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개 노트
1월에는 해야 할 일이 많다.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글을 쓴다. 비공개 노트라는 부제를 달았다. 그래야 보다 솔직하게 적을 수 있을 것 같다.
업무적으로 크게 세 가지 작업을 해야 한다.
첫째는 모로코의 경제 상황에 대해 정리하는 일. 아직은 초안 작업이기 때문에 엄밀함보다는 간결함과 스토리라인에 힘써야 한다. 이미 몇 주 전 목차와 대강의 흐름에 대해 상부에 보고했다. 이제 흐름에 맞게 적당한 그래프를 그리며 내용을 빠르게 채워 넣는 작업이 필요하다.
둘째는 비공개 작업. 특정 국가에 대한 분석이 아닌 내부 프로젝트다. 마감은 2월 초. 모로코 작업과 준비기간이 상당 부분 겹치기 때문에 시간을 잘 써야 한다. 함께 작업하는 동료들과의 효율적인 의사소통과 업무배분이 중요하다.
셋째는 핀란드의 경제 상황에 대해 미리 알아두는 일. 2월 말부터 핀란드 업무에 본격적으로 투입되기에 앞서 사전작업을 위한 미팅이 있다. 기존 핀란드 보고서와 가까운 이웃국가인 스웨덴 보고서를 미리 읽기로 했다. 간단히 일부라도 읽고 사전 미팅에 들어가야 한다.
그 밖에도 여러 해야 할 일과 하면 좋을 일도 있다.
하면 좋을 일이란 안 해도 큰일 나지 않는 일이다. 큰일 나지 않는 일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다. 따라서 하면 좋을 일은 안 해도 된다. 다만, 하면 좋을 일을 안 하고서 좋기를 바라서는 안된다. 따라서 좋기를 바라는 마음을 내려놓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마음을 내려놓고, 즉 기대를 낮추고, 해야 할 일에만 우선 집중하자. 그 후에도 혹시 시간과 힘이 남아 할 수 있다면 좋을 뿐인, 그런 일이다.
업무 외 이야기는 수첩에 자세히 적기로 하되, 세 가지 정도가 있다.
첫째는 올해 계약 만료가 다가온다. 이직 한 뒤로 1년 반 가까이 지났다. 주변의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어느 정도 이곳 생활에 적응하였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는 계약직 직원으로서 계약 연장이나 승진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 올해는 보다 노력해야 하기에 1월부터 각오를 다져본다.
둘째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
셋째는 조금 먼 미래에 대한 이야기.
2024년이라는 연도가 아직 낯설지만, 조용하고 차분하게 새해를 시작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