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 한쪽 구석, 15분의 고요를 지키는 인테리어

사치가 아닌 안목에 투자하는 고객들을 위한 인테리어 인사이트

by WorthWorks LEE

우리의 주방은 어떤 곳인가요?

아침에 일어나 가족 아침 준비하고, 저녁엔 퇴근해서 급하게 저녁 만들고, 설거지하고, 정리하고. 그 와중에 아이들은 "엄마 배고파" 하고, 냉장고 문은 하루에도 몇십 번씩 열리고. 주방은 늘 분주한 곳이죠. 쉬는 곳이 아니라 일하는 곳.

그런데 묻고 싶어요. 정말 주방은 오로지 '일'만 하는 곳이어야 할까요?

얼마 전 30대 워킹맘을 만났어요. 상담 중에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저는 하루 종일 회사에서 일하고 집에 와서도 주방에서 일해요. 근데 주방에 있는 시간이 하루 중 가장 길어요. 여기서 15분만이라도 앉아서 쉴 수 있으면 안 될까요? 욕심일까요?"

욕심이 아니에요. 당연한 권리예요. 그리고 이미 그 공간은 이미 주방 한쪽 구석에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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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필 '주방'일까요

많은 분들이 주방을 '기능의 공간'으로만 생각해요. 효율적인 동선, 충분한 수납, 좋은 환기. 물론 다 중요해요. 하지만 우리는 15년간 수많은 주방을 만들면서 깨달았어요. 주방은 단순히 요리하는 곳이 아니라, 삶을 '만들어내는' 곳이라는 걸요.

생각해보세요. 당신이 주방에서 보내는 시간을. 하루 2-3시간? 어쩌면 그 이상일 수도 있어요. 그렇게 긴 시간을 오로지 서서, 움직이면서만 보낸다는 게 말이 되나요? 거실엔 소파가 있고, 침실엔 침대가 있는데, 주방엔 앉을 곳이 없다니.

요리는 명상이 될 수 있어요. 채소를 썰고, 국물이 끓는 소리를 듣고, 음식 냄새를 맡는 것. 이 모든 게 마음챙김이에요. 그런데 우리는 그걸 '일'로만 경험하죠. 왜냐하면 쉴 틈이 없으니까요.

15분이면 돼요. 아침 커피를 내려서 그 자리에 앉아 마시는 15분. 저녁 준비 전 레시피를 보며 오늘 메뉴를 구상하는 15분. 설거지 끝나고 따뜻한 차 한 잔과 함께 하루를 정리하는 15분.

짧지만 강력한 시간이에요. 그 15분이 우리 하루에 숨 쉴 틈을 만들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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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어떻게 만들까요

주방에 의자 하나 놓는다고 다 되는 건 아니에요.

동선을 방해하면 오히려 스트레스가 되죠. 그래서 '코너'가 중요해요.

먼저 당신의 주방을 보세요. 싱크대와 냉장고 사이, 혹은 ㄱ자 주방이라면 모서리 부분. 일자형 주방이라면 끝 쪽. 거기, 사실 잘 안 쓰는 공간 있지 않나요? 그냥 빈 공간이거나, 아니면 잡동사니가 쌓여있는 곳.

그곳에 스툴 하나만 놓아보세요. 높은 바 스툴이 아니라 편하게 앉을 수 있는 낮은 스툴. 등받이 있으면 더 좋고요. 그게 우리의 15분을 지켜줄 거예요.

그리고 시선 처리가 중요해요. 앉았을 때 설거지할 그릇이나 어질러진 조리대가 보이면 마음이 편하지 않아요. 그래서 우리는 그 자리를 창문 쪽을 향하게 하거나, 아니면 작은 선반을 하나 두어서 시선을 가려줘요. 선반엔 좋아하는 머그잔, 작은 화분, 요리책 몇 권 정도만. 눈이 닿는 곳에 위안이 되는 것들만 두는 거예요.

조명도 바꿔보세요. 주방 전체를 밝히는 형광등만 있으면 안 돼요. 그 코너 위에 작은 펜던트 조명이나 스탠드 하나를 추가하면, 같은 주방인데도 완전히 다른 분위기가 만들어져요. 밤에 그 조명만 켜고 앉아 있으면, 거기가 주방인지 카페인지 헷갈릴 정도예요.

수납도 정리해야 해요. 어질러진 주방에선 절대 쉴 수 없어요. 조리대 위를 최대한 비우고, 자주 쓰는 것들만 손 닿는 곳에 두고, 나머지는 수납장 안으로. 정리된 주방은 그 자체로 마음을 정돈시켜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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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방 구조에도 가능할까요

일자형 주방이라면 공간이 좁다고 느껴질 수 있어요. 하지만 주방 끝 쪽, 싱크대 마지막 부분 옆에 작은 스툴 하나 들어갈 자리는 있어요. 접이식 스툴을 쓰면 필요할 때만 펴서 앉고, 요리할 땐 접어둘 수도 있고요. 혹은 창문 쪽 벽에 작은 폴딩 테이블을 달아서 간이 바처럼 쓰는 것도 방법이에요.

ㄱ자형 주방은 조금 더 여유로워요. 모서리 부분, 두 조리대가 만나는 곳 근처가 자연스러운 휴식 공간이 되죠. 거기에 스툴 하나, 작은 선반이나 사이드 테이블 하나면 충분해요. 아침에 커피 내려서 그 자리에 앉아 창밖 보며 마시는 것. 그것만으로도 하루가 달라져요.

ㅁ자형이나 아일랜드가 있는 넓은 주방이라면 더 자유롭게 만들 수 있어요. 아일랜드 한쪽 끝을 아예 식사 겸 휴식 공간으로 디자인하거나, 창가 쪽에 작은 브렉퍼스트 존을 따로 만들 수도 있죠. 이때는 조명과 소품으로 분위기를 확실하게 구분해주면 좋아요.

예산이 부담된다면 스툴 하나만으로도 시작할 수 있어요. 중고 가구나 이케아에서 2-3만원이면 괜찮은 스툴 구할 수 있어요. 거기에 좋아하는 머그잔 하나, 작은 화분 하나 두는 것. 그게 전부예요. 시공 없이도 충분히 우리는 15분을 만들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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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공간에서, 숨 쉬는 공간으로

처음 말씀드렸던 그 워킹맘, 우리는 그분의 ㄱ자 주방 모서리에 작은 변화를 만들었어요. 편안한 스툴 하나, 그 위에 작은 펜던트 조명, 옆 벽엔 좋아하는 그릇과 머그잔을 디스플레이할 수 있는 선반. 시공비 30만원도 안 들었어요.

한 달 뒤 연락이 왔어요. "디렉터님, 요즘 저녁 준비가 즐거워요. 전엔 '해야 할 일'이었는데, 이젠 거기 앉아서 오늘 뭘 만들지 생각하는 그 시간부터가 좋아요. 그리고 저녁 설거지 끝나고 그 자리에 앉아서 따뜻한 차 마시면서 하루 정리하는 게 제 루틴이 됐어요."

주방은 단순히 음식을 만드는 곳이 아니에요. 삶을 만드는 곳이에요. 그리고 좋은 삶은 쉼 없이 만들어지지 않아요. 15분의 고요가 필요해요. 그 짧은 시간이 당신의 주방을, 나아가 우리의 하루를 완전히 다르게 만들어줄 거예요.

우리 주방 한쪽 구석에도 아직 발견되지 않은 가능성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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