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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림 Apr 15. 2024

4주 만에 책을 만든다?

 오래전부터 출판에 대한 갈증은 늘 있었다. 사실 내 글이 출판을 할 정도의 글인지 스스로 되물을때가 많아 내가 출판을 한다는 것은 자원 낭비이자 나무야 미안해 나 다름없다고 생각했기에 늘 갈증은 갈증으로 남겨두었다. 대신 브런치 작가로 등록해 아무도 읽지 않는 글을 틈틈이 작성하곤 하였다. 


 처음 나의 책을 갖고 싶다 생각한 것은 아주 한참 전 대학생 때였다. 나의 꿈은 스튜어디스였다. 그렇게 스튜어디스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면접을 준비하고 공부를 하며 한편으로 '내가 정말 스튜어디스가 된다면 세계 곳곳을 다니게 되겠지, 그렇다면 그곳에서 찍은 사진들로 내 이름이 새겨진 사진집을 내고 싶다.'가 내가 처음으로 내 책을 출판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때였다.  몇 번의 면접 탈락으로 자연스레 스튜어디스라는 꿈은 접었고 세계를 돌아다닐 일도 없기에 출판의 꿈도 함께 접었다. 


 아주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했다. 어린 시절 맞벌이를 하셨던 부모님의 사정으로 인해 고모네 집에서 평일을 보내고 주말에 부모님을 만나 집으로 돌아오는 생활을 하였다. 돌이 막 지났을 무렵부터 초등학교 2학년에 올라가기까지 이 루틴으로 생활했으니 내 유년기 내내 이렇게 보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토요일이면 고모집과 부모님 집 중간인 종로에서 나를 데리러 나온 엄마나 아빠를 만나(지금생각해 보니 둘이 같이 나를 데리러 온 적이 거의 없네?) 함께 돈가스를 먹고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우리만의 주말 일정이었다. 그 시절 우리집에는 차가 없어 돈가스를 먹고 버스를 타고 이동하였다. 버스에서 내릴 때면 큰 서점이 있었는데 나는 그 서점을 구경하는 걸 좋아했다. 서점을 구경하다 책을 사달라고 하면 다른 건 몰라도 책만큼은 주저 없이 사주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어릴 때는 그렇게 읽는 것을 좋아했는데 초등학교 6학년쯤 만화책에 한참이나 빠져있었다. (엄마가 나중에 말하길 그때는 걱정이 될 정도라고 하였다.) 그리고 성인이 되어서는 어린 시절의 습관이 시간이 지나도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는지 읽는 깊이가 깊거나 많이 읽지는 않아도 책은 항상 가까이했고 책에 대한 거부감이 없었다. 그리고 책을 읽는 내가 좋았다.


 읽는 것만 좋아하던 내가 어느 순간 쓰고 싶어 졌다. 신기하게도 내 곁에는 본인의 책을 출판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그것을 지켜볼 때마다 축하와 함께 늘 부러움이 있었다. 책을 내려면 주제가 있어야 하는데 카페를 그만두고서는 카페를 운영하며 있었던 일들에 대해 책을 내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었다. 그렇지만 위에서 말했듯이 내 글에 대한 자신이 없었다. 나 같은 사람이 책을 내도 될까?라는 의문에서 내가 벗어나지를 못했다. 그래서 게으른 템포로 이따금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게 전부였고 시간은 너무 빠르게 흘러 시기를 놓쳐 당찬 포부는 옅어졌고 출판을 하겠다는 마음은 그냥 그렇게 묻어두었다. 이후에는 잔잔한 일상들 속 기록하고 싶은 순간들을 때때로 브런치에 업로드했다. 그런데 참치가 떠났다. 참치가 떠나고 나니 참치와의 추억을 글로 기록하고 싶어졌다. 글로 기록하는 것뿐 아니라 기록한 것을 책이라는 물성으로 갖고 싶어 졌다. 내가 사랑한 것의 기억은 희미해지더라도 언제든 곁에 두고 꺼내어보고 싶어 졌다. 다시 주제가 생기니 써야 할 것이 명확해졌다. 이제 내 글이 어떻게 평가받은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다. 나는 내가 사랑했던 것을 잊지 않게 기록하는 것뿐이니 말이다. 


 참치가 떠난 지 일 년이 훌쩍 지났고 더 이상 지체하다가는 카페이야기를 책으로 내지 못한 것처럼 이 이야기도 때를 놓칠 것만 같았다. 처음에는 내가 기록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16년을 함께 했기에 추억이 많은데 우리 집에 왔을 때부터 무지개다리를 건너기까지의 모든 것을 기록하고자 했던 것은 아니었다. 반짝반짝했던 시간이 지나 노견이 되고 아파하는 참치를 보며 내가 느낀 것들을 공유하고 싶었다. 이렇게 가닥을 잡기까지도 혼자 꽤나 고민을 하느라 오래 걸렸다. 가닥을 잡으니 써야 할 것들이 명확해졌다. 가뜩이나 게으른 사람이 마감도 없이 혼자 작업을 하려니 계속해서 속도가 느려졌다. 누구라도 나를 채근했으면 좋겠는데 그것도 게으른 내가 해야 할 일이라 이러면 안 되겠다 싶었다. 


 인스타그램으로 자주 보고 몇 번 방문도 하여 혼자 친근하게 생각하던 책방에서 4주 동안 책 만들기 프로그램이 백몇차례를 진행하고 있었다. 다른 곳과 고민했지만 백몇차례까지 오는 힘이 궁금하기도 하여 모집 공고가 뜨자마자 바로 신청을 하였다. 아직 글이 부족하지만 이렇게 신청해 놓으면 한편이라도 더 쓰지 않을까 싶었다. 지난주 목요일 첫 수업이 있었다. 긴장되는 마음으로 시간에 맞게 장소에 찾아갔는데 이상하게 불이 꺼져있었다. 지점이 여러 개인 곳인데 왜 그랬는지 뭐에 홀린 사람처럼 다른 지점으로 간 것이다. 불 꺼진 공간을 보고 의아해하며 다시 공지를 확인하는데 그제야 내가 잘못 왔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다행히도 내가 가야 하는 공간이 근거리에 위치해 있어 부랴부랴 달려갔지만 이미 5분 정도 지난 후였다. 숨을 고르고 자리에 앉자 나를 포함 6명의 수강생들이 눈에 들어왔다. 내가 달려오는 그 사이 이미 자기소개는 끝난 듯했고 나에게 어떤 책을 만들고 싶은지 소개를 하라 해서 떠나보낸 반려견을 기록하고 싶다고 간단하게 소개를 했다.


 첫 수업은 내가 생각한 방향과 달라 조금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게다가 바로 1주 차 과제로 본인이 만들 책을 PDF파일로 제작해 오라고 해서 적잖이 당황했다. 나는 인디자인의 인자도 모르는 사람인데요..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오는 내내 이 수업을 취소해야 할지 걱정이 앞섰다. 글도 부족하고 할 줄 아는 것도 없는데 이 수업을 듣는 게 맞는 것인지 고민되었다. 이 수업은 이미 글이 완성되어 있는 사람이 듣기에 더 적합한 것 같아 나에게 맞는 수업인지 고민되었다. 이미 다른 곳에서 수업을 듣고 독립출판을 한 친구에게 첫 수업을 하였다고 카톡을 하니 바로 전화가 왔다. 집 앞에 다다라서도 통화가 끝나지 않아 집 앞에 서서 통화를 하였고 통화 내내 계속해서 걱정이 앞섰지만 통화를 끝낼 때쯤에는 그래 일단 해보자. 하는 마음이 커졌다. 뭐가 됐든 가제본 한 권 내본다는 마음으로 한번 해보자 싶었다. 이대로 포기하기보다는 모르면 모르는 대로 덜 되면 덜 되는대로 진행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인디잔인을 다룰 줄 모르는 사람은 퍼블리셔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하라고 안내받아 마이크로소프트 365의 한 달 체험판을 다운로드하였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퍼블리셔는 없었다. 또다시 진땀이 나기 시작했다. 진행자분께 연락을 드려 여쭈어보니 맥 os에서는 사용하지 못하는 프로그램이라고 하였다. 결국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인디자인을 다운로드하였다. 그리고 이제 표지부터 시작해 그간 써두었던 글들로 책의 배열을 맞춰야 한다. 그런데 정말 우습게도, 마치 시험기간에 책상정리나 시험공부를 제외한 딴짓이 그렇게 재미있는 것처럼 나는 이렇게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다. 그것도 이렇게 갑자기 말이다. 


 과제를 제출하기 위해서는 이제부터는 각 잡고 앉아 인디자인과 씨름을 시작해야 할 것 같다. 첫 과제부터 안 해갈 수는 없으니까... 4주 동안 정말 내 책이 나올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의문이긴 하지만 일단 시작했으니 부족하더라도 끝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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