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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끼 Jan 20. 2022

아우렐리우스, 명상록

이성을 따르고 신성을 경외하는 삶 

 '명상록'은 워낙 유명한 책이라 읽어봐야지 하는 생각이 아주 어렸을 때부터 종종 들었으나,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역사적 인물로서의 마르크스 아우렐리우스를 만나는 것은 즐겁지만 스토아 철학자로서는 영 만나고 싶지 않았던 것일 수도 있다. 오해였을 수도 있지만 금욕주의적 냄새가 나는 스토아 철학에 매력을 못 느꼈기도 하고 말이다. 또한, 철인 황제의 전형으로 아우렐리우스를 우상화하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플라톤이 말한 철인정치와 아우렐리우스는 상당히 다르기도 하고 말이다. 이렇게 안 읽을 이유만 많았는데, 얼마 전에 그저 강인한 사람의 내면을 보고 싶다는 충동이 들어 무작정 구매하게 되었다. 보통 이렇게 구매하면 후회를 하기 나름인데, 아주 탁월한 선택이었다. 


'명상록'은 잠언의 형식을 가지고 있다. 일관된 내용으로 이어지다기보다는 경구들이 짤막하게 나오는 형태이다. 그래서 분량이 많지 않음에도 술술 읽히지는 않고 계속해서 곱씹어 봐야 하는 책이다. 상당한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경구들이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쉽게 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고 사색에 빠지는 경우도 많았다. 


실용적인 내면 수양의 방법도 많이 나와있다. 지금 적용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여서 메모를 많이 하게 되는 책이었다. 기억에 남는 것은 생각을 정확히 정의하고 서술하여서 부수적인 곁가지를 다 제거하고 본질을 파악하라는 조언이었다. 생각이 모호하게 나를 괴롭힐 때 적용하면 좋겠다. 또한 내면의 요새를 세우는 것을 권하고 있다. 외부의 모든 것들은 나를 해할 수 없음을 알고 내면에 집중하라는 조언을 한다. 


이 책에서 자주 나오는 단어는 '이성'이다. '이성'이 우리의 본성이며 '이성'을 따르는 삶을 권하고 있다. '이성'은 그 무엇도 해칠 수 없으며 우릴 바른 길로 인도한다는 것을 읽으며 근대 이성주의자가 떠오르기도 했으나 개념은 다른 거 같다. 행복에 관한 서술도 흥미로웠다. "행복이라는 것은 선한 신이거나 우리를 지배하는 선한 이성이다. 감각에 의해 일어나는 망상이여, 그런데 네가 행복과 무슨 상관이 있는 것처럼 여기에 끼어드는 것이냐" 감각이 행복과 상관없다 라는 경구는 내 생각도 비슷해서 기억에 남았으며 삶과 운명을 대하는 태도 섭리에 관한 의견 등 내가 그동안 쌓아온 생각들과 비슷한 점이 많아서 이 책을 더 감명 깊게 읽었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서는 삶의 의미를 끊임없이 공동체의 유익에 두라고 한다. 그 부분은 선뜻 동의하기는 어려웠다. 사람이 일개 국가나 민족의 구성원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우주의 시민이라는 점을 기억하고 동포애를 베풀어라는 점은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었다.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관한 경구도 기억에 남는다. "모든 과거를 그대로 인정하고, 미래를 섭리에 맡기는 가운데, 오직 현재만을 경건과 정의로써 대한다면, 그 즉시 너의 것이 될 수 있다. 그런 태도를 경건이라고 말하는 것은 자연이 너에게 준 운명을 받아들여서 사랑하기 때문이고, 정의라고 말하는 것은 거짓 없이 진실하게 말하고 행동하며, 무슨 일을 할 때마다 법을 지킬 뿐만 아니라 그 일의 경중을 가려서 적정한 정도를 지키기 때문이다."


'명상록'이 고대의 많은 책들이 그렇듯 잠언의 형식이라 나의 후기도 두서없었던 거 같다. 책이 들고 다니기 편해서 곁에 계속 두면서 끊임없이 반복하여 읽고 싶은 마음이 든다. 마지막으로 가장 마음을 울렸던 경구를 마지막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네가 인간으로서 바르게 살아가려고 온 힘을 다해 애쓰고 있다는 사실을 기뻐하며, 네가 무수히 실패하는데도 끝까지 추구하고 있는 그 길을 사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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