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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실전 룰, 인공장애물과 자연장애물 구제 판단법

애매한 위치에 선 공,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

by 캐디언니


공이 애매한 데 멈춰 섰을 때, 골퍼들은 동시에 같은 생각을 한다. "이거 드롭이야? 벌타야?"

캐디들은 이미 드롭인지 벌타인지 알고 있다. 우리는 골퍼들이 헷갈려 할 때 그걸 정리하는 사람이고, 안전하게 유도하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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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공장애물의 정의와 예시

골프장에서 마주치는 대부분의 구조물들은 **인공장애물(immovable obstruction)**로 분류된다.

예시:

맨홀 뚜껑, 배수로, 카트도로

고정된 벤치, 안내판, 야디지말뚝

스프링클러 헤드, 그늘집 기둥 등


이런 장애물로 인해 정상적인 어드레스나 스윙이 불가능한 경우, 무벌타 구제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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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구제 가능한 경우

스탠스나 스윙에 실질적 방해가 있는 경우

장애물이 움직일 수 없는 구조일 경우


> 가까운 구제 지점(NPR: Nearest Point of Relief)을 기준으로 1클럽 이내에 드롭 (무벌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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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구제 불가한 경우

스탠스나 스윙에 방해가 없음

공이 해저드 안에 위치한 경우

나무, 덤불, 돌 등 자연장애물일 경우


1-4. 카트도로


도로 위 또는 가장자리에 공이 멈췄을 경우 무벌타 구제 가능.

다만, 좌우 중 ‘골퍼가 편한 방향’을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공이 있는 지점에서 ‘장애물이 없는 가장 가까운 지점(NPR)’ 한 곳으로만 구제가 허용된다.

그 지점에서 한 클럽 길이 이내에 드롭해야 하며, 홀 방향으로 더 나아갈 수는 없다.

만약 드롭 구역에 공간이 부족하거나 위험하다면, 언플레이어블 선언 후 벌타를 받고 구제해야 한다.


카트도로에서의 정확한 드롭 절차


1. 가장 가까운 구제 지점(NPR) 찾기


공이 있는 지점에서 어드레스나 스윙에 방해가 없는 가장 가까운 지점


왼쪽/오른쪽 중 어느 쪽이든, 장애물이 없는 곳이면 가능



2. 구제 구역 설정


NPR 기준 1클럽 이내


이때 홀 방향 쪽으로 더 나아갈 수는 없음



3. 드롭 방법


허리 높이에서 손을 펴 수직으로 드롭


구역 안에 공이 정지해야 드롭 완료



4. 드롭 후 상황


공이 다시 카트도로 위로 굴러가면 한 번 더 드롭


2회 드롭에도 같은 현상 반복 시, 해당 지점에 플레이스(공 놓기) 가능


1-5 야디지말뚝: 인공장애물 / 뽑기 어렵다면 무벌타 드롭


1-6 스프링클러 헤드가 핀 사이에 위치: 퍼팅라인에 있어도 어드레스에 방해 없으면 드롭 불가.


2. 자연장애물과 구제 불가의 예외


나무, 풀, 바위, 디봇 자국 등은 자연장애물이다. 자연장애물은 구제 대상이 아니며, 공이 그 위에 멈췄더라도 원칙적으로 그 자리에서 그대로 쳐야 한다.


디봇 자국: 잔디가 파여 움푹 팬 자리로, 이전 플레이어가 만든 흔적이더라도 무벌 구제가 불가능하다. 룰상 코스의 일부로 간주된다. 다만, 언플레이어블 선언 시 1벌타를 받고 드롭은 가능하다.


벙커 안 발자국 자국: 이전 플레이어가 만든 자국이라 하더라도 구제 대상이 아니다. 이 역시 벙커의 일부로 간주된다.


나무 둥치에 파인 홈: 단단한 나무의 홈이라면 구제 불가. 다만 나무가 썩거나 부패해 경기 운영 측에서 비정상적인 코스 상태로 판단할 경우엔 무벌 구제 가능.


※ 단, 자연장애물 내에서도 언플레이어블(unplayable)을 선언하면 1벌타를 받고 드롭 가능하다. 선택은 골퍼의 몫이다.


3. 언플레이어블 선언 – 룰은 허용, 현실은 신중

언플레이어블은 언제든 골퍼가 선언할 수 있다. 공이 어디에 있든(심지어 페어웨이 한복판이라도), 골퍼가 “이건 못 치겠다”고 판단하면 1벌타를 받고 구제 가능.

하지만 실제 필드에서는 잘 선언하지 않는다.

벌타에 대한 부담

상황 판단 미숙

진행 흐름 지연 우려 등 때문에 아마추어들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실제로 선언하는 경우:

나무 뿌리나 바위 틈에 박혀 클럽이 들어가지 않을 때

벙커 턱 깊숙이 박힌 공

돌무더기나 거친 러프 속 완전한 난위치


→ 캐디로서는 가능성을 안내하되, 골퍼가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하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화단: 장식용이면 무벌타, 환경보호구역이면 벌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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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캐디의 역할

우리는 프로 캐디가 아닌 하우스캐디다. 판단은 골퍼의 몫이고, 우리는 요청이 있을 때 정확하게 설명하는 조력자다.

골퍼가 드롭 가능한지 물어보면, 기준을 설명해준다

어디에 드롭하면 플레이 흐름이 자연스러운지 안내한다

상황이 애매할 땐 동반자 동의를 요청하라고 조언한다

로컬룰을 항상 우선해서 적용한다.


> 모든 골퍼가 룰북을 들고 다니는 건 아니다. 캐디는 현실을 정리해주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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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안전을 위한 선택

골퍼는 규칙 해석을 하는 게 아니라, 주어진 규칙 안에서 자신의 선택을 한다.

예: 바위를 넘기면 바로 그린인데 무리한 샷을 시도했다가 바위에 맞고 본인 눈에 맞는 사고가 났다. 캐디는 "무리하지 마세요"라고 말했지만, 골퍼는 무리해서 쳤고 사고가 발생했다.

실제로 법적 판단에서 캐디에게 책임이 돌아간 사례도 있다. 캐디가 충분히 강하게 제지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현실에서 캐디는 조언자일 뿐, 강제권은 없다. 다만 위험한 상황일수록 더 구체적이고 단호한 말투로 조언해야 한다는 걸 배운다.

우리는 규칙을 알지만 진행상 정규룰을 다 적용 할 수 없고 실전에서는 규칙보다 먼저 안전을 먼저 생각 해야한다.

오늘은 공이 애매한 곳에 멈췄을 때, 우리가 어떻게 판단하고,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를 다뤘습니다.

인공장애물, 자연장애물, 언플레이어블 선언까지—
룰은 명확하지만 상황은 늘 유동적입니다.
그 경계에서 캐디는 골퍼의 선택을 돕는 조력자일 뿐,
결국 판단과 책임은 골퍼의 몫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골프장에서 자주 쓰는 기본 용어와 은어들에 대해 정리하려 합니다.
우리가 현장에서 나누는 말들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용어를 알면 소통이 쉬워지고, 플레이는 더 즐거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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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 캐디언니의 라운드일기 (2022.11.10)

힘든 하루였다.

‘***’팀이 원래 이렇게 못 치는 팀이었나 싶었다. 고등학교 동창 모임인데 첫 홀에 오늘 공을 잘 쳐야 될 텐데라는 얘기가 오가는 게 아니라 차 때문에 술을 못 마시게 될까 봐 한 걱정을 하고 계셨다. 그때부터 눈치를 챘어야 했나 보다. 아웃코스 첫 홀은 슬라이스 홀이었는데 설명을 드렸음에도 남자 두 분 다 오른쪽 해저드에 빠졌다.

두 번째 홀에서는 토탈 거리 310미터에서 150미터, 160미터 거리를 남기셨다. 세 번째 홀은 파3홀이고, 네 번째 홀은 파4홀인데 오른쪽 OB라 왼쪽으로 치는 게 안전하다고 설명드렸는데 OB가 났다.

그러니 나는 이분들의 정확한 비거리를 알 수 없고 당연히 거리가 안 날 거라는 안이한 생각을 했다.

다섯 번째 홀은 파5홀이고 오른쪽 OB이며 바로 옆 홀인 9번 홀이 가깝다. 그래서 안전한 방향인 페어웨이 좌측으로 공략 유도를 했다.

그.런.데. 티샷한 볼이 오른쪽으로 휘는 게 보였다. 바로 옆 홀인 9번 홀 세컨에 카트와 사람들이 보였지만 이미 난 이분의 비거리를 얕잡아보고 사람이 있음에도 볼을 외치지 않았다. 나의 첫 번째 실수였다.

옆 홀 캐디가 무전이 왔다. 위험했다고 한다. 나는 거기까지 갈 줄 몰랐다며 말도 안 되는 변명을 하며 미안하다고 사과 무전을 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 상황에서 사고가 났으면 볼을 외치지 않은 나의 과실이 적용됐을 거다. 등골이 오싹할 정도다.

다행히 5번 홀과 6번 홀에서 진행을 뺄 수 있었다. 7번 홀은 파3홀이다. 8번 홀은 내리막 파5홀이고 좌우 모두 OB 구역이며 슬라이스 홀이다. 그런데 간혹 슬라이스를 의식해 땡겨지면 후반 홀 13번 홀로 넘어가기도 해서 긴장해야 하는 홀이다. 긴장하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왼쪽으로 휜 볼이 나무를 맞고 죽었다. 앞 팀을 잡은 상황이라 아쉬워하는 분께 멀리건을 드렸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그렇게 샷이 정돈되지 않는 분에게 멀리건은 사치였다.

멀리건을 친 볼은 일명 뽕샷이 돼서 시야에서 사라졌다. 다급한 마음에 볼을 외쳤다. 무전으로 옆 홀의 상황을 물어봤다. 근데 6번 캐디는 그 볼이 7번에서 넘어온 줄 알고 7번 홀 캐디를 찾았다. 나는 아무래도 우리 팀 거 같다며 죄송하다고 무전을 했다.

6번 홀 캐디가 볼을 외쳐달라고, 위험했다고 무전이 왔다. 나는 볼을 외쳤는데 소리가 작았나 보다며 거듭 미안하다고 사과 무전을 했다.

이제 두 번 다시는 8번 홀에서 드라이버 못 치는 분에게는 멀리건을 허용하지 않아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9번 홀에 당도했다. 9번에서 그분의 어드레스는 영락없이 오른쪽을 보고 계셔서 왼쪽으로 어드레스를 수정해드렸다. 다행히 왼쪽으로 수정된 분의 티샷은 성공적이었다.

두 번째 치는 남성 고객님의 볼이 오른쪽 OB 구역으로 갔다. 사정하는 눈빛으로 멀리건을 요청하셨다. 근데 또 OB.

그분 때문에 정작 멀리건을 써도 되는 여자분은 아쉬워하셔도 앞 팀이 홀아웃하는 상황이라 앞으로 이동을 했다. 여성분들은 티샷 거리가 짧으면 물을 넘길 수 없다. 근데 물 앞까지 끊어가는 거리가 120미터였다. 끊은 거리에서 핀까지 130미터였는데 넘길 수가 없다. 60미터를 끊었다.

그렇게 어찌저찌 그린 주변에 왔는데 아까 멀리건 쓰신 남자분이 어프로치를 20미터를 못 붙이고 그린 앞뒤옆으로 왔다 갔다 했다. 뒷팀이 세컨에 도착하는 게 보인다. 나머지 분들의 퍼팅이 끝났다. 나는 그린에 올리지 못한 볼을 주웠다.

대기 시간은 30분 정도 되었다. 나는 직원 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있었다. 마침 9번 홀에서 위험했던 캐디를 만났다. 그 동료의 말에 의하면 진짜 위험했다. 하마터면 눈 터질 뻔했는데 내가 볼도 안 외치고 가만 있어서 더 어이없고 화도 나고 걱정이란 어투였다.

열심히 보고 있었는데 그래도 놓칠 때가 있다. 위험한 홀은 그냥 "볼!"부터 외치고 봐야 하는 건데 안이했다.

사실 캐디가 공을 잘 봐야 서브가 되고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데 내 하찮은 눈 때문에 사고가 나면 안 되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한테 돈이 제일 많이 들어가는 시기까지만 버텨야 하는데, 그보다 은퇴 시기를 앞당겨야 하는 건 아닌지 고민이 된다.

이후로도 현재까지 현역 캐디로 필드를 누비는 걸로 봐서는 아직까지 내가 현재 직장과 캐디업의 인연이 다하지 않았나 보다.

은퇴 시기는 가장 좋은 때 가장 좋은 방법으로 아름답게 마무리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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