사들이 수업을 하면서 학생들에게 질문을 하고 기다리는 시간이 평균 1초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질문을 하고 학생들에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주지 않고 교사가 곧바로 자문자답을 하는 식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한국의 교실에서는 교사도 학생들의 대답을 재촉하지만 학생들도 빨리 대답해야 칭찬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수업장면에서 교사도 학생도 조급함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학생들의 사고력 향상을 위해 기다림의 여유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어떤 교사는 수업시간에 질문을 하고 3초가 지난 후에 대답을 하기로 학생들과 서로 약속을 하고 수업을 한다. 미처 생각하지 못한 학생들에 대한 배려라고 할 수 있다.


며칠 전 수능이 끝났다. 사실 수능이라는 시험도 한국의 빨리빨리 병 문화와 관련이 있다. 시험을 보고 컴퓨터로 후루룩 채점하여 점수가 나와야 사람들 직성이 풀린다. 그리고 또 컴퓨터가 채점해야 정확하다고 믿는다. 그래서 객관식을 선호한다. 객관식은 빨리빨리 병 문화다. 김누리 교수의 지적처럼 컴퓨터로 채점하는 수능은 아이들에게 사고의 심연을 넓힐 수 있는 시간을 주지 않는다. 제한된 시간안에 정답을 최대한 빨리 찾는 시험이 수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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