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알베르게 Mar 14. 2016

강원도의 겨울

눈은 더이상 로맨스가 아니다.

여름이 어느덧 가고 가을이 왔다.

강원도에 있으면서 좋았던 점 중 하나는 여름에도 한낮을 제외하면 시원해서 열대야가 적다는 점이다. 물론 한여름이야 덥긴하다만 휴가때 서울을 가보면 당장 빨리 강원도로 복귀하여 시원한 공기를 맛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그리고 어느덧 11월

11월이면 아직 가을이라 할 수 있는 달이지만 강원도 인제는 겨울의 시작이다.

저 멀리 산머리부터 하얗게 변하면서부터 겨울의 시작을 알린다.

11월부터 4월 12개월 중 6개월동안 눈이 내린다.

정확히 겨울이 일년의 반인 셈이다.

보통 위병소만 들어가면 다른 세상이 나타난다고들 한다. 이상하게 같은땅인데 위병소안은 바깥보다 보통 3~4도씩 더 낮다.

영하 20도. 그건 알래스카에나 존재하는지 알았는데 한국에서도 존재하는 지역이 있다.

창고같이 보이는 저 건물이 내 사무실이다.

하루는 자고 일어나서 출근하니 온세상이 하얗다.

그냥 하얀게 아니고 내 허리춤까지 하얗다.

영내는 정확히 사람이 지나갈만큼만 길이 나있고 영외는 새벽부터 계속 제설작업을 해서 그나마 길이 나있다.

눈은 연인과 함께라면 로맨스고 아름답겠지만,

군인들에게는 그저 하늘에서 내리는 끝없는 쓰레기 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휴전상태이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든지 전투가 가능한 상태로 만들어야 하기에 눈은 오는대로 계속 치워야 한다.

새벽부터 눈이 오기 시작하면 군인들은 눈을 뜨기가 무섭게 새벽 6시부터 눈을 쓸어야 한다.

그리고 계속 쌓이면 아침먹고 또 눈을 쓸러 나간다.

누군가는 아침의 창밖에 내리는 눈을 보며 아름답다 생각하는 순간에도 우리나라 군인 아저씨들은 끊임없이 눈을 쓸고 있다.




여자들이여 남자들이 눈오는 날 로맨스가 부족하다면 그건 남자의 성격이 안좋은것이 아니다.

추운겨울날 끝없이 아침마다 쓸어야 했던 그때 생각이 불현듯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때는 따뜻한 장소로 들어가 커피한잔 하며

남자친구를 위로해주자.

나라를 지켜줘서 고마웠다고


작가의 이전글 강원도로 여행을 떠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