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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esar Choi Mar 16. 2017

띠동갑 팀원에 대처하는 팀장의 자세

좋은 어른의 자격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1969년에 우주선 아폴로가 달에 착륙했다. 
혁명적인 이 순간을 지켜본 10대 청소년들은 
혁명적인 무언가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스스로를 '문샷 키즈 Moon-shot kids'라고 불렀다.


예전 직장에서 나는 콘텐츠 팀 팀장이었다. 

팀원인 '김홍철 매니저'와 일했었다.


함께 일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싶다. 오늘은 이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그는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신중하게 사안을 파악한다.

예측이 가능한 사람이다.

함께 일하기 좋은 사람이다.


팀원인 그와 나는 동갑이다.

띠동갑.


내가 대구에서 12살을 보내고 있을 때,

그는 서울에서 태어났다.


내가 27살 때 100명의 사람으로부터 10만 원씩 빌려 일을 시작했을 때,

15살의 그는 인터넷 고등학교 입학을 준비하고 있었다.


내가 31살 때 미수금이 있던 거래처 사장님의 연락 두절을 확인했을 때,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사회 진출을 준비하고 있었다.


나는 많은 좋은 형과 누나들, 어른들을 만나서 도움을 받았다.

그분들 덕분에 세상에 대한 신뢰를 버리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

젊은이들의 세상에 대한 신뢰를 지켜주는 사람이 바로 좋은 어른이 아닐까 싶다.


지옥을 경험한 사람은 지옥을 대물림해 줄 가능성이 높다.

온갖 불상사와 개혁에도 불구하고 군대 문화가 많이 바뀌지 않은 이유는 

사고 제공자가 이등병 시절 '보고 들은 것'이 그런 것이기 때문이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여유를 경험하며 산 사람은 주변과 이웃을 여유롭게 대하는 경우가 많다.


사람은 곧 자신이 보고 들은 것이다.

보고 들은 것에서 크게 벗어날 수 없다.


달 착륙에 성공한 아폴로 우주선을 지켜보던 청소년들.

그 청소년들 중에는 스티브 잡스, 제프 베조스, 빌 게이츠가 있었다.

혁신의 순간을 보고 들은 그들은 그 스스로가 혁신이 되었다.



달에 갔다온 우주인 3명. 어떤 여행은 세상을 영원히 바꾸기도 한다.



지금은 함께 일하고 있지만 언젠가 그와 나는 다른 장소에서 다른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내게 되겠지.

그때쯤이면 김홍철 매니저도 막내 팀원이 아닌 팀장이나 부서장으로서 역할을 하겠지.


그때 자신과 함께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함께 일하는' 사람으로 생각할지,

아니면 자신의 아래에서 '부리는' 사람으로 인식하며 일을 할지는 

지금 막내 팀원으로서 보고 들은 것이 결정하게 된다.


서로 등을 돌린 채(!) 일을 하고 있는 콘텐츠팀


어쭙잖은 조언이나 간섭은 

띠동갑 팀원을 대하는 좋은 팀장의 자세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누군가를 신뢰하면 그도 나를 진심으로 대한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를 훌륭한 사람으로 대하면 그도 나에게 훌륭한 모습을 보여준다고 믿는다.

나보다 어린 사람의 세상에 대한 신뢰를 지켜주는 가장 좋은 방법이 여기에 있다.

진심으로 그를 훌륭한 사람으로 여기고, 대하면 된다. 


나는 그의 회사 생활이 흥미로운 여정이었으면 좋겠다.

나는 그의 일상적인 작업이 도전거리로 가득한 과정이었으면 좋겠다.

나는 그와 함께 격의 없는 토론과 치열한 실행으로 좋은 결과물들을 많이 만들어보면 좋겠다.

그래서 그가 나중에 나와 함께 일한 직장에서 보고 들은 것으로 더 좋은 과정과 여정을 대물림해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정말이지,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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