궂은 날시 속에서 더 아름답게 빛나던 노을 빛
아내와 살아서 가볼 100곳 여섯 번째 여행은 신안 천사대교와 목포였다. 누나와 여동생이 함께 했으며, 잎도 마른 겨울에 날씨까지 궂어서 별 기대를 할 수 없었는데 되려 무척 아름다운 풍광을 만났다. 이렇게 의외로 만날 수 있는 기쁨은 선물이라고 밖에 달리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2019년 12월 5일 - 12월 6일
19년 12월 5~6일(1박 2일) 가을이 지나가고 겨울이 시작되는 시기라서 자연의 화려한 아름다움을 만나기는 적당하지 않은 때이다. 그럼에도 겨울 나름의 단아함을 만나기 위해 최근에 관광명소로 뜨고 있는 천사대교를 만나기 위해서 5일 오전 10시경 집을 출발했다. 네비를 켜니 약 360km를 달려야 했다. 포항에서 달려온 여동생과 울산에 살고 있는 누나를 시외터미널에서 만나 남해 고속도로를 달렸다.
천사대교 입구에서 비상을 상징하는 새의 날개 조형물이 우리를 맞이했다. 바다를 가로지르는 대교가 까마득하게 자태를 뽐내고 있어 모두들 입가에 감탄사가 터져나왔다. 지나오면서 만났던 바다는 물이 빠져서 갯벌이 끝도 보이지 않았는데, 곳곳에 김을 양식하는 어장만이 일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다시 퍼플교를 향해 한적한 시골길을 달렸는데 마을이 온통 보라색으로 화장을 하고 우리를 반긴다. 봄에 꽃이 피고, 가을에 단풍이 들고 이제 눈이 눈꽃을 피워야 하는 겨울인데, 여기는 온통 보라색 꽃이 마을에 피어 있었다. 퍼플교 주변도 온통 보라색으로 단장을 하였다. 하늘에는 구름이 가득 덮여서 금방이라도 눈물을 떨굴 듯 했고 차가운 바람까지 찾아들어 옷깃을 굳게 여며야 했다. 퍼플교를 건너가려는데 공사중이라고 통제를 하여 아쉬움을 달래며 백길해수욕장으로 달렸다.
반갑지 않은 비가 내린다. "오늘은 석양을 만나기는 어렵다"고 동생과 누나가 입을 모은다. 오후 4시경이라 나는 "아직 한 시간은 있다"라는 말을 던지고, "내가 산에 가지 않고 바다에 와서 비가 내리는 건가" 하고 혼자 중얼거렸다. 당연히 우연이겠지만 내가 산에 들어가는 날에는 신기하게도 늘 비가 내리지 않아서, 내심으로 산이 나를 반겨 특별대우를 받고 있겠거니 생각해왔던 것이다.
30여 분을 달려서 백길해수욕장에 주차하니 비는 멈추고 바다 수평선 위에 자리한 구름 사이로 붉은 햇살이 장렬하고 장대한 쇼를 연출하고 있다. 우리는 모두 백사장으로 소리치며 달려갔다. 수만 평의 백색 장판이 펼쳐져 있었고, 장판 위에 미끄러지는 파도는 햇살의 붉은 옷을 입고 부드럽게 부드럽게 왔다 갔다 하고, 태양이 구름 뒤에서 황홀하게 솟아내는 빛은 아름다움을 지나 장엄하다. 조금 전까지 내리던 비가 멈추고 구름 사이로 이렇게 아름다운 햇살이 또 이렇게 아름다운 해변에서 연출하는 쇼를 볼 줄은 몰랐었다. 여행의 백미를 마음껏 즐겼다.
다시 무안대교로 이동하니 비가 내리다가 도착하니 그친다. 태양이 멀리 산에 걸터앉아서 구름 사이로 손을 흔들 때 무안대교를 걸었다. 기온이 내려가면서 바람도 차가운 인사를 한다. 많이 춥다. 그래도 무안대교는 우리들에게 무안의 즐거움을 주었다.
어둠이 모든 섬을 덮고 있어 뒤돌아 천사대교를 지나오니 LED등의 형형색색 아름다운 조명이 잘 가라고 인사를 한다. 삭막할 것만 같은 겨울풍경에도 화사함과 화려함은 여기저기 맺혀 있었다.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사진을 찍고 싶었으나 대교에는 주차 금지라서 아쉬웠다.
목포에서 후배를 만나기 위해 후배가 가르쳐준 신안뻘낙지 업소를 찾아갔는데 다른 업소였다. 알고 보니 같은 상호를 사용하는 업소가 여러 개 있었다. 아마도 목포의 유명한 먹거리가 세발낙지라서 그렇게 같은 상호가 겹쳐버린 게 아닌가 싶다.
목포에서 오랜만에 후배를 만나니 정말 반가웠다. 88년도 히말라야 등반을 가려고 함께 훈련을 했던 대원이었는데 사고로 함께 등반하지는 않았지만 세월이 30여 년이 지났는데 인연의 끈이 끊어지지 않고 있으니 반가울 수밖에 없다. 후배님의 구수한 입담과 낙지요리가 방 안 가득 넘쳐나는 행복한 밤이었다.
일출을 만나기 위해 밖으로 나오니 아직 공기가 서늘했다. 산책을 하고 한참을 기다리니 동쪽 하늘의 구름 사이로 붉은 빛을 구름에 물들이며 느리게 수평선 위로 태양이 얼굴을 내민다. 장엄한 기운을 온 세상에 펼치는 태양을 맞이하는 우리는 신이 났다. 동해바다 앞에 살고 있기에 늘 보는 일출인데, 여기서 만닌 일출이 또 새로이 아름다웠다.
여행 중에 갈 곳은 정했지만 시간은 구속되지 않는 여행이라 느긋하게 조찬을 즐기고 호텔을 9시경에 출발하여 케이블카를 타려고 고하도 스테이션으로 이동했다. 고하도~유달산~북향 스테이션으로 왕복 요금은 당시 기준으로 22,000원(1인)이며, 국내 최장거리(3,230m), 최고(155m) 고도를 자랑하였으며 소요시간은 40분은 걸린다. 우리는유달산 스테이션에서 내려서 유달산 산행을 하였다.
데크를 깔아서 계단을 만들었지만 바위 사이로 올라가니 목포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오고 멀리 다도해의 섬들이 수반 위의 수석처럼 아름답다. 일등봉인 정상에 올라 기념촬영을 하고 바위를 베고 데크에 누우니 세상 모두가 나의 정원으로 느껴진다. 산을 내려와서 케이블카를 타고 고하도 스테이션에 내려서 고하도 산책길을 걸었다. 바다 위에 만들어진 데크 산책로를 걸어가니 조금 전에 올랐던 유달산이 미소를 짓는다.
네비를 목포종합수산물시장으로 켜고 시가지를 달려서 도착하니 시장은 큰 편이었지만 조용했다. 쇼핑을 하다가 시장에 있는 식당에 들어가서 갈치구이와 빙어찌개를 먹었는데 갈치구이도 맛있었지만 빙어찌개가 일품이었다. 요리하신 아주머니를 찾아 "정말 맛있었어요. 잘 먹고 덕분에 좋은 여행이 되었다"고 감사드렸다.
홍어와 수산물을 구매하고, 다시 약 360km를 되돌아 달릴 것을 생각하니 까마득하였다. 그럼에도 돌아오는 길에는 살아서 가보고 싶은 여행 여섯 번째에 자연의 행운이 기꺼이 함께 해 주었음 감사하게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