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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혜 Aug 19. 2019

처음 떠났던 여행 (1)

일본 - 도쿄. 우정과 스타일 차이 

2018년 3월 - 처음 떠났던 여행 (1)

1.
얼굴이 하얀 아이. 
신입생 환영회 때 그 친구를 처음 봤을 때 기억이다. 생전 처음 보는 사람들과 선후배랍시고 어울려 술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데, 둘 다 그 자리를 꽤 어색해하고 있었다. 적당히 분위기를 살피다 몰래 밖으로 빠져 나왔다. 불편해서 나오긴 했는데, 막상 둘이 있으니 이것 또한 어색했다. 같은 새내기지만, 어찌됐든 우리도 그 날 처음 본 사이였으니. 
“좀 걸을래?”
“그래.”
왁자지껄한 가게들을 벗어나 우리 둘은 고요한 캠퍼스를 걸었다. 조용한 밤 산책. 누가 먼저였는지 모르겠지만 우린 한참을 종알종알 떠들었다. 살랑, 봄기운 스민 바람이 머리카락을 슬며시 스쳐지나갔다. 밤공기가 시원했다. 별 거 아닌 대화를 주고받는 사이, 막 움트기 시작한 꽃나무 아래로 환한 가로등 불빛이 비춰들었다. 까르르- 웃던 너. 남빛 어둠 속에 뜬 달이 내 곁에 있었다. 

2. 
대학 첫 여름 방학. 
일본인 친구가 자기 나라로 놀러오라 했다. 한 학기 동안 기숙사 룸메이트였는데, 그간 정이 많이 들었던 모양. 잠도 재워 주고 같이 쇼핑도 하고 맛있는 디저트 가게를 찾아가자했다. 오코노미야키와 몬자야키도 사주겠다며 자꾸 꼬셨다. 가족끼리 간 적은 있어도 혼자선 가기 무섭다고 하니, 일본인 친구가 웃으며 말했다. 
“하얀? 그 친구도 같이 와.”
셋 다 기숙사에 살아서 종종 모여서 밥을 같이 먹곤 했었다. 내가 햇반을 전자레인지에 돌려 오면, 일본인 룸메이트가 봉지 미소(일본 된장)를 뜨거운 물에 풀고, 다른 방에 살던 얼굴 하얀 그 친구가 바닷가 고향에서 보내온 김을 가지고 우리 방으로 왔다. 밥. 된장국. 김. 조촐하지만 우리 딴엔 나름 근사한 식사였다. 
얼굴 하얀 친구는 학교 앞에서 파는 작은 화분들을 사 모으는 게 취미였다. 방이 온통 아이비 같은 덩굴 식물로 가득 차 있어 일본인 룸메이트와 같이 놀러 갔다가 ‘여긴 아마존이냐’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나왔다. 앞으로 밥은 그냥 우리 방에서 먹는 걸로. 그렇게 셋이 또 키득키득. (친구에게 아이비 한 줄기씩 얻어 와서 나랑 일본인 룸메이트는 빈 요구르트 병에 꽂아놓고 나름 수중재배를 시도해보기도 했었다.) 
함께 보낸 시간이 있기에, 얼굴 하얀 그 친구도 일본 여행을 흔쾌히 가자했다. 부모 품을 떠나, 대학에서 만난 친구와 단둘이 떠나는 해외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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