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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혜 Aug 19. 2019

작가 노트를 쓰는 밤

소소한 일상에 대한 감사

작가 노트를 쓴다. 

어깨 너머로 주워 들은 작법도 적어 놓고,  글 쓰다 답답할 때 심경도 적어 놓고. 때론 일기장처럼, 때론 스케줄러처럼 쓰고 있다. 

작가 지망생이었던 10대 때 썼던 노트도 있고, 본격적으로 쓰기를 시작했던 20대 초중반부터 끄적거린 것도 있다. 너덜너덜 손 때 묻은 노트들을 책상 한켠에 차곡히 쌓아 놨다. 언젠가 시간이 나면 하나씩 깔끔하게 정리해야지.

이번 학기 대학에서 강의를 시작했다. 덕분에 그 간 써오던 작가 노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훑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새벽녘 강의를 준비하며, 그동안 어떻게 글을 써 왔나 찬찬히 되짚어 보았다. 희망과 좌절. 도전과 실패. 기대와 패배. 슬프게도, 본격적으로 글만 쓰기로 시작한 순간부터 단 한 순간도 마음이 편했던 적이 없다. 늘 불안했다. 가라앉지 않기 위해 발버둥 쳤다. 그래서 보내온 시간들을 한 자 한 자 노트에 적으면서, 그래도 어제보다 오늘 조금 더 나아졌잖아 스스로 확인해야만 잠들 수 있었다. (몸과 정신 건강을 위해 술이나 담배는 하지 않았다. 아, 힘들 때 술은 조금… 마셨다.)

이런 고민을 했었군. 이 아이디어는 지금도 재밌네. 이 때 정말 좋았는데. 도대체 왜 여기다 쓸데없이 시간을 쏟았지 등등. 20대 때 인고의 시간을 30대가 되어 별 대수롭지 않다는 듯 팔랑팔랑 넘기다 시선이 멈췄다.  


“... 종일 스케줄을 소화하고, 밤새 자다가 일어났다. 지금은 Letter Flow의 ‘누군가로부터’를 듣고 있다. … (중략) … 그저 누군가에게 피해주지 않고, 고양이 한 마리 키우며, 잔고장 없는 컴퓨터와, 약간의 요리를 해먹을 수 있는 나만의 창작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 (중략) … 꿈을 글로 적으면 이루어진다던데, 내게 정말 그런 날이 올까? 올 수 있을까?”

     -2014년 11월 6일 목요일 새벽- 

감사하게도, 지금 나는 5년 전 노트에 적었던 모습대로 살고 있다. (고양이만 빼고…) 

뭔가 글이 풀리지 않는 밤. 새 페이지를 펼쳐, 5년 후 바라는 모습을 또 끼적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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