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버는 것보다 잃지 않는 것부터였다

by 정회일

돈을 모으는 방법에 대해 묻는 사람들이 많다. 대부분은 투자 이야기를 먼저 꺼낸다. 어떤 종목이 좋은지, 어떤 부업이 수익률이 높은지, 얼마를 굴리면 얼마가 되는지 같은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내 기준에서 돈을 모으는 순서는 조금 다르다. 나는 ‘어떻게 벌 것인가’보다 먼저 ‘어떻게 쓰지 않을 것인가’를 떠올린다. 이유는 단순하다. 한 번 완전히 무너져 본 사람은 돈의 출발점이 수익이 아니라 생존이라는 걸 알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 집은 한때 완전히 망했었다. 빚은 수억 원이었고, 나는 건강까지 무너져 몇 년을 거의 누워 지냈다. 돈을 벌 수 없는 상태였는데 병원비는 계속 나갔고, 집에는 낯선 사람들이 찾아와 상환을 요구했다. 현관문에 붙어 있던 독촉 딱지는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난다. 쌀이 떨어져 밥을 제대로 먹지 못했던 날들도 있었다. 그 시절의 공기는 늘 무거웠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도 심장이 먼저 불안해하곤 했다. 시간이 꽤 흘렀지만 그 감각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나는 지금도 돈을 쉽게 쓰지 못한다. 절약이라기보다, 다시 잃어버릴까 봐 두려워 멈추는 쪽에 가깝다.


특히 겨울 기억이 또렷하다. 유난히 추운 계절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나중에야 이유를 알았다. 겨울 패딩이 집에 있다는 사실조차 잊은 채 몇 년을 얇은 옷 여러 겹으로 버티며 살고 있었던 것이다. 형편이 조금 나아진 뒤 중고로 20만 원짜리 패딩을 하나 샀다. 처음 입고 밖에 나갔을 때, 예상보다 훨씬 따뜻했다. 그 순간 이상한 감정이 올라왔다. 그동안 왜 이런 기본적인 따뜻함조차 누리지 못했을까 하는 서러움과, 이제는 그것을 살 수 있다는 안도감이 동시에 밀려왔다. 사소한 물건 하나가 삶의 온도를 이렇게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실감했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돈 모으는 방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시작은 지출을 줄이는 것이다. 지금도 식비는 꽤 엄격하게 관리한다. 도서관 구내식당을 자주 이용하는데, 한 끼 6천 원이면 해결된다. 집밥이 더 절약 아니냐는 말을 듣기도 하지만 현실은 조금 다르다. 반찬을 사야 하고 재료비가 들며, 무엇보다 시간이라는 비용이 추가된다. 그래서 한 끼는 간단히 반찬을 사서 해결하고, 다른 한 끼는 구내식당을 이용하는 식으로 패턴을 만들었다. 반복 가능한 구조를 만들자 식비는 자연스럽게 줄었다.


차가 있지만 이동할 때는 대부분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기름값을 아끼는 이유도 있지만, 이동 시간에 책을 읽거나 생각을 정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에게 그 시간은 소비가 아니라 투자에 가깝다. 커피는 웬만하면 집에서 내려 마시고, 외식은 블로그 협찬을 활용한다. 몸 관리나 휴식이 필요할 때도 가능한 범위 안에서 협찬을 이용한다. 조금만 시선을 바꾸면 돈을 쓰지 않고도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걸 알게 된다. 무료 전시나 강연, 지역 행사만 찾아봐도 하루를 충분히 채울 수 있다.


빚이 많던 시절에는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고정비를 줄이는 일이 가장 중요했다. 휴대폰 요금제를 가장 낮은 단계로 바꾸고, 구독 서비스는 전부 해지했다. 처음에는 불편함이 크게 느껴졌지만 몇 달이 지나자 아무렇지도 않았다. 오히려 그동안 왜 필요하다고 믿었는지 의문이 들었다. 돈을 모으는 방법은 거창한 전략이 아니라, 없어도 괜찮은 것들을 하나씩 정리하는 과정에 더 가깝다.


나는 거대한 회사를 굴리는 사람도, 부자 부모님의 자녀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 기본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수입을 늘리는 일은 언제나 변수의 영향을 받지만, 지출을 줄이는 일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다. 다시는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지금의 습관을 만든다. 그래서 오늘도 기록하고, 비교하고, 필요 없는 지출을 줄인다. 결국 돈을 모은다는 것은 부자가 되는 기술이라기보다, 무너지지 않기 위한 태도에 가깝다. 나에게 돈 모으는 방법은 미래를 위한 전략이기 전에, 다시 살아가기 위한 안전장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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