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m 길 위의 카페들을 보면서.
내가 일하는 로스터리에서
대로변까지는 약 300m ~ 400m 거리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거리에
카페가 5개가 있고, 생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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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는 2021년 내가 로스터리를 만들기 전부터 있었다.
'다양성 카페'를 모토로 했었다.
무지개 깃발이 걸려있고,
나름의 메뉴가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내가 시작하고 난지 얼마 안 있다가 없어졌다.
그 자리에 다시 국제 부부가
주말마다 운영하는 쿠키 카페를 열었다.
지금은 코인 세탁소로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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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로스터리를 시작하고 한 달 뒤에
바로 옆에 건물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A는 그 건물 1층의 상가 자리에 위치한 카페다.
처음에는 여자 사장 분이었는데 두 달 만에 주인이
중년의 사장님으로 바뀌었다.
원래는 커피만 파셨는데, 홈 사우나 기기(!) 체험관이 되었다가
쌀국수를 파시다가 마무리하셨다.
지금 그 자리에 또 카페가 들어왔다.
부부 사장 분이신데, 밤 10시 30분까지 운영하고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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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는 내가 있기 전부터 있었는데
카페라기보다는 '동네 서점'에 더 가깝다.
실제로 이름도 'OO서점'이다.
동네 분들이 모여서 인문학 강의를 듣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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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는 간판은 '동물병원'이었는데
2년 가까운 시간 동안 동네 아주머니들이 그 안에서
야채 다듬는 걸 더 많이 보았다.
지금은 카페 공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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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는 원래 카페였는데 없어지고
다른 요식업 공사를 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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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창업이 인기가 높긴 한가보다.
경기가 좋지 않다고 하는데도 새로운 카페는
계속 생겨난다.
덕분에 작년에 커피 수입액은 역사상 최초로
13억 달러를 넘어섰고
전국의 카페 수는 9만 개에 육박한다.
(전국 약국 수가 2만 5천 개 정도다.)
나 같이 부족한 사람도 이래저래 먹고살고 있다.
아마도,
커피로 하는 일은 왠지 익숙하고
카페를 운영한다. 는 말은 다른 일보다
긍정적인 이미지를 주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납품을 하면서 생각했었다.
대한민국 카페는 세계 어디를 가도
뒤지지 않을 만큼 경쟁력이 높다.
이 사이에서 살아남으려니 쉽지가 않다.
커피만 잘 만든다고 장사가 잘 되는 것도 아니다.
무언가를 아는 것과 어떤 것을 잘 파는 것은
엄연히 다른 이야기다.
카페뿐만이 아니더라도
요식업, 서비스업 등 우리나라 자영업 자체가
지나친 공급 과잉 상태임은 맞는 것 같다.
경제사정이 나빠지고, 같은 일을 하는데도
과거보다 인력이 많이 필요해지지는 않으니
40대 이후가 되면 자기 자리를 지키기가 어렵다.
경제 활동을 열심히 할 시기에 일자리가 위협받으니
창업에 눈을 돌리게 된다.
요식업 중에서 폐업률이 가장 낮은 업종이
'중국집'이라고 한다.
중국집 창업은 배달 혹은 홀 서빙부터 시작한 분들이
스타트-업 하는 경우가 많아서라고 한다.
아무래도 오랜 시간 준비한 만큼
망하지 않는 방법도 잘 알고 있으신 걸 테지.
잘 되는 카페가 되려면 뭐가 필요한 걸까?
카페의 정체성, 서비스 품질, 메뉴 개발,
체계적인 홍보, 회계 지식, 트렌드 파악.
뭐부터 알아야 하고, 어떻게 실행해야 하는 것일까.
굳이 주변의 흥망성쇠가 아니더라도.
한참 납품을 하던 데가 한동안 연락이 없어서
가보면 거짓말처럼 없어진 걸 보고
쓸쓸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어 한번 써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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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한번 썼으니 언젠가 잘 정리해서
카페 지속적으로 운영하는 방법. 같은 걸 다시 써봐야겠다.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지 않는 것도 중요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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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아닌커피이야기 #일곱번째 #티모르테이블
카페에서 많이 찾은
에르메라다크
에오스 블렌딩
그래도 아직은 고소한 커피의 시대인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