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인스타그램의 기능 중 하나인 보관된 스토리를 보는 것을 좋아한다. 내가 올린 스토리 중 지난해 오늘을 보여주는 기능인데 지난날 오늘 내가 어떤 생각이었는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잊고 있었던 그때의 나를 상기시켜 주는 게 좋아서 매일 보관된 스토리를 확인하곤 했다. 특히나 인스타그램 피드보다는 24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스토리에 사진이나 글을 올리는 것이 좋아 거의 매일같이 스토리를 올려 기록을 보관해 온 나에게 이 기능은 잊고 지낸 기억들을 꺼내어주어 문득 선물처럼 다가올 때가 많았다
오늘도 아침에 눈을 떠 무의식적으로 핸드폰을 켜고 인스타그램에 접속 한 뒤 프로필 사진 옆에 떠있는 팔로워들의 스토리를 넘겨보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나의 보관함을 클릭했다. 그리고 뜨는 작년 오늘에 남겨둔 사진 한 장.
작년 오늘이었다.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늘 중문 앞까지 호다닥 뛰어와 앙앙 거리는 소리와 함께 나를 반겨주는 참치인데 그날따라 문을 열고 들어섰는데도 집안이 조용했다. 뭔가 이상해 얼른 불을 켜고 집안을 둘러보니 깔아 둔 매트에 참치의 똥이 여기저기 묻어있고 참치는 한쪽 구석에 몸을 웅크린 채 가만히 있었다. 일단 어질러진 집안을 대충 정리하고 참치의 몸에 묻은 오물을 씻어주려고 참치를 안아 들었는데 뭔가 이상한 기운이 감돌았다. 한 손으로 참치를 안아 들고 세면대에서 더러운 부분만 얼른 씻긴 후 바닥에 내려두니 네발로 서지도, 걷지도 못하고 자꾸만 주저앉는 참치. 덜컥 무서워져 나보다 조금 더 늦게 퇴근해 막 집에 돌아온 남편과 함께 바삐 병원으로 향했다. 그동안 병원을 다니며 디스크가 심해질 경우 걷지 못한다는 말은 숱하게 들어왔지만 이렇게 빠른 시일 내에 우리에게 일어날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참치를 안고 차를 타고 병원으로 가는 와중에 직감적으로 큰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애써 별일 아닐 거라 계속해서 되뇌며 스스로를 진정시켰다. 그러면서 쿠션에 누워 차를 타고 이동하는 참치의 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려두었고 그 사진이 1년이 지난 오늘 보관된 스토리에 떠 생생하게 다시 기억되었다.
병원에 도착해 야간진료를 통해 진료를 보았지만 mri를 찍는다던가 명확한 원인을 찾을 수 있는 진료는 불가했기에(나이가 많아 모든 검사가 다 참치에게 부담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커 진행이 어려웠다) 이렇다 할 치료 없이 그저 노화로 인한 발병이라는 소견만 듣고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허리의 디스크나 커진 종양 등으로 그저 모든 것을 유추해 짐작하여 결론을 내릴 뿐이었다. 그날 밤 어떻게 집으로 돌아왔는지는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오늘 인스타그램을 통해 본 사진 한 장으로 참치가 앞으로 계속 누워있는 채 생을 마감하게 되는 그 첫 시작의 날이었던 작년 오늘이 또렷이 떠올랐다.
그날 이후 참치의 치료를 위해 매주 토요일마다 병원으로 가 산소방 치료와 침치료를 하였다. 정확한 치료를 위해 CT나 MRI를 찍는 게 맞지만 노견에겐 그마저도 어려워 이 치료들이 그저 최선이었다. 지나고 나니 이것들이 참치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었을지는 잘 모르겠다. 이것 또한 참치가 점점 차를 타기 힘들어해서 병원에 이동하는 게 어려워져 치료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고 나중에는 약으로 연명할 수밖에 없었다. 끝까지 치료를 해야 했을지 아니면 이렇게 중단을 하는 게 맞았던 건지 사실은 아직도 정답을 알 수가 없다. 그저 그때의 내 선택이 참치에게 최선이었다고 믿고 싶을 뿐이다.
지금도 종종 집에 펫캠을 설치하지 않은 것을 두고두고 후회하곤 한다. 도대체 지난해 오늘 참치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우리는 여전히 궁금하다. 갑자기(물론 갑자기는 아니겠지만) 걷지 못하게 된 그날 우리 참치는 집에서 혼자 얼마나 힘들고 무서웠을까. 혹시나 소파에서 떨어진 건 아닌지 우리끼리 별 상상을 다 하며 자책했던 시간들은 앞으로도 조금은 더 계속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