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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에루 Jul 11. 2021

게으른 자의 다섯

1년 넘는 시간 동안 무엇을 했나 (feat. 새 회사 새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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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서랍에 쓰단 만 글마저 바닥이 나고 개인적인 글을 쓰지 않은지 13개월이 넘었다. 재작년과 작년, 개인 커리어의 슬럼프를 극복하기 위해 귀감이 가는 사람들을 많이 들여다보고 글을 많이 읽으려고 노력하면서 글을 쓰고자 하는 내면의 의지를 습관화하려고 미약하게나마 노력했었다. 그러나 2020년 11월 말, 그렇게 준비하고 노력했던 이직에 시동이 걸리면서 정신이 나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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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방탄소년단을 좋아하게 된 계기는 다른 사람들과 다소 다르다. 당연히 DNA의 매력에 치여 입덕한 DNA 입덕자지만 나는 방탄소년단의 소셜 채널과 온라인 콘텐츠 운영의 탁월함에 치였다. 지독한 ENTJ 스타일의 덕질이랄까.. 어쩜 콘텐츠를 저렇게 제작해서 저렇게 뿌리지? 와 근데 너무 재밌어, 음악도 좋아, 얼굴 잘해, 춤 잘해.. 이런 플로우로 빠져들었달까? 그래서인지 뾰족하게 하고 싶은 일이 없던 내가 점점 IP와 엔터 사업의 소셜 커뮤니케이션 또는 마케팅에 지대한 관심이 생기고 점점 그 쪽으로 이직을 꿈꾸고 시도하게 되었다.


나를 입덕하게 한 BTS 음악 DNA, 그래요 그 사람이 나예요


2021년 2월, 나는 드디어 정말 희망하던 직종으로 이직에 성공했다. 머릿속으로 생각한 것보다 몇 배는 좋은 조건들이 따르는 이직이라 매일 출근을 하면서 어안이 벙벙한 시간들이 흘렀다. 나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게임 IP를 다루는 팀의 유일한 소셜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로 조인하게 되었는데 흥미로운 것은, 이 IP는 정말 글로벌 인지도를 가지고 있지만 구체적인 스토리가 뒤늦게 개발되고 있기 때문에 매우 흥미로운 상태이다. 이미 1~2년째 소수 정예로 팀이 꾸려지고 이야기의 기반은 닦아놓았지만 올해부터는 지역 시장에서의 구체적인 팬덤 발굴을 시도하고 있는 상황에 내가 채용된 것이다. 그리고 나는 지난 6월, 이 팀의 유일한 마케터로서 대중 콘텐츠를 한국 팬들에게 선보이는 캠페인을 기획하여 진행하였고 나름 유의미한 결과를 거두었다.


즉, 이직해서 적응하고 바로 결과를 내느라 너무 바빴다는 변명이다.


3

일을 참으로 좋아하는 성정이지만 절대 집으로 일을 가져온다거나 개인적인 생활보다 일을 우선시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프리랜서 생활을 오래 하다 뒤늦게 회사를 다니기 시작했고, 심지어 그것은 광고대행사였기 때문일까, 나는 지독하게 나의 개인적인 일들을 회사의 일보다 우선하였다. 한 번도 일이 '재미'있다고 느껴본 적이 없었고 혹시라도 내가 일에서 재미를 느끼는 것 같아 보였다면 그것은 순수한 지적 자극에 의한 재미였지 광고대행사에서 할 수 있는 일 중에 나를 흥분시킬 수 있을 만큼의 업무는 없었다. 그런데 이번 이직과 함께 크게 바뀐 면모는 회사에 가는 것이 '재미'있다는 것이다. 내 포지션은 참 드문 위치인데 제작팀에 속한 마케터지만 다양한 콘텐츠와 이야기의 창작에 가장 가깝게 있고 나 역시 창작을 하고자 하면 할 수 있는, 감히 생각은 해봤지만 내가 가질 수 없는 자리라고 생각했던 업무를 하게 되었다. 그래서 개인적인 창작 욕구가 100% 일로 인해 해소가 되는 지난 5개월을 보냈고 다양한 부분에서 개인적 성장을 많이 이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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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회사에, 새 일에, 새 팀원들에, 새로운 내 상황에 취한 상태에서 살살 깨어나니 벌써 2021년의 반이 지나갔다. 

아미 정신이 들어요?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첫째도 둘째도 기록을 안 했네!!!!!!이다. 사내 스타트업 같은 이 특별한 경험을 어떻게든 기록하여 남겨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아직 5개월밖에 지나지 않았으니 열심히 복기해서 글로 남겨놔야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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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직만 한 것이 아니라 지난 10월에 독립도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립 일기도... 남긴 것이 (있긴 있지만) 없다는 사실이 원통하지만.. 아직도 집은.. 계속 진화하고 정리 중이다. 독립 일기, 이직 일기 모두 무거운 돌덩이처럼 마음의 짐으로 잘 안고 지내고 있다. 그간 사마신 와인 이야기도 읽은 책도 다 간신히 사진으로만 붙들어 놓고 있다. 인스타그램이 없었다면 사진마저도 게을리 찍었을 나란 걸 잘 알아서 반성한다. 하반기에는 밀린 기록들을 조금씩 하는데 집중해야지.


+

좋아하고 올인할 수 있는 일을 만나니 마음이 풍요롭고 그간 나를 불안하게 하던 1순위 감정이 점점 사라져 간다. 이런 마음의 변화까지도 종이에 잘 붙들어 매 놔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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